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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탐사의 새 지평을 열려는 야심찬 시도

  • 기자명 임현재 기자
  • 입력 2019.08.30 11:25
  • 수정 2019.09.0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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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베스코보는 각 대륙에서 제일 높은 7개 산의 정상을 오른 후, 북극점과 남극점에도 스키를 타고 다녀왔다. <탐험가의 그랜드 슬램>이라고 불리는 이 임무를 해낸 사람은 전 세계에서 66명 뿐이다. 2017년 이 일을 해낸 베스코보는 이미 탐험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겼다. 그는 장비를 내려놓고 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53세의 텍사스 출신 개인 주식 투자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베스코보는 에베레스트와 남극을 정복한 이후 더 큰 것을 정복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우주에 나갈 여건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기가 막힌 다음 과제를 찾아냈다. 일곱 정상을 정복한 다음 갈 그의 다음 목표는, 그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다섯 해연이었다.

다섯 개 대양의 해저를 모두 정복한 사람은 없다. 심지어 시도해 본 사람도 없다. 다만 1960123일 세계에서 제일 깊은 바다인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에 해군 대위 돈 월쉬와 자크 피카르가 사상 최초로 가 보았다. 그 이외에 챌린저 해연에 가 본 사람은 영화감독이자 해양 팬인 제임스 카메론 뿐이다.

그래서 베스코보는 201812, 개장한 미 해군 군함인 <프리슈어 드롭> 호를 타고 푸에트로리코로 떠났다. 그의 심해 잠수정 <리미팅 팩터> 호를 타고 대서양에서 제일 깊은 곳인 수심 8,376m의 해저를 탐험하기 위해서였다.

<리미팅 팩터><트리톤 서브마린스> 사에서 베스코보의 주문을 받아 만든 독특한 심해 잠수정이다. 이 회사의 사장인 패트릭 레이는 이 잠수정에 혼자 타고 잠항하겠다는 베스코보의 생각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레이는 부조종사를 반드시 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베스코보는 그런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베스코보는 고정익기와 헬리콥터도 늘 직접 조종한다. 그는 나는 패트릭에게 처음부터 이렇게 말했다. ”나는 혼자서 다섯 해저를 탐사할 수 있는 잠수정을 원해라고 말한다. 내향적인 그는 뭐든 혼자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혼자서 하는 건 여럿이서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베스코보는 조용하고 거의 선불교적인 삶을 사는 사람이다. 댈러스 토박이인 그의 긴 금발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있다. 그는 흥분했을 때도 조용하게 말한다. 지난 12월 아침 잠항 전 회의에 나온 그의 태도는 특별히 여유가 넘쳤다. 그는 <탐험가 클럽>의 깃발을 잠수정에 싣고 가는 데 동의했다. <탐험가 클럽>은 현장 연구 지원을 위한 탐험가들의 모임이다. 이번의 대서양 탐험때 그는 해저에 이 깃발을 게양하기로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다 잘 된다면, 그 이후 남은 4번의 탐험에서도 같은 깃발을 게양하고 나서 뉴욕 시의 탐험가 클럽 본부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 날 회의실의 전반적 분위기는 긴장되어 있었다. 이 날은 베스코보가 푸에르토 리코 해구로 잠항하는 6번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었다. 그리고 이번 잠항을 마치면 그는 텍사스의 생업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는 두 번이나 시운전을 떠났다가 취소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잠수정의 해치에서 물이 샜고, 그 다음에는 잠수정의 유일한 기계 팔이 떨어져 나갔다. 그 팔은 과학적 가치를 지닌 것을 채집하는 용도였다. 또한 해수 때문에 전기 회로가 단락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가변 밸러스트 시스템에 고장이 났다. 가변 밸러스트 시스템은 잠항 중에 약간의 무게추를 내버릴 수 있는 장치다. 베스코보는 이는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다 보면 생길 수 있는 엔트로피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인공위성은 청정실에서 조립되는 것이다. <리미팅 팩터>는 플로리다 주 베로 해안의 면적 929m2의 공장에서 제작되었다.

이 회의가 있기 48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번의 푸에르토 리코 잠항은 연기되고, 1년 만에 5번의 잠항을 하겠다던 계획 역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은 고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

그리고 트리톤의 선상 팀(트리톤의 건조에 참여한 엔지니어와 기술자로 이루어졌다.)36시간 동안 열심히 일해 준비를 마쳤다.

베스코보는 회의실의 모두에게 자신이 편안함을 알렸다. <리미팅 팩터>의 기계 팔이 또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밸러스트 시스템이 예상처럼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항 및 부상 체계, 생명 유지 체계 등의 핵심 기능은 모두 최상의 상태였다. 그는 잠수정의 안전 상태가 확실해 탐험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본다. 언제나 계산된 위험은 있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이보다 더 큰 위험을 무릅써 왔다. 그러니 이 정도면 납득할 만 하다.”고 말했다.

다섯 해연 탐험 대장인 롭 맥컬럼은 그는 수심 850m에 잠수하기 전에도 그렇게 말했다.” 고 농담한다. 맥컬럼은 베스코보가 이번 탐험에 걸고 있는 야망의 크기를 이 배의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탐험팀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큰 노력을 들였는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심해 잠수 임무에 대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제임스 카메론의 챌린저 해연 탐사의 시험 프로그램을 지휘했고, 러시아의 미르 잠수정을 이용해 <타이타닉> 호 및 <비스마르크> 함의 잔해도 여러 차례 탐사했다. 그러나 2005년 미르 잠수정이 퇴역하자, 해저 3,800m에 있는 <타이타닉>의 잔해에 도달할 수 있는 상용 잠수정은 없어졌다. 모든 것이 잘 되어 준다면 <리미팅 팩터>는 미르보다 더욱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할 것이다.

맥컬럼은 우리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오랫동안 매우 큰 노력을 들였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다. 대원들도 잠수정의 상태에 대해 자신감이 넘친다. 누구도 더는 괴롭히고 싶지 않다. 계획은 매우 간단하다.”고 말했다.

잠항했다가 부상하는 것 외에 다른 계획은 없었다.

점심식사 이후, 베스코보를 태운 잠수정은 잠항을 시작했다. 해저까지 내려가는 데만 약 3시간이 걸릴 것이었다. 그리고 해저에 1시간을 머물면서 극한 상황에 견디는 잠수정의 능력을 볼 것이다. 부상에는 2시간이 소요된다.

베스코보가 잠항하고 있는 동안, <프리슈어 드롭> 호의 통제실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스크린을 보면서 정기 음성 확인을 기다렸다. <리미팅 팩터>의 심도가 6,000m를 넘어가자 베스코보의 목소리에는 잡음이 잔뜩 껴 알아듣기 어려워졌다. 레이의 신경이 더욱 곤두섰다. 그러나 그의 수석 전기 엔지니어는 이 정도 문제는 예상하고 있었고, 베스코보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레이에게 알려주었다.

결국 해질녘이 되어 <리미팅 팩터>는 수면 위로 부상해 회수를 기다렸다. 맥컬럼은 팽창식 조디악 보트로 트리톤 소속 구조 잠수사를 투입했다. 이 잠수사들은 잠수정으로 헤엄쳐서 연결삭으로 잠수정을 <프리슈어 드롭>에 연결했다. <리미팅 팩터>의 해치를 열어 베스코보가 밖으로 나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는 하늘에 주먹을 흔들며 소리쳤다. “한 건 해냈어!”

다회용 해저 잠수정 제작자를 찾던 빅터 베스코보의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군용 잠수함을 건조하는 군수산업체를 제외하고 나면, 민간용 잠수함을 건조하는 기업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보통 상어와 가오리를 보려고 수십m 정도만 잠수하는 관광객들을 위한 잠수함이다.

그러다가 베스코보는 트리톤을 알게 되었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이 회사는 상용 심해 잠수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광고하고 있었다. 사실 그건 정확한 문구는 아니었다. 이 회사가 만들던 것은 베스코보가 원하던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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