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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이 화성에 갈때 가장 중요한 부품 '연결 볼트'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06.07 09:25
  • 수정 2019.06.07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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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로켓의 중량은 수천 톤이나 된다. 그러나 지구 귀환 시 타고 오는 부분의 무게는 그 중 9.3톤에 불과하다. 그러나 보잘 것 없는 이 볼트가 없다면 달 여행은 실패로 끝날 것이다.

두터운 화강암 벽으로 가로막힌 옆 방에서는 옛 증기 기관차의 소음 같은 칙칙 소리가 나고 있었다. 모퉁이를 돌아가 보니 그 소리의 진원지를 볼 수 있었다. 탁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탁자의 긴 금속제 상판이 앞뒤로 빠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 위에는 센서로 둘러싸인 대여섯 개의 직사각형 프리즘이 두 줄로 서 있었다. 센서들은 압력과 움직임을 측정하고 있었다. 각 프리즘은 성인의 하박만한 크기의 4.5kg짜리 티타늄 합금제 볼트를 붙잡고 있었다. 그 공들인 만듦새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볼트들은 특별한 물건이었다.

이 물건들은 언젠가 우주로 갈 것이다. 이 볼트나 이 비슷한 볼트는 오라이언 우주선의 각 부분을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NASA의 새 우주선인 오라이언은 앞으로 10년 이내에 사람을 싣고 1972년 이래 처음으로 저지구궤도 밖으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달에 가 볼 것이고 그 다음에는 화성에도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이 볼트는 모의 우주여행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 이후에도 더욱 난이도 높은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이들이 견디는 진동은 우주선 발사 시에 생기는 진동을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시작에 불과하다. 볼트는 망치질, 고온, 저온 등 총 24과목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로켓의 모든 금속 부품은 이러한 시험을 통과해야 발사에 사용될 수 있다. 볼트는 이러한 혹사에도 불구하고 우주선의 구성품을 잘 연결해 줘야 한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미련없고 깔끔하게 분리를 해 줘야 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볼트가 폭발함으로서, 매달고 있던 오라이언의 로켓 엔진을 분리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폭발식 볼트의 설계, 제작, 그리고 시험의 대부분은 코네티컷 주 동부에 있는 낡은 석조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이 곳의 엔지니어들은 지난 100여 년 동안 다양한 폭발물들을 다루어 왔다. 19세기에 터를 닦은 200에이커 규모의 공장 부지에 적갈색 사암, 화강암, 벽돌로 만들어진 공장과 대학 건물들이 서 있는 이 곳은 바로 엔슨 빅포드 항공 우주 방위 산업사(Ensign-Bickford Aerospace & Defense Company, EBAD)의 본사다. 방위 산업체들이 흔히 그렇듯이 좀 어감이 안 좋은 약자다. 아무튼 EBAD는 오라이언의 주 계약자인 록히드 마틴을 위해 너트와 볼트, 세라믹, 섬유, 스프링 등을 납품하는 2,000여개 기업 중 하나다.

EBAD가 만든 구성품들은 이 우주의 대서사시를 위한 작은 소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작은 소품이지만 임무의 성패를 확실히 쥐고 있다. 오라이언이 우주로 나가는 데는 무게 2,500톤 짜리 로켓(<NASA 우주 발사 체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과 기타 장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구로 돌아오는 부분의 무게는 9.3톤에 불과하다. 전체의 0.38%. 록히드 마틴의 오라이언 유인 캡슐(우주비행사들이 탑승하는 부분) 담당 차장 캐롤라인 오버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로켓 전체가 한 덩어리로 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절대 원치 않는 일이다. 로켓 추진 기관은 달에서 필요가 없다. 비행 중간에 분리되어 버려야 한다.”

이 폭발 볼트가 그 분리 과정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분리 과정이야 말로 이 임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오버마이어는 말한다.

오라이언은 달로 갔다가 오는 도중 8번의 분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중 첫 번째는 발사 3분 후다. 이 때 폭발 볼트가 폭발하면서, <약한 연결부>라는 이름의 폭약이 든 접합선을 터뜨린다. 이로서 오라이언을 이륙시켰던 제1단 로켓이 분리된다. <페어링>이라는 이름의 2층 건물만한 패널 3장이 우주선을 발사 시의 열기로부터 보호하는데, 이것도 분리되어 나간다. 오버마이어의 표현을 빌면, 4.5m 높이의 커피 캔이 분리되는 모습 같다고 한다. 오버마이어는 시험 비행 중 우주선에서 페어링이 분리되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바보같은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웠다.”

임무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시스템이 필요 없어져 분리된다. 맨 마지막으로 분리되는 것은 기계선이다. 쓰레기통처럼 생긴 기계선에는 임무에 필요한 액체와 기체가 들어 있다. 209km에 이르는 여행 대부분에 걸쳐 4개의 전용 패스너에 의지해 오라이언 캡슐에 들러붙어 있다. 오라이언 캡슐이 지구 대기권으로 강하하게 되면 이 패스너가 분열되어 캡슐과 기계선이 분리되고, 기계선은 대기권에 돌입해 타버리게 된다.

이 폭발식 볼트가 제 때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필생의 화두다. 단 한 번만 쓰고 말 것을 제대로 시험하는 방법. 자신의 목적에 확실히 실패하는 물건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아야 폭발 볼트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

그 답 중 일부는 테이블 위에서 흔들리고 있는 조임 나사, 즉 릴리즈 앤 리텐션 볼트에 숨어 있다. EBAD가 오라이언을 위해 만드는 다양한 하드웨어 중, 지구와 우주에서 가장 심한 혹사를 견뎌야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EBAD의 시험 서비스 부장인 스티브 서스톤은 탁자의 흔들림을 꿋꿋이 견뎌내는 조임 나사를 보며 우리는 그 제품에 지옥같은 고통을 준다.”라고 말한다. 서스톤은 좀 더 조용한 곳으로 가서 부드럽고도 진지한 어투로 이렇게 말했다. “물론 그 제품에게 공정한 처사는 아니다. 그러나 그 제품의 한계를 알고, 그 한계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서는 아침 비가 그치고 밝은 녹색의 가을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한 때 EBAD 공장에 전력을 공급해 주었던 강은 지금도 사내를 흐르고 있다. 수달 가족이 그 강에 둥지를 틀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의 벽 뒤에서 우주 탐사용 볼트의 혹사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코네티컷 주 심스버리는 남북 전쟁 전부터 EBAD의 소재지였다. 그 때는 이 지역 전체에 철광산, 구리 광산, 화강암 채석장들이 많았다. 때문에 땅을 발파해서 팔 일이 무척 많았다. 발파 수단은 원시적이었다. 땅에 구멍을 파고, 화약을 집어넣고, 심지(보통 끈이나 헌옷을 사용)를 연결한 다음 불을 붙이고 숨는 것이었다. 화약이 의외로 일찍 터지는 바람에 미처 숨지 못하고 폭사한 사람도 수백 명이나 되었다.

1831년 이런 기술은 더욱 세련되고 예측 가능하고 안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뉴 잉글랜드보다 더욱 광업이 융성했던 올드 잉글랜드의 콘월 시의 발명가 윌리엄 빅포드가 최초로 안전 신관을 발명, 특허를 받았던 것이다. 빅포드가 만든 안전 신관은 빈 황마 섬유제 밧줄 속에 화약을 채워넣은 것으로, 초당 1cm라는 예측 가능한 속도로 타들어갔다. 1839년 그는 코네티컷 광산 회사와 협력해서 이 안전 신관을 미국에서도 제조 판매하려 했다. 1870년에는 랠프 하드 엔슨도 이 사업에 가담했다. 엔슨의 상속인은 폭발물 사업 범위를 신관 이외 분야로 확장시켰고, 무단으로 개봉될 경우 연기를 뿜는 은행원용 가방 같은 제품도 개발했다.

영업부장인 데이브 노보트니는 회사의 100년 넘는 역사를 내게 간단하게 소개해 주었다. 책상에 앉아 있던 그는 뒤로 몸을 기대며 이렇게 요약했다. “우리는 폭파를 했고, 아주 잘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 했다.” 그러나 빅포드의 시대에조차 가장 중요한 것은 폭파의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타이밍은 지금도 중요하다.

그리고 타이밍이 가장 중요한 곳은 우주비행사들을 태우고 시속 32,000km로 질주하는 우주선일 것이다. 좀 역설적이기는 한데, 사람이 탄 이 우주선의 수십 군데에는 폭약이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이 폭약은 필요할 때 제대로 작동해 줘야 한다.

NASA에서는 이것들을 폭약이라고 하지 않고, 격발 체계라고 부른다. 격발 체계에서 분리 볼트, 즉 폭발 볼트는 핵심 부품이다. <액츄에이터>라고 불리우는 전자 스위치가, 폭발 볼트에 연결된 실 모양의 발화 코드에 전류를 흘려보낸다. 그러면 몇 분의 1밀리초 이내에 격발이 이루어진다. 인간의 눈이 한 번 깜빡이는 시간의 백만분의 1 정도다.

NASA는 창설된 이래 이런 신속한 메카니즘을 의존해 왔다. 항공기의 사출 좌석이나 병기 발사 등의 동작 역시 같은 메카니즘을 사용한다.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의 머큐리 임무에서 격발 체계가 시험되었지만, 언제나 멋진 결과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머큐리 4호 임무 때는 해상 착수 중 탈출 해치가 쓸데 없이 열리는 바람에 캡슐이 침수, 우주비행사가 익사할 뻔 했다. NASA1960년대 중반의 제미니 프로그램 때는 제어 기술을 더욱 다듬었다. 덕분에 격발 장치로 열리는 착륙 장치 같은 새로운 구조물도 나왔다. 인류를 맨 처음 달에 보낸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반의 아폴로 임무에서는 210개의 격발 체계로 24가지의 기계 동작을 제어했다. 그 동작 내용도 달 착륙선 분리에서부터 귀환 시 낙하산 전개까지 다양했다. EBAD는 이들 작지만 중요한 격발 체계에 들어가는 부품들을 다수 납품했다.

그러나 우주왕복선 계획 때는 격발 체계가 그리 조명받지 못했다. 우주왕복선은 격발 체계보다는 재사용 가능한 모터 구동 체계를 장비 탈착과 우주 유영 등의 작업에 더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모터는 완벽하지 못했다는 것이 스투 맥클렁의 설명이다. 맥클렁은 현재 오라이언의 격발 체계를 연구하고 있는 NASA 엔지니어이며, 20년간 우주왕복선 계획에도 관여했다. 격발 체계보다 몇 초나 느렸다. 그리고 더 무거웠다. 하지만 최악의 문제점은 고장이 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수단으로 여전히 격발 체계를 선호한다. “격발 체계가 있으면 뭔가가 고장나도 떼어 버리고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다.”

오늘날 전기 제어 작동은 위성과 무인 체계에 갈수록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과 OSIRIS-REx 소행성 표본 탐사선의 경우만 해도 천천히 태양 전지를 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제어 작동을 쓰고 있다. 노보트니는 반쯤 농담삼아 이런 말을 한다. “격발 체계의 좋은 점은 동작이 매우 신속하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동작이 매우 신속하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나쁜 점은 또 있다. 스페이스 X사의 창립자인 엘론 머스크는 재사용 가능성을 매우 중시한 나머지, 격발 체계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EBAD는 우주왕복선에는 그다지 많이 관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노보트니에 따르면 여러 해 전부터 우주 산업은 격발 체계를 줄이는 게 대세라고 한다. 그러나 오라이언은 우주왕복선 이전 시대의 복고적인 구석이 있다. 통제된 폭발로 신속한 동작을 해야 하는 우주선인 것이다. EBAD사로서는 자신들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기회였다. 그래서 노보트니는 그야말로 한 세대만에 찾아온 기회인 오라이언이 떠나기 전에 붙들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엔지니어 한 팀을 데리고 시행 착오를 겪으며 폭발 볼트 제작을 하고 있다. 종종 개발 결과물을 노보트니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다. 노란 양동이에는 사용된 폭발 볼트의 잔해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그는 그 잔해들을 손님들에게 보여주기를 좋아한다. 그 잔해들은 첨단 기술로 만들어지고 엄청난 시험 과정을 거친 우주 개발용 기기라기 보다는, 막혀져 내버려진 파이프 조각처럼 보인다. 노보트니 팀의 임무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완벽한 폭발 볼트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고정될 때는 확실히 고정되고, 풀릴 때는 확실히 풀려서 우주비행사의 무사 귀환을 돕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노보트니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에서는 갑자기 마음을 바꾸고 구조 임무에 브루스 윌리스를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비행사를 안전하게 귀환시킬 수 있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

EBAD2009년부터 오라이언의 구성품을 만들어 실험해 오고 있다. 이 업무가 시작되었을 때 록히드 마틴은 제원을 적은 방대한 문서를 전달해 주었다. 처음에는 수백 페이지이던 문서의 양은 이후 수천 페이지로 늘어났다. 물론 EBAD는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우주 임무에 특화된 신관을 만들기 위해 1965년에 우주 장비부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비슷한 일을 하는 회사가 여러 군대 있다. NASA에서도 195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분리 볼트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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