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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 없이 주는 나무...전기요금을 낮춰라
아낌 없이 주는 나무...전기요금을 낮춰라
  • 이동훈 기자
  • 승인 2019.07.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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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나무들은 공기와 건강을 주고, 전기 요금도 낮춰준다. 그러나 이것 역시 줄어들고 있다. 일부 선진적인 도시들은 도시의 나무를 늘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볼티모어의 거리를 걷다가 머리 위를 보면 부채 같은 은행잎과 루비색, 붉은 진주색의 버찌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게 보인다. 이는 진 데산티스가 평생을 바쳐 이룩한 결과물들이다. 올해 57살인 그는 토요일에 모자를 쓰고 나와 나무를 심었다.

지역 녹화 전문가인 데산티스의 경력은 치료로부터 시작되었다. 볼티모어 토박이인 그는 어린 시절 일부를 로스 앤젤레스에서 보냈다. 그의 새아버지는 술꾼이었고 어머니는 약물 중독자였다. 매일 밤 새아버지는 술을 마시다가 폭력을 저질렀다. 어린 데산티스는 그럴 때마다 마당의 나무 위로 올라가 숨었다. “나무는 나의 친구가 되었다. 나를 키운 것은 나무였다라고 데산티스는 말한다.

1976년 어느날 밤, 그의 새 아버지는 어머니를 총으로 쏴 죽이고 본인도 자살했다. 이듬해인 1977, 당시 17세이던 데산티스는 볼티모어 동남부의 노동자 지역에 사는 할머니 댁으로 이사했다. 그 곳은 데산티스가 태어난 곳이기도 했다. 그 해 그는 난생 처음 나무를 심었고,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이기는 방법임을 알았다.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 있었다. 곡괭이질과 삽질을 하니 내 속의 분노를 크게 삭일 수 있었다.”

데산티스가 나무를 통해서 얻은 구원은 그 혼자만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무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준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숲 속에 있을 때 스트레스, 심박, 근육 긴장도, 천식 발병률, 혈압이 모두 저하된다.

도시 삼림의 효과는 그 이상이다. 도시 삼림은 공해(특히 자동차)를 막고 도시의 온도를 낮춰 준다. 예를 들어 보면 볼티모어에는 총 57km2 면적의 삼림이 있다. 이 삼림은 연간 55만톤의 탄소를 흡수한다. 이 도시의 60만 인구가 54일간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같다.

삼림만큼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시설도 드물다. 가로와 공원, 가정에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심겨져 있다. 미국 최대의 식목 비영리기구인 식목일 재단의 이사장인 댄 램브는 나무는 지역공동체에 크나큰 건강과 복지를 제공해 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도시의 삼림 면적은 줄어만 가고 있다. 미국 삼림청의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매년 도시 나무 3600만 그루가 사라졌다고 한다. 면적으로 따지면 매년 708km2에 해당한다. 나무들은 보도, 건물, 주차장 등 도시의 인프라에 자리를 내 주고 있다. 이런 인프라의 증가는 매년 675km2에 달한다. 램브는 지금이야말로 나무를 심어야 하는 시기다.”라고 말한다.

볼티모어는 거친 항구 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도시 삼림만큼은 늘어가고 있다. 매년 최대 5,000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그 대부분이 이 도시의 상징이 된 황폐한 동서부에 심어지고 있다. 지난 40년간 획득한 데이터와, 데산티스와 같은 자원봉사자, 지방자치단체, 비영리 기구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볼티모어는 도시 삼림 조성의 표준과 모범을 확립하고 있다.

10대인 데산티스가 볼티모어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1977년 봄의 일이었다. 4명의 시청 노동자가 나무를 심으려고 보도 옆의 흙을 갈아엎고 있었다. 데산티스도 그 일을 돕겠다고 했다. 시청 노동자들은 보수를 줄 수 없는데 괜찮냐고 했다. 데산티스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한 그루라도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싶을 뿐이었다. 데산티스는 미국 시골을 돌아다니면서 나무를 심었다. 그는 실제 나무 심는 과정과 미국 시골에 나무를 심고 다녔다는 사람인 <조니 애플시드> 전설과는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는 것을 빨리 알아챘다. “많은 사람들이 묘목을 심는 걸로 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시 환경에서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기 정도로 성장한 나무를 심는다. 줄기 직경이 최대 5cm는 되어야 하고, 뿌리도 많이 자라 분형근의 직경이 최소 30cm는 되어야 한다. 심으려면 직경과 깊이가 최소 60cm에 달하는 구덩이를 파야 한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데산티스는 나무 심는 일이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그 일에 빠져들었다. 그는 시청의 공원녹지과에 전화를 걸어 나무 심는 일정을 알아내고, 도보나 버스로 그 곳에 가서 일을 도왔다.

그것은 그의 인생에서 이르지만 중요한 한 발자국이었다. 그는 첫 나무를 심은 날 그는 매일 아침 노숙자들에게 땅콩버터젤리 샌드위치를 주는 일도 시작했다. 현재 그는 교회에서 후원하는 고용 센터인 <우리의 일용할 양식> 소속으로, 106세 먹은 할머니의 집에서 함께 거주하며 할머니에게 음식을 먹여주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카리스 홈> 쉼터의 사람들을 위해 쿠키를 구워주기도 한다. 그가 만든 건포도 오트밀은 특히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일들을 하는 이유를 자신의 기독교 신앙에서 찾는다. 그러나 이 일들은 또한 어린 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다 잊으려고도 해 봤다. 그러나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공원녹지과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초기에는 죽은 일본 느릅나무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새 묘목을 심는 일이 많았다. 마름병이 20세기 마지막 위세를 떨치던 1970년대 후반, 미국에서 제일 흔한 느릅나무가 7000만 그루나 죽었다. 곤충이 옮기는 진균성 감염병인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은 미국 전국에 30년간이나 유행했다. 한때 삼림이 울창하던 볼티모어에서도 말라 죽는 나무가 속출했다. 고참 도시 삼림 관리인인 개리 레터론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미국은 나무가 죽으면 도시 미관 외에도 많은 손실이 있음을 알아채기 시작했다. 의회는 200만 달러를 들여 4곳의 도시 삼림 연구 기지를 건설했다. 이 기지들은 1978년에 조지아 주, 캘리포니아 주, 일리노이 주, 뉴욕 주에 개소했다. 지난 1980년대에 미국 삼림청에 입사한 삼림청 수석 연구자 데이비드 노왁은 네덜란드 느릅나무 병 외에도 여러 큰 문제들이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라고 말한다. 과학이 나무가 인간과 도시에 주는 혜택이 무엇인지 밝혀냈다면, 수목 관리자들은 나무를 질병과 개발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그러한 노력은 나무가 주는 이익을 정량화하려는 연구를 촉진시켰다. 1970년대 말 미국 환경보호청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녹지는 분명히 자동차가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흡수하고 있었다. 1980년대 초반 미국 삼림청 연구자들이 펜실베니아 중부의 이동식 주택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나무그늘 덕택에 여름철 냉방용 전력 수요가 최대 75%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주 언급되는 1984년 연구에 따르면 담낭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 입원 환자가 병실 창문을 통해 나무를 보았을 경우, 벽돌 벽만 본 환자에 비해 더욱 빨리 회복되고, 진통제 사용량도 덜하다고 한다. 1989년 당시 삼림청의 말단이던 노왁은 최초의 도시 삼림 평가를 실시했다. 그는 샘플 데이터와 직접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시의 삼림에 총 160,700톤 이상의 탄소가 저장되어 있다고 계산했다.

이러한 증거에도 아랑곳없이, 대부분의 도시들은 나무보다는 경제 개발을 더 중시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의 삼림 관련 평균 예산은 꾸준이 줄어들었다. 반면 화이트칼라 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고층 건물들은 계속 세워졌다. 포틀랜드의 삼림 면적은 1990년대에 걸쳐 42%에서 27%로 줄어들었다. 뉴욕 시도 1984년부터 2002년에 이르기까지 삼림 36km2가 사라졌다. 하지만 볼티모어만은 다른 도시들과는 얘기가 많이 달랐다.

1990년대 초반, 데산티스는 새로운 비영리기구인 <공원과 사람 재단>을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 재단은 볼티모어의 거리와 주차장 녹화 사업을 하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 시민운동가 고 샐리 미첼이 세운 이 재단은, 현 이사장인 리사 슈로더에 따르면 삼림 증가를 위한 집합적 노력의 일부를 실천하는 곳이다.

이런 작은 시민 운동들은 연방 정부의 이목을 샀다. 1993년 미국 삼림청은 볼티모어 시에 <볼티모어 소생> 프로그램 예산으로 250만 달러를 주었다. 10년 동안 17,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였다. 그러나 예산이 충분하더라도 시청, 비영리기구, 현지 기업 간의 협력이 잘 이뤄져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볼티모어 시는 얼마 안 가 알게 된다. 도시 삼림 면적 중 시청에서 직접 관리하는 부분의 비율은 약 20% 정도다.

그들의 깨달음은 다른 도시에도 퍼져갔다. 도시 삼림을 늘리고 유지하려면 필요한 조직과 자원, 인력이 어디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던 것이다. 도시 삼림 관리자 레터론은 다른 도시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 개발이 목표가 되었다고 회상한다.

<볼티모어 소생> 사업에서 다양한 주체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운 레터론과 동료들은, 삼림 지원 예산을 지켜야 할 필요성도 다른 사업을 통해 절감하게 된다. 1998년 국립 과학 재단은 볼티모어 생태계 연구에 자금을 지원했다. 이 연구는 도시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장기 생태 연구 조사였다. 도시의 임관 면적 전체를 측정한 다음, 임관이 공해 감소와 에너지 사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것이었다. 노왁 등 여러 사람들이 이후 10년에 걸쳐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이야말로 돈 많이 드는 도시 미화 계획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예를 들어 볼티모어 시의 나무 덕택에 시민들은 매년 330만 달러의 기후 조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져 2006, 볼티모어 시의 공식 식목 기구인 <트리 볼티모어>가 만들어졌다. 이 기구는 지역 사회 및 주민들과 협력해 도시 삼림을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도시 삼림 관리자인 에릭 딜은 이를 두고 분수령적인 사건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볼티모어 시의 프로그램은 다른 혁신을 가속시켰다. 노왁은 동료들과 함께 대서양 해안 중부 도시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얻은 데이터를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임관이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다. 2006년에 나온 i-트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은 표본 추출 방식으로 나무의 수를 세고, 그 금전적 가치를 더해 공해, 탄소, 에너지 사용량 저감 효과를 보여준다.

여러 도시들은 이 데이터를 사용해 삼림 면적을 늘릴 수 있다. 애틀란타 시에서는 이 소프트웨어의 전구 제품을 사용하여 정책을 수립했다. 지주가 나무를 벨 경우 같은 크기의 다른 나무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이었다. 뉴욕시는 2007년부터 i-트리 데이터를 이용, 10년 동안 4억 달러를 들여 나무 100만 그루를 심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뉴욕 시에서는 나무 700만 그루가 연간 120만톤의 탄소를 흡수하고 있다. 환경보호청은 필라델피아 시에 하수도 범람량을 85% 낮추라고 지시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식목에 24억 달러를 투자하면 이 목표를 달성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물론 나무를 심는 대신 하수관 공사를 하는 대안도 있지만, 그 비용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한다. 노왁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해 가르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사람들은 우리의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데산티스는 몸매가 곧고 날씬하다. 마치 막대빵을 연상시키는 그 몸뚱이가 파란 퍼퍼 코트를 입고 볼트모어 시의 남동쪽에 이웃한 도시인 캔톤으로 걸어간다. 그는 자동차는 물론 휴대전화도 소유해 본 적이 없다. 아직 추운 3월의 토요일이었다. 그는 캔톤의 식목 단체가 참나무 3그루와 단풍나무 2그루를 심는 것을 도우러 간다. 그의 15,219번째~15,223번째 나무가 될 것이다. 그가 심은 나무의 수는 그의 머릿속에만 저장되어 있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아무도 그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공원과 사람 재단의 전직 프로그램 관리자인 아만다 커닝햄은 진은 언제나 현장에 있었다고 말한다.

데산티스는 진심을 가지고 나무를 심고 있지만, 그가 이제까지 심은 나무도 트리 볼티모어의 목표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트리 볼티모어는 현재 28%인 볼티모어 시의 삼림 비율을 2037년까지 40%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목표는 지난 1990년대 후반 자연보호 비영리기구인 <미국 삼림>이 정한, 삼림 지역 도시별 최적 삼림 비율에 따른 것이다. 삼림 지역이 아니라 초원 지역과 사막 지역의 도시는 이 비율이 각각 20, 15%로 정해져 있다.

오늘날 볼티모어 시가 이 목표를 달성할 이유는 더욱 커졌다. 연방 정부는 볼티모어 시에 체사피크 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오염물질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스팔트나 콘크리트는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무는 폭풍우가 몰고 온 물을 빨아들여, 오염물질이 들어 있는 이 물이 체사피크 만으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미국 삼림청에 따르면 완전히 성장한 나무 한 그루는 1년에 약 14만 리터의 물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 곳에나 나무를 심을 수는 없다. 그래서 트리 볼티모어는 약 60개의 현지 기구와 협력해 새 나무가 가장 잘 자랄 지역을 찾아 지도화했다. 예를 들어 체사피크 만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모임에서는 비흡수성 지대 때문에 침수가 잘 일어나는 지역을 차트를 사용해 찾아낸 후, 그 주변에 새 나무를 심을 것이다. 이 곳의 사무국장인 찰스 머피는 나무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곳에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차트는 그늘을 늘려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을 파악하는 데도 유용하다. 예를 들어 미국 삼림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볼티모어의 동쪽과 서쪽의 분리된 지역에는 녹지가 매우 부족하다. 반면 시 북쪽의 롤랜드 공원의 녹지는 가지치기 등 유지관리만 잘 해 주면 된다. 머피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나무를 원하는 사람을 저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녹지를 늘려야 할 곳은 지도를 보고 정한다.”

이들의 지속적인 노력은 데산티스 등의 시민들이 수 십년 동안 도움을 주었기에 가능했다. 데산티스는 올 가을 식목철이 되기 직전에 만 58세가 된다. 첫 나무를 심은 지 41년이 지났다. 2019년 트리 볼티모어는 2,000그루의 새 나무를 심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 사회와 비영리 기구의 동료들이 1,000그루를 또 심을 것이다. 이 기구들은 나무를 심을 자원 봉사자들을 찾고 있다. 그리고 데산티스도 언제나 그랬듯이 곡괭이를 들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서 함께할 것이다.

 

이동훈 기자 leedonghoon@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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