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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비행사들이 13년간 기록한 희노애락과 오욕칠정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08.29 15:01
  • 수정 2019.09.0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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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명의 우주 비행사들이 13년간 기록한 희노애락과 오욕칠정은 엄청난 분량이다. 스투스터의 추정에 따르면 러시아 소설책 2질 분량은 된다고 한다. 스투스터는 각각 2003~2010, 2011~2016년에 걸쳐 진행한 두 건의 연구 자료에 대해 그들은 동료나 항공 전문의에게도 말하지 못한 약점을 나에게 말했다고 말했다. 스투스터는 모인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흐름을 찾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신입 우주 비행사들도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우주 여행이 신선하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한 우주 비행사는 7개의 창문이 달려 있는 큐폴라 모듈에 대해 이렇게 썼다. “이젠 더 이상 여가 시간마다 큐폴라에 가고 싶지가 않다. 물론 그 광경이 놀랍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젠 그걸 봐도 그다지 호기심이 동하지 않는다.”

물론 국제 우주 정거장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 중에는 생명줄을 사용한 우주 유영도 있다. 그러나 그런 활동을 제공하지 않으면 실망감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NASA가 우주 유영 일정을 취소해 버리자 어떤 우주 비행사는 이런 글을 썼다. “한동안 일기 쓰기도 싫어졌다. 우주 유영 취소는 내 가슴에 칼을 박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우주 비행사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기로 했다. 안전과 건강을 우선적으로 생각한 조치이기는 했다. 그래도 쓰지도 않은 장비를 이틀에 걸쳐 정리하려니 정말 불쾌한 기분이었다고 그는 일기에 적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어도 업무와 그 압박감은 언제나 우주 비행사들의 마음 속 중심에 있다. 어떤 우주 비행사는 이렇게 적었다. “오늘은 힘든 날이었다. 자잘한 일들이 많았다. 피곤하다. 지상에서는 예전에 비해 같은 업무에 대한 시간을 덜 책정하는 것 같다.” 또 다른 우주 비행사는 임무 통제실이 우주에서의 업무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21개의 장비를 가지고 55단계에 걸쳐 수행되는 작업에 시간을 30분밖에 주지 않는다!”

분명 앤더슨 이외에도 NASA에 대해 불만을 대놓고 나타낸 우주 비행사는 많았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전구를 가는 데 필요한 인원은? 지구와 마찬가지로 1명 뿐이다. 그러나 그 절차의 난이도는 지구와 비교할 바가 안 될 정도로 어렵다. 어느 우주 비행사는 이렇게 적었다. “전구를 갈기 전에 우선 안전 고글과 진공청소기부터 준비해야 한다.” 게다가 새 전구는 플라스틱 상자에 들어 있다. 만약 안에서 이미 깨진 상태라면 상자 내에 파편이 들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전구 설치가 끝난 다음에, 설치 상태를 사진 촬영하고 나서야 전구를 켤 수 있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NASA는 매사를 이런 식으로 처리한다.”

지루함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구에서라면 훨씬 싸고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우주에서는 우주 비행사들의 효율과 시간을 낭비해가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강하게 들었다.” 어떤 우주비행사는 소모품 검사를 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았다.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는 물품을 사용할 때마다 기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물품이 들어있는 통을 다 열어 꺼내보고, 전수 조사를 한 다음에 도로 제 위치에 돌려놓아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절차는 비효율을 드러내기도 했다. NASA가 통신을 제대로 못 해서, 메인 코스 요리가 재보급 2주 전에 소진되기도 했다. 한 우주 비행사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식사 시간에 치킨만 나온다고 불평해서는 안 되었다. 그것조차도 얼마 못 가 없어져 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량 부족의 결과에 대한 불평도 있었다. “자의로 살을 빼는 것과 타의로 살을 빼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국제 우주 정거장 승무원들은 통신 또는 육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불평도 일삼았다. 우주 비행사 한 명이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하거나, 인터넷의 유명인이 되면, 나머지 우주 비행사들은 그 사람이 하지 못하고 지나친 일이 있다고 신경질을 냈다. 또 마치 주말 자동차 여행에 나선 형제자매들처럼 저 사람의 콧바람이 나한테 와 닿는다.” 같은 것을 가지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어떤 우주 비행사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나는 간절하게 여기서 나가고 싶다.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장기간 살게 되면, 예전에 짜증나지 않던 것들에도 어느새 짜증이 나게 된다.”

그러나 우주 비행사들이 언제나 불평만 얘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꼼수를 잘 써서 오래 떠 있기 게임 같은 간단한 놀이를 하기도 했다. 어떤 우주 비행사는 지구가 보이는 방에서 옷을 벗고, 지구를 향해 엉덩이를 드러내 보이는 욕설을 하고서는 그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리기도 했다. 일기장을 보면 미국 우주 비행사들과 러시아 우주 비행사들이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 SF 영화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함께 감상했다는 내용도 있다.

, 공상과학물의 열성팬인 어떤 우주 비행사 때문에, 팀원 전원이 <스타 트렉> 영화 전편을 다 보게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영화 속에서 스포크가 처음으로 손을 V자형으로 만들어서 하는 벌컨식 경례를 하자, 모든 승무원들이 다 따라했다. 그 우주 비행사는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내가 40년 전에 했던 것을 전 승무원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재미있었고 향수를 자극했다.”

사진 촬영 및 돌려보기도 즐거운 일이었다. 어떤 사진 촬영 마니아 우주 비행사는 남극 케르겔렌 섬에 있는 프랑스 연구 기지를 촬영하려고 1주일이나 투자했다. 그 기지에서도 국제 우주 정거장과 마찬가지로 연구자들이 고립된 채 근무하고 있다. 결국 그 우주 비행사는 프랑스 연구 기지 촬영에 성공했다. “그 사진을 프랑스 연구 기지에 보내 주고 싶다는 말도 일기에 적혀 있었다.

우주에서 본 지구에는 국경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심리학에서 말하는 조망 효과를 통해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광대한 우주 속에서 지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지구 위에 사회적 개념인 국경을 그어놓고 아웅다웅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우주에서 보게 되면 누구나 지구가 아름다우면서도 연약하며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된다. 한 우주 비행사는 나는 이곳에서 6개월 동안 매일같이 본 것을 이해하는 데 남은 평생을 바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찌되었건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다. 어떤 우주 비행사는 이런 글을 썼다. “그리운 것들이 점점 많아졌다. 우선 가족이 생각났다. 진짜 샤워도 하고 싶었다. 카페라테도 먹고 싶었고, 비도 보고 싶었다... 먹구름 아래에 있어 보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어쩔 수 없는 지구의 자식일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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