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모래가 부족할 일은 없어 보인다. 모래는 해안에도 강안에도 땅 속에도 있다. 모래의 주성분인 실리카는 지구에서 두 번째로 흔한 물질이다.
그러나 모래의 세계적 수요는 매우 높다. 그리고 땅 속이나 물가에서 퍼오는 모래의 공급은 제한되어 있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모래를 두고 폭력을 동원한 분쟁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콜로라도 대학교 보울더 캠퍼스의 극지 및 알프스 연구소의 물리 지질학자인 메트 벤딕슨은 “인도에서는 모래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모래는 특정 지역에서는 이렇게 큰 분쟁을 불러오는 광물인데, 전 세계인들은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인도에서는 이른바 모래 마피아들이 불법적인 모래 채굴을 하면서, 이를 저지하려는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벤딕슨은 아마도 그린랜드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녹으면서 해안의 모래가 드러나고 있는 데 놀랐을지도 모른다. 지난 2월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지에 실린 기사에서, 벤딕슨과 동료들은 이 모래를 채굴해 수출하면 그린랜드의 경제를 크게 부흥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북극권의 주민들은 기후 변화로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그린랜드인들은 기후 변화로 이득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북극 해안선 대부분에서 모래와 자갈은 바다로 떠밀려 들어가고 있다. 영구동토였던 해안 절벽이 녹으면서 안정성이 낮아지고, 파도는 해안을 이루던 퇴적물들을 깎아먹고 있다. 그러나 벤딕슨은 연구를 통해 그린랜드의 해안이 갈수록 넓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린랜드의 얼음이 녹으면서 더 많은 물이 강으로 유입되고, 강의 물살이 세진다. 이 강들은 더 많은 퇴적물들을 깎아내온다. 이 퇴적물들은 그린랜드 해안에 삼각지를 이루게 된다.
이 많은 모래는 그린랜드의 보물이 될 수 있다. 현재 그린랜드의 경제는 어업으로 유지되고 있다. 생선과 조개 어획이 그린랜드의 수입 중 90%를 차지하고 있다. 북극 관광 산업도 갈수록 커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방식의 경제가 그린랜드 노령화 인구의 복지를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벤딕슨은 “세계는 모래가 부족하지만 그린랜드에는 모래가 아주 많다. 아스팔트, 콘크리트 등, 현대 도시의 생활환경에는 모래가 반드시 들어간다.”고 지적한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모래 수요도 급증했다. 그런데 모래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새 건물을 짓고 새로 도로 포장을 할 때는 반드시 새 모래가 들어가야 한다. 보통 모래는 육상의 구덩이에서 채취한다.
2015년 그린랜드의 GDP는 22억 2천만 달러다. 데이터에 따르면, 그린랜드의 모래 자원이 개발될 경우 2050년까지 매년 이만한 금액을 더 벌 수 있다.
물론 그린랜드의 해안 모래 채취에 환경 문제가 없지는 않다. 모래를 채취할 때는 해저에서 모래를 흡입해 바지 선으로 옮겨 담는다. 여기에 드는 에너지와 연료는 별도로 치더라도 해양 생태계 교란, 해양 생물의 살상, 바닷물의 탁도 증대로 인한 바다 식물의 생장 곤란 등의 문제가 있다. 또한 채굴 장비가 외래종을 데려올 수도 있다.
벤딕슨은 이러한 문제를 부정하지는 않으며,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이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벤딕슨은 “환경 문제 평가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모래 채굴이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보고서가 큰 논쟁을 불러올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모래 채굴을 원치 않는 사람들도 분명히 나올 거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발견한 것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이 아닌,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저 자연 과학자일 뿐이다. 이 문제는 그린랜드의 정책 결정자들과 논의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에게 이런 대안이 있음을 알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이것은 세계인들이 피를 흘리지 않고 실리카를 얻는 대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