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링 딩, 국립 싱가포르 대학 분자 생물학자
투구게는 현대 약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생물이다. 5억 년을 생존한 이 종의 밝은 청색 혈액은 인간 패혈성 쇼크를 일으키는 박테리아 독을 만나면 굳는다. 제약 회사들은 이 혈액을 이용해 정맥 주사제의 패혈성 쇼크 박테리아 독성 검사를 하고 있다. 너무 많이 사용하는 탓에 투구게의 개체수가 감소 위험에 내몰릴 지경이다.
1980년대 우리 연구팀은 투구게 혈액과 같은 응고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합성하려고 했다. 우선 투구게 혈액이 어떤지를 알아야 했기에 싱가포르 북해안의 뻘밭에 투구게를 잡으러 갔다. 뻘덩어리 냄새는 정말 독했다. 우리는 잡은 투구게의 혈액을 몇 cc 정도 채취하고 다시 방생해 주었다. 그러나 제약 회사에서는 투구게의 혈액을 너무 많이 채취하는 탓에, 방생을 해주어도 죽고 마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연구소에서는 이렇게 만든 대체 물질을 2004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기업에서 투구게 혈액을 사용하고 있다. 변화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가 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