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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사라지는 곤충들...과학 교육의 문제점

지구상 최대 개체수를 다루지 않는 과학 교육의 문제점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9.01.25 14:46
  • 수정 2019.01.2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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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과학계에서 사라지는 이름 ‘곤충’/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지구는 곤충들의 별이다. 곤충의 종 수는 최대 3천만 종, 개체 수는 1000경 마리에 달한다. 곤충은 동물 세계의 다른 어떤 종보다도 많다. 그렇다면 과학 교과서에서도 곤충을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생물학적 과정과 생물학적 다양성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 곤충학 학회지(American Entomologist)>에 실린 연구에서는 곤충과 생물학 개론서에 대한 냉정한 사실이 나와 있다. , 책에 곤충 얘기가 많이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곤충은 먹이 사슬에서부터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도, 생물학 개론 교과서에서 다루는 비중은 척추동물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 책 분량의 0.6% 미만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곤충은 수가 매우 많고 지구와 다른 생물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도 지난 100년 동안 생물학 개론 교과서에서 곤충의 언급 빈도는 꾸준히 줄어가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 대학의 연구자들은 키란 강그와니와 제니퍼 랜딘은 1907년부터 2016년 사이에 나온 생물학 개론 교과서 88종의 생물학적 다양성 부분의 곤충 관련 언급을 조사했다. 생물학적 다양성 부분이 없는 책이라면 생명주기 또는 다양성을 논하면서 곤충이 언급되는 빈도를 살폈다.

 

그 결과 해가 갈수록 곤충에 대한 언급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00년 이후에 출간된 책의 곤충 관련 내용은, 1965년 이전 발간된 책에 비해 75%나 적었다. 1900년부터 1920년 사이에 나온 교과서들은 곤충 다양성에 대해 평균 32.6페이지를 사용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17년 사이에 나온 교과서들이 같은 내용을 다룬 분량은 평균 5.67페이지에 불과했다.

 

곤충에 대한 시각적 묘사도 줄어들고 있다. 1950년 당시의 교과서는 평균 19개의 곤충 삽화를 사용했다. 그러나 1970년 이후의 책은 수록된 곤충 삽화 수가 5.5개 미만이다. 또한 특정 곤충은 다른 곤충에 비해 등장 회수가 높다. 나비, 파리, 꿀벌, 개미는 요즘 교과서에서 다른 어떤 곤충들보다도 자주 나온다. 메뚜기의 해부도도 곤충 내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100년간 교과서에 많이 수록되었다.

 

곤충의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렇게 교과서에서 곤충이 홀대받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연구 공저자인 노스 캐롤라이나 주립 대학 생물학과 부교수인 제니퍼 랜딘에 따르면, 유전학과 세포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한다. “그 내용들을 새로 넣으려면, 예전에 있던 내용 중 일부는 버려야 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물학자들은 세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많이 알게 되었으나, 그 반대급부로 다른 모든 동물들에 대해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생물학 개론 교과서인 <생명에 대한 의문>의 저자 제니 듀셱은 이렇게 말한다. “생물학 교과서에서 자연사(自然史)가 빠져나가기 시작한 지는 매우 오래 되었다.”

 

퍼듀 대학 곤충학과의 교육 범위 조정관인 그웬 피어슨은 현대인의 삶에서 자연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교육 내용에서 자연사 비중이 감소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요즘 아이들과 대학생들은 자연 속에 나가기를 꺼린다. 그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피어슨에 따르면 현대인은 아동 때부터 자연 속에 별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호기심도 적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통제된 인공 환경에서 자라난 사람들에게, 수많은 곤충들이 가득한 자연의 웅대함과 복잡함을 가르치기란 정말 어렵다. 지구의 진정한 주인은 인간이 아니라 곤충인데도 말이다.”

 

인류가 이제껏 살아남을 수 있던 것도 곤충들의 자비심 덕택이다. 곤충들이 꽃가루를 매개해 주는 덕택에 농사를 지을 수 있다. 곤충들은 쓰레기도 분해해 준다. 물론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도 옮긴다. 그러나 살충제, 항생제, 에어컨디셔너가 나오기 전 인간과 곤충 사이의 유대는 더욱 강했다. 랜딘은 예전에 나온 교과서일수록, 인간과 곤충 간의 유대에 대해 많은 내용이 실려 있다고 한다. 과거 인간들은 정기적으로 곤충을 채집하고, 곤충과 유대를 맺었다. 그런 관계의 빈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

 

그러한 사정은 교과서의 곤충 관련 표현에서도 나타나 있다. 강그와니와 랜딘은 1960년 이전에 나온 교과서는 그 이후의 교과서에 비해 곤충에 대해 감정이 실린 서술이 약 9배나 많았음을 밝혀냈다. 과거에는 곤충에 대해 부지런한”, “친구같은 좋은 감정이 실린 서술은 물론, “성가신”, “귀찮은같은 나쁜 감정이 실린 서술도 많았다. 랜딘에 따르면, 과학자들이 곤충 매개 전염병에 대해 알기 시작하던 시기, 인간과 곤충은 끝없는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묘사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곤충 매개 전염병의 비밀이 많이 풀리고, 치료도 쉬워지자 이러한 감정적인 표현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곤충들 역시 크게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푸에르토 리코의 경우 2013년의 곤충 개체수는 1976년에 비해 60%가 줄었다. 이 섬 먹이 사슬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과학 한림원의 곤충학자인 미샤 레옹은 이 연구의 시기를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곤충들은 교과서 뿐 아니라 현실의 생태계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다.” 곤충 개체수 감소가 계속된다면, 몇 년 안 있어 교과서에도 그 사실이 나올 것이다.

 

물론, 곤충 전문가들은 교과서 속 곤충 서술 문제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그러나 곤충학자가 아닌 랜딘 역시 이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곤충의 겹눈을 들여다보면 세계의 흥미로운 문제 모두를 다 알 수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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