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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버펄로, 더 이상 이동하지 않는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9.10.16 07:30
  • 수정 2019.11.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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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보전에 성공하는 것처럼 보여도, 버펄로는 여전히 멸종의 위험에 처해 있을 수 있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쌓인 눈은 늦겨울의 햇살을 받아 눈부시게 빛났다. 덥수룩하고 윤기 나는 겨울털을 기른 거대한 버펄로들이 그 속을 거닐고 있었다. 길 위에 서 있는 필자로부터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한 무리의 버펄로들이 모여서 하늘로 말린 뿔을 스치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 눈을 헤집으면서 부드럽게 툴툴 소리를 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필자 눈앞의 계곡에 100여 마리의 버펄로가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갤러틴 레인지의 급경사에 수풀처럼 보이는 물체들이 점점이 늘어서 있었다. 필자는 그것들이 낮은 곳으로 내려오는 버펄로들임을 알아챘다.

옐로우스톤의 버펄로들은 매년 겨울마다 수십 마리씩 무리지어, 먹이를 찾아 고지대에서 내려온다. 버펄로 대이동의 흔적은 북미 대륙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무수한 버펄로들이 새로운 영토를 향해 강가와 능선을 따라 밟고 지나간 길은 버펄로 길이라고 불린다. 버펄로 길은 블루리지 산맥의 컴버랜드 고개를 따라 루이스빌 인근 오하이오 강을 건너고, 빈센스 길을 따라 인디애나 주와 일리노이 주를 통과한다. 초기 개척자들은 이 버펄로 길을 따라가면서 서부에 정착했다.

물론 이런 장소들에서 야생 버펄로들이 사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20세기가 되면 서부로 이동하던 개척민들, 갈수록 발전하던 사냥 산업, 버펄로 개체 수 감소를 통한 인디언 박멸 시도 때문에, 한 때 수천만 마리에 달하던 버펄로 개체수가 불과 23마리 남았다. 그들은 내가 옐로우스톤에서 처음으로 버펄로를 본 위치에서 남쪽으로 불과 몇 km 떨어진 계곡에 도망쳐서 살았다.

오늘날 존재하는 미국 버펄로는 미국 환경보호 운동의 대성공 사례다. 100년 이상의 보호 운동 덕택에 현재 미국에만 50만 마리의 버펄로가 산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은 선조들과는 많이 다르다. 이 버펄로 중 무려 96% 이상이 축화된 것으로, 육우로 사육된다. 나머지 19,000마리 중 대부분도 철조망 속에 갇혀 인간에 의해 관리된다.

옐로우스톤의 버펄로들은 다르다. 이 공원에 사는 버펄로들은 마지막 남은 야생 버펄로라 할만하다. 과거 절멸을 피한 마지막 버펄로들이 남았던 이 작은 땅에서 선조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의 도움 없이도 자기들끼리 싸우고, 식사를 하고, 새끼를 낳는다. 겨울철 얼어붙은 호수나 강을 걸어 다니다가 얼음이 깨져 물에 빠져 죽기도 한다. 노쇠한 개체는 곰과 늑대에게 잡아먹힌다. 겨울이 되어 먹이가 줄어들면 이들은 먹이를 찾아 8,900km2 면적의 보호 구역을 건너간다. 이 면적은 그들의 선조들이 살던 땅의 1%도 안 된다. 이들이야말로 미국의 마지막 남은 진정한 야생 버펄로다.

이들은 야생성 덕택에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은 버펄로를 첫 국가 포유동물로 지정했다. 5개 주정부의 인장과 깃발에 버펄로가 나온다. 또한 매년 수억 달러의 돈을 벌어들이는 관광 자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학자들과 환경 보전 운동가들은 옐로우스톤의 버펄로들이 야성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경고한다.

이 공원의 외곽에 사는 농민과 시민들은 이주하는 버펄로들이 늘 불편했다. 게다가 전염병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과학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옐로우스톤의 암컷 버펄로 중 반 이상이 브루셀라 병을 보균하고 있다고 한다. 브루셀라 병은 박테리아성 전염병으로, 임신한 축화된 암소를 유산시킨다. 버펄로에서 축화된 소로 이 병이 전염되었다는 기록은 없다. 그러나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공원 이북의 땅을 관리하는 몬타나 주정부 축산국은 옐로우스톤 공원 관리소, 미국 농무부, 원주민 부족들과 2000년부터 다음과 같은 협정을 맺고 있다. 공원 내에서는 버펄로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되, 공원 밖으로 나온 버펄로는 얼마든지 사냥해도 좋다는 것이었다. 공원 밖으로 나온 버펄로들 중 일부는 사냥꾼들과 원주민들에 의해 사냥 당했고, 그보다 더 많은 수가 야생동물 관리인들에게 포획되어 도축장으로 보내졌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밖으로 나가려고 한 버펄로 중 살아남은 것은 거의 없다.

인간은 창을 사용해 사냥을 하면서부터 자연 선택에 개입해 왔다. 그러나 야생 생물학자이자 콜로라도 주립 대학 퇴직 교수인 제임스 베일리에 따르면, 인간이 옐로우스톤 공원 밖으로 나오는 버펄로를 제거하고 공원 내부의 버펄로만 살려두는 것은 적응력이 뛰어난 야성적 유전체를 해체하고 줄이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그는 옐로우스톤 같은 곳 인근 주민들이 꼭 필요한 개입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자신이 20년간 가르쳐 온 분야인 <야생생물 관리>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야생생물 관리의 결과는 이미 중대한 수준이다.

그는 사람들은 늘 숫자를 좋아한다. 얼마나 필요한가? 유전자 다양성은 얼마나 필요한가? 자연 선택은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기준들은 다 매우 임의적이다. 따라서 확답을 기다려봤자 소용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우리는 엄연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버펄로의 야성을 위축시키는 현실이다.”라고 말한다.

보호구역 내의 동물들은 멸종은 면할 것이다. 그러나 이 마지막 남은 야생 버펄로들의 이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한다면, 이 지역의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야생 버펄로도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미국인들은 서부를 농부들의 낙원으로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서부의 진정한 주인은 버펄로였다. 버펄로의 영토는 한때 미국 40개 주에 달했다. 이들은 해당 생태계의 핵심종으로, 다른 모든 종들이 이들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풀을 뜯어먹으면서 발굽과 뿔로 땅을 갈고, 씨를 운반하면서 땅의 습도를 높여 식물의 성장을 도왔다. 작은 포유류와 새들은 이들의 빠진 털을 둥지의 단열재로 사용했다. 버펄로가 땅에서 뒹굴며 생긴 작은 웅덩이에는 물이 고여 곤충과 개구리가 살았다. 버펄로는 천 년 넘게 다른 생물들과 공생 및 공진화하면서, 버펄로와 그 활동 능력이 없으면 안 되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런데 인간들이 버펄로를 거의 멸종시키고, 그들이 살던 자리에 축화된 소를 키웠다.

19세기 후반, 제혁업자들이 생가죽 무두질 가공법을 개발하자 버펄로 학살은 절정에 달했다. 1870년 한 해 동안만 해도 약 200만 마리의 버펄로가 사냥 당했다. 그 이후 3년 동안 가죽 사냥꾼들은 매일 약 5,000마리의 버펄로를 사냥했다. 1883년 중반이 되자 미국 내 버펄로는 사실상 멸종되었다.

농부들은 버펄로가 사라진 평원에 가축들을 잔뜩 풀어 놓았다. 그러나 이 가축들은 이곳의 생태계와는 맞지 않았다. 이들은 여름풀을 뿌리까지 무차별적으로 먹어치웠다. 이 때문에 토착 식물이 줄어들고, 성장 속도가 더욱 빠른 외래종들이 들어왔다. 이들 외래종들 중 일부는 영양가가 별로 없었다. 가축들은 가혹한 겨울을 견뎌야 했다. 그러나 이 가축들은 깊이 쌓인 눈을 헤치고 그 속에 살아남아 있는 식물을 먹을 능력이 없었다. 영구 수원에서 반나절 이상 거리만 가도, 탈수 증상으로 죽을 각오를 해야 했다.

반면 버펄로들은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사우스 다코타 주의 농부인 댄 오브라이언은 자신의 책 <상한 마음의 버펄로>에 기록한 바에 따르면, 버펄로는 겨울에는 눈을 먹고, 작은 풀들을 찾아내며, 땅을 파서 물을 찾아냈다. <상한 마음의 버펄로>는 오브라이언이 기존의 축산 농업에서 벗어나 방목형 버펄로 사육을 시도한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다. 버펄로는 실로 다양한 것들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수원으로부터 몇 km 이상 멀리 나가도 살 수 있다. 축화된 소와 버펄로의 차이는 그야말로 확연했다.

오늘날의 우리는 버펄로의 생존에 적합한 상태였던 자연 상태를 직접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옐로우스톤 덕택에 그 모습이 어땠는지 추측할 수는 있다. 안경을 끼고 말씨가 부드러운 크리스 제레미아는 이 공원의 선임 버펄로 생물학자이다. 그는 버펄로가 다른 대형 유제류(가지뿔 영양, 사슴, , 엘크)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다. 봄이 되어 기온이 높아지면 모든 동물들은 피어나는 식물들을 따라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올라간다. 그러나 버펄로는 봄 중순쯤이 되면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올라가기를 멈추고, 중앙 지역에서 머무르며 그 곳의 식물만 먹는다는 것이다.

제레미아는 그들의 모습이 교외의 잔디밭 같다고 말한다. 봄이 끝날 무렵 축화된 소가 풀을 뜯었던 지역의 식생은 황폐화된다. 그러나 버펄로가 풀을 뜯었던 지역의 식생은 매우 풍부하다. 버펄로의 이동을 제한하면 자연의 재생 능력을 없애게 된다고 제레미아는 지적한다.

그러나 버펄로의 이동을 막는 것은 그의 일 중 하나다. 1995년 몬타나 주는 옐로우스톤 국립 공원을 고소했다. 이 공원의 버펄로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니면서 해당지역의 산업을 방해한다는 것이었다. 축산 이해 단체들과 현지 농부들은 버펄로가 축화된 소가 먹을 풀을 다 뜯어먹고, 재산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루셀라 병원균을 축화된 소에 옮길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5년 후, 치열한 법정 싸움 끝에 <부처간 버펄로 관리 기구(이하 IBMP)>가 만들어졌다. 이곳에서는 매년 11월마다 회의를 통해, 다음 겨울에 사냥할 버펄로의 두수를 정한다. 이 기구에는 몬타나 주 축산국, 몬타나 주 어업 야생생물 공원관리국, 국립공원관리청, 농무부 동식물 검역청, 삼림청, 3개 인디언 부족이 포함된다. 이들은 매년 일정 두수의 버펄로를 포획 도살함으로서, 옐로우스톤 버펄로 개체수를 3,000~4,200마리 사이로 유지한다. 이는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숫자다.

어린 버펄로가 차가운 강철로 된 압박식 보정틀에 묶여 몸부림치고 있다. 공포에 빠져 고개를 이리저리 휘젓고 있다. 2명의 국립공원 관리 직원이 전기충격 막대기를 휘두르며, 유압으로 작동되는 문을 닫았다. 고작 한 살 먹은 버펄로는 꼼짝 못하게 된 채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제레미아와 동료들은 버펄로의 치아를 검사하고, 브루셀라 병을 검사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한 다음, 털이 무성한 옆구리에 번호표를 붙였다. 몇 분 후, 이 버펄로는 다른 여러 불운한 버펄로들이 있는 외양간으로 보내졌다.

버펄로들은 이전 세대로부터 이동 경로를 배운다. 그 이동 경로를 배운 버펄로들이 거의 모두 다 죽는다면, 인간은 이동하지 못하는 버펄로들만 본의 아니게 남겨놓게 되는지도 모른다.

이곳은 스티븐스 크리크 포획 시설이다. 옐로우스톤 북쪽 경계에 있는 계곡에 위치한 축사 단지다. 이곳은 버펄로를 가축처럼 다룬다. 여기 온 버펄로 대부분은 트레일러에 실려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브루셀라 병 음성 판정을 받은 개체 일부도 마찬가지다. IBMP는 이런 방법을 써야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버펄로와 엘크에게 브루셀라 병을 처음 옮긴 것은 국립공원 내에 방목되던 축화된 소였다. 20세기 중반 브루셀라 병은 세계에서 제일 흔한 동물원성 감염증이 되었다. 미국 내 축화된 소 124천 마리를 감염시켰다.

이 병은 다수의 가축들에게 전염되면서 농부들에게 큰 경제적 타격을 입혔다. 인체에 대한 타격은 더욱 컸다. 이 질병은 소독되지 않은 우유를 통해 인간에게도 전염된다. 인간에게는 유산까지는 일으키지 않는다. 관절통, 도한, 두통을 유발할 뿐이다. 그러나 전염 범위는 넓었다. 1947년 한 해 동안 브루셀라 병의 인간 발병 사례는 6,400건이 보고되었다. 이로서 미국은 이 병을 박멸하기 위해 전국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되었다. 즉 한 마리라도 이 병에 걸린 동물이 발견되면 그 동물이 속한 무리 전체를 살처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 따라 가축용 백신도 나왔다. 백신의 효과는 65%밖에 되지 않지만, 집단 살처분 보다는 나았다.

이러한 시도들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성공적이다. 현재 매년 브루셀라 병에 걸린 가축 집단 수는 10개가 안 된다. 매년 브루셀라 병 진단을 받는 사람의 수도 100명이 안 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립 공원 내의 모든 버펄로와 엘크를 죽일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야생동물들에게 백신을 접종할 수도 없다. 버펄로 무리의 50%는 여전히 브루셀라 병원균을 보균하고 있다. 옐로우스톤 지역은 미국에 마지막 남은 브루셀라 병원균의 보균지인 셈이다.

브루셀라 병은 전염성이 매우 높아서 위험하다. 몬타나 주정부 소속 수의사인 마티 잘루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브루셀라 병에 걸린 소가 사산을 하면, 무리의 다른 소들이 호기심을 보인다. 사산된 태아의 냄새를 맡고, 핥아보고 심지어는 조금 물어뜯어 먹어보기도 한다.” 농부들은 브루셀라 병원균을 보균한 버펄로가 축화된 소 근처에 오는 위험을 감내하고 싶지 않다.

최근 수 십 년간 야생동물이 축화된 소에게 브루셀라 병을 옮긴 사례 중 대부분은 엘크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공원 밖으로 나오는 엘크에 대한 제재는 없다. 혹자는 이것이 출산 습관 때문이라고도 한다. 브루셀라 병의 전염성이 가장 높은 시기는 출산 시인데, 버펄로들은 한 개체가 출산을 할 때면 다른 개체들이 그 주변에 다 같이 모이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엘크는 혼자서 출산하는 쪽을 좋아한다.

야생생물학자 베일리처럼 브루셀라 병 문제는 문화 충돌의 사례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베일리는 자신의 책 <미국 평원 버펄로를 방생하라>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러한 정치적 전술은 야생 버펄로가 공유지에서 개인의 가축과 먹이 경쟁을 하게 하자는 짜증나는 주장을 막는 데 성공했다.”

잘루키는 버펄로 도축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규칙을 완화하는 데에도 반대한다. “규칙 완화는 이런 말과 똑같다. ‘우리 개는 마당 밖으로 나가지 않아요. 그러니 우리 집에는 울타리가 필요 없어요.’ 그런 사고방식대로 행동하면 과거의 성공이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베일리는 질병 관리를 통해 버펄로 유전체가 느리지만 착실히 축화되어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공원 내의 버펄로 이동 방식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매년 옐로우스톤 서쪽 경계로 가는 버펄로가 줄어드는 것은, 그 경계를 벗어나는 버펄로들을 여러 세대에 걸쳐 사냥해 도축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버펄로는 이주 경로를 이전 세대로부터 배운다. 베일리는 버펄로는 이동 능력을 활용해 계절과 기후에 맞는 다양한 서식지에서 살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버펄로 야생성의 일부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특정 경로로 갔던 버펄로들이 거의 모두 죽는다면, 그러한 야생적 습성 또한 죽고 마는 것이다.

가디너 인근 89번 고속도로의 마일 표지 10번에는 옐로우스톤 강의 굽이가 있다.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농부 행크 레이트는 하버드 대학을 나왔고, 미국 삼림청에서도 일했다. 그는 이곳에서 가족과 수십 마리의 가축을 데리고 50년 동안 살아왔다. 그는 이곳을 <온대의 세렝게티>라고 부른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야생동물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다. 그의 집 현관에서 그와 이야기하던 필자는 두 대머리 독수리들이 물고기 한 마리를 놓고 싸우는 장면에 놀라 그와 잠시 대화를 잇지 못할 정도였다.

레이트는 버펄로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브루셀라 병의 위협도 그리 크게 걱정한 적이 없다. 그도 알다시피 이곳은 버펄로의 땅이다. 그는 단지 이곳에 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최근, 레이트는 몬타나 주가 버펄로 서식지의 증대를 허용하는 모습을 보았다. 2015년 말 주지사 스티브 벌록은 옐로우스톤 국립공원 북쪽 및 서쪽 출입구 밖에 버펄로 완충지대를 1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이 완충지대의 버펄로를 수렵하거나 공원 내부로 돌려보내는 일은 불법이다. 완충지대에는 레이트의 집을 둘러싼 공유지도 포함된다. 덕분에 레이트의 이웃들은 가축들을 데리고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다.

레이트는 누구나 자기처럼 대자연을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속도 시속 64km를 낼 수 있는 몸무게 900kg 정도의 생물은 무자비하게 생활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인간의 고속도로와 주택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버펄로의 생활공간이 조금이라도 넓어진 덕분에 그들의 야생성이 유지되고 계속 특별한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다면, 레이트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

공원의 생물학자인 제레미아의 생각은 좀 다르다. 그는 야생 버펄로를 완벽히 보존하려면 다른 곳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면 내 아들 세대쯤에는 언제나 야생 버펄로를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스티븐스 크리크에 검역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수년 동안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몬타나 주 축산국과의 협정을 통해 브루셀라 병 음성 판정을 받은 야생 버펄로를 축화된 소와는 멀리 떨어진 몬타나 주 내의 다른 곳 및 서부 각지에 보내고자 한다. 이곳에서 야생 버펄로들은 자유롭게 번식하고 이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목표로 나아가는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버펄로를 보러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 온다. 버펄로의 복원은 지난 세기의 가장 뛰어난 야생동물 보전 활동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진화가 이루어지면, 다음 세대의 방문객들은 돌이킬 수 없는 내재적 변화를 이룬 버펄로들을 보게 될 것이다. 평생을 바쳐 버펄로를 연구하고 보전하며 도축해 온 사람들은 그렇게 되게 내버려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옐로우스톤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직 버펄로의 야성을 보전할 수 있다. 버펄로를 진정으로 보전하려면, 사람들은 버펄로와 대립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면서 버펄로를 올바른 방향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제레미아는 버펄로 보전이 가능하기를 바란다. 나는 충분한 땅만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버펄로가 버펄로답게 살 수 있는 다른 곳도 많다.”고 말한다. 과거 미국 대서부의 살아 있는 상징들은 현재 국립공원에나마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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