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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아스팔트 결합력 높인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9.05.03 08:55
  • 수정 2019.05.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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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단한 지반

인종 차별 정책이 존재하던 시절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여러 다른 나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았다. 때문에 아스팔트 조차도 턱없이 비싼 가격으로 사올 수밖에 없어 고속도로를 지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엔지니어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렴할 뿐 아니라 기존 방식만큼 효과적이었다. 자갈을 얕게 깔고 그 위에 아스팔트를 15cm 두께로 덮는 기존 방식 대신, 지반에 돌을 30cm 두께로 깔고 여기에 시멘트를 부은 다음 5cm 두께의 아스팔트를 입히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인종 차별 정책을 포기하고, 경제 제재가 해제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이 나라에 도로 재포장 붐은 불지 않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고유의 공법으로 만들어진 고속도로는 다른 나라 것만큼이나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이 현명하고 효과적인 공법은 전 세계 교통 관료들의 주목을 샀다.

2. 마찰이 적은 노면

잘 설계된 도로라면 비바람과 태양, 난폭운전에 견딜 수 있어야 하며,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주행이 가능해야 한다. 덴마크 정부의 연구자들은 타이어와의 마찰력이 최소화된 친환경 아스팔트를 사용해 50km 이상 구간의 고속도로를 짓는 실험을 하고 있다. 설계자들은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아스팔트의 최상층에 매우 작은(직경 6mm 이하) 돌을 깔아 표면을 고르게 했다. 그러면 차량의 연비가 우수해지고, 액셀러레이터를 덜 밟아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연료 소비도 줄어들고 배출물도 줄어든다. 덴마크가 이 고속도로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운전자들은 연료비 40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

3. 석회석 기반

속도 제한 없기로 유명한 독일의 아우토반 고속도로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그 비결은 돈이다. 독일 아우토반의 총연장은 8,000마일(12,800km)이 넘으며, 연방 정부는 그 1마일마다 매년 100만 달러씩의 유지보수 예산을 투입한다. 그 이유는, 유지보수가 잘 되어야 돈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들여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 도로를 더 오래 문제없이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우토반의 포장 두께는 미국 고속도로의 두 배에 달한다. 그리고 도로 기반에는 흙이나 모래보다 더 단단한 소재인 석회암을 사용한다. 독일 정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아우토반의 일부 구간을 비상활주로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해당 구간은 착륙하는 항공기의 충격을 견딜 수 있을만큼 두텁고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외부 포장은 고급 콘크리트를 쓴다.

이렇게 튼튼한 덕택에, 안전하고 빠르고 편안한 자동차 여행이 가능하다. 아우토반의 도로 포장은 미국식 도로 포장에 비해 평균 수명이 20년은 더 길다. 독일 아우토반 망은 미국 고속도로만큼 크지는 않지만 밀도가 높다. 아우토반의 총연장은 지구 둘레의 1/3에 달한다.

로봇 도로 건축가

20세기 후반까지, 새 고속도로가 들어설 방향을 정하는 데는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했다. 작업원들이 한 번에 15m 정도 걸어간 다음, 땅에 나무막대기를 꽃는다. 그리고 도로 포장 로봇이 따라오는 가운데 이 일을 토나오게 반복한다. 도로 포장 로봇이 발전한 후에도 이들을 똑바로 유도하려면 유도용 줄이 필요했다. 이러한 구식 도로 포장 로봇이 구텐베르크의 금속 활자라면, 1990년대부터 사용된 유도용 줄이 필요 없는 로봇은 3D 프린터다. 컴퓨터가 정해준 방향을 따라 움직이며 아스팔트를 포장한다. 덕분에 작업원들이 땅에 나무막대기 수천 개를 꽃을 필요가 없다. 또한 급커브길 같은 곳도 더욱 쉽게 포장할 수 있다.

4. 얼음과 소금의 길

매우 춥거나 건조한 지역에서는 특이한 소재로 도로를 포장하는 게 가능하다. 칠레 같이 건조한 국가에서는 아스팔트 대신 비쇼파이트라는 염분 혼합물을 사용해 도로를 포장한다. 비쇼파이트는 아타카마 사막에서 천연적으로 생산된다. 모래길과는 달리 달려도 먼지 구름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적게나마 내리는 빗물은 이 물질이 제 자리에 붙어 있게 해준다. 추운 고위도 지역에서는 1~4월에 걸쳐 얼어붙은 강이 고립된 마을의 유일한 교통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여름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면 얼음이 녹아 강이 된다.

5. 아스팔트의 대체재로 부각되는 것들

고무

석유계 포장 재료의 가장 손쉬운 대체품으로는 고무가 있다. 쓰레기장으로 갈 운명인 타이어 등 고무제품을 포장재에 혼합해 넣는 것이다. 고무로 포장된 고속도로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보다 수명이 약 2배나 길다. 차량 소음도 50%나 줄일 수 있다. 또한 아스팔트는 더위와 추위에 노출되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금이 가는 데 반해, 고무는 그런 일이 없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스페인, 독일은 모두 고무 도로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국도의 1/5을 고무로 포장하고 있다.

플라스틱

지난 2015년 인도 정부는 도로에 난 웅덩이를 녹인 플라스틱 쓰레기로 메울 것을 의무화했다. 이 기법을 본 스코틀랜드 엔지니어 토비 맥카시는 맥레버 유한회사를 세웠다. 플라스틱으로 도로를 포장하는 신생기업이다. 플라스틱제 음료수병 수천 개를 갈아서 작은 알갱이로 만든 다음, 이것을 일반 아스팔트에 섞어 도로를 포장한다. 이로서 도로 포장재 비용이 최대 25%나 줄어들었다. 쓰레기 문제 또한 해결되는 것은 물론이다.

음식물 쓰레기

석유의 맛있는대체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콩깍지, 폐식용유, 커피 찌꺼기 등의 음식물 쓰레기는 아스팔트의 결합력을 높여줄 수 있다. 이들 소재는 유기질이라 아스팔트와 비슷하게 산화된다. 이 기술은 도로 건설의 탄소 배출량도 줄여준다. 그러나 그렇다고 도로에서 커피향이 날 거라고 기대는 하지 말라. 음식물 쓰레기가 대체할 수 있는 역청의 비율은 매우 적다.

6. 돌아온 자갈

미국 전역의 소도시들이 엄청난 예산 삭감을 겪고 있다. 일부 도시는 도로 보수 예산도 모두 사라진 상태다. 그래서 최소 27개 주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화끈한 대안을 내놨다. 도로 포장을 보수할 수 없다면, 포장을 벗겨 버리는 것이다. 아스팔트를 제거하고, 밑에 깔렸던 돌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자갈로 포장된 도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가 올 때는 진창이 된다. 때문에 교통량이 너무 많은 도로에는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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