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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의 과학자] ‘이오닉 시스템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 멀지 않다

'18년 4월 과학자, 서울대 선정윤 교수 인터뷰

  • 기자명 정승호
  • 입력 2018.04.05 16:19
  • 수정 2018.04.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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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윤 교수 실험실에서 

하이드로젤은 수분을 90% 이상 포함한 고체로, 물을 잘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기저귀 흡수층·콘택트렌즈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여러 물건을 만드는 데 쓰인다. 몸 안에 들어가도 세포를 손상하지 않는 특성으로 치료 약물을 상처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주목받고 있다.

선정윤 교수는 하이드로젤이 고체지만 액체와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신축성 높은 신개념 터치패널의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나아가 전자 대신 이온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재료 연구 분야인 이오닉스(ionics)의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정윤 교수는 이오닉 디바이스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오닉 시스템과 인간의 신경이 직접 상호작용하는 완벽한 인터페이스 기술 구축최종 목표로 후속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Q.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수상 소감은.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과학자로서 갈 길이 먼 제게 주시는 격려라 생각합니다. 주변의 훌륭한 교수님들을 본받아 과학자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은 학과 교수님들과 가족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터치패널 기술을 개발하고 소프트 재료 연구 분야에서 독창적인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하이드로젤이라는 소재에 주목하신 이유는. 계기가 있나요?

고체지만 액체와 비슷한 성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높은 이온 용해도라는 하이드로젤의 또 다른 성질과 접목해 재미있게 연구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하이드로젤을 개발하는 등 재료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셨는데요. 주요 연구성과 설명 부탁드립니다.

하이드로젤은 앞서 이야기한 성질 덕에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성분의 90% 이상이 물이라 굉장히 깨지기 쉽기 때문에 신뢰성 있는 장치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단단한 하이드로젤을 합성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실리콘의 일종인 PDMS보다 10배 더 단단한 하이드로젤을 만들 수 있었고, 이러한 소재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이오닉 장치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인장센서·압력센서·작동기·스피커·터치패널 등의 하이드로젤 기반 이오닉 장치를 제작하였는데, 이를 바탕으로 이오닉 소재가 실생활에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지속해서 알리고자 합니다.

선정윤 교수, 연구팀과 토론하면서 

Q. 교수님께서 개발하신 터치패널 기술은 사물인터넷 등 스마트 기기 연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더불어 이오닉스(ionics)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집안의 가전용품을 외부에서 인터넷으로 컨트롤하는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사람의 의도를 기계에 전달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하이드로젤 기반 터치패널은 부드럽고 신축성이 좋아 착용하기 쉽고, 생체적합성이 우수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작습니다. 또한, 가시광선 투과도가 99.9%라서 피부에 붙였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을 기반으로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생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같은 이유로 이오닉스 분야의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리라 기대합니다.

Q.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평소 연구실을 운영하는 기본방침이나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더불어 학생들 또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도 소개해주세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늘 되짚어 보는 이 있는 연구자가 되어야 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보는 것은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는 연구자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적당한 성실함이나 단순한 흥미만으로 연구에 뛰어들어서는 연구자가 되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Q. 연구자로서 본보기로 삼으시는 인물이나 스승이 계신가요?

많은 분의 가르침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가장 생각나는 분은 H. 허친슨(John H. Hutchinson) 교수님인데요. 여든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그날 쓸 연필을 손수 깎으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제게 연구는 물론 연구 외적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주셨던 분입니다. 저도 그분처럼 늘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살아가야겠습니다.

Q. 앞으로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 이루고 싶은 연구 성과는 무엇인가요?

궁극적인 연구 목표는 이오닉 디바이스만을 이용한 사람과 기계 간 인터페이스의 완벽한 구축입니다. 이오닉 디바이스로 감지신호 전달연산·기억 과정을 거쳐 실제 작동까지 해내는 것, 즉 이오닉 시스템과 인간 신경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꿈꾸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는 어린 시절 과학자를 꿈꾸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더불어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만들고 부수는 데 푹 빠져 있었습니다. 집에 있던 대부분의 가전제품을 분해해 봤고, 일부는 원상복구에 실패해 부모님께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특별한 계기로 과학자를 꿈꿨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문제, 자신을 향한 고민 등 수많은 고난에 봉착하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끝없이 펼쳐 나갈 미래의 꿈을 품고 더욱 꿋꿋하고 담대해지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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