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 ‘빅 치킨(Big Chicken)’은 사족 없이도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대번에 직관적으로 알아차리게 해준다. 세계적인 거대 제약회사를 지칭하는 용어 ‘빅 파마(Big Pharma)’처럼 말이다.
빅 치킨은 공장형 집중사육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의 거대 가금기업을 일컫는 것이자, 그 기업들이 생산하는 빠르게 성장하고 가슴살이 두둑한 일명 뻥튀기 닭을 지칭하는 용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마디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빅 치킨이 등장하게 된 경위, 빅 치킨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그에 맞선 성찰적 노력의 결실을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치킨너겟을 다시는 종전과 같은 눈길로 바라볼 수 없게 되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고 평한 이가 있는데 정말이지 맞는 말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 대다수 사람들은 매일이다시피 닭고기를 소비하면서도 과연 닭이 어떻게 사육되고 도살·가공되어 우리 식탁에 오르는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장형 가금 사육장·자동화한 도살 가공 공장의 광경을 담은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갓 부화한 병아리들이 컨베이어벨트에서 이리저리 치이면서 얼떨떨하고 곤욕스럽게 생을 시작하는 모습, 비위생적인 공장형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건강하지 않아 보이는 닭들의 처연한 모습, 도살 무게에 이르러 산 채로 발목 족쇄에 거꾸로 매달린 채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서서히 그 본연의 종착점인 닭고기로 변신해가는 광경 등을 볼 수 있다.
일단 이 모든 과정이 거의 완전하게 자동화되어 있다는 사실, 기계장치가 정교하고 아름답게(?) 작동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에 맞추기 위해서는 닭이 몸무게며 신장이 일정한 제품처럼 사육되어야 한다는 것도 일면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주된 감정은 역시 불편함이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층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항생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