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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제일 깊은 곳 탐사...첨단 멀티빔 음향 측심 소나 사용

  • 기자명 임현재 기자
  • 입력 2019.09.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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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잠항: 대서양

1876년 영국이 푸에르토 리코 해구의 수심을 측정할 때는 삼정선을 사용했다. 다섯 해연의 팀원들은 대서양에서 제일 깊은 곳을 알기 위해 첨단 멀티빔 음향 측심 소나를 사용한다.

하지만 그는 당장 돈이 없었다. “건조에 10년 이상이 걸려도 상관없었다. 내가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를 해 주겠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가 2015, 투자자가 나타났다.

레이는 베스코보에게 2년만에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 이는 매우 낙관적으로 여겨졌다. 수심 6,000~11,000m를 항해할 수 있는 상용 잠수정은 없었다. 그리고 대양의 평균 수심인 3,688m에서 견딜 수 있는 잠수정도 극소수였다. 6,000m 이하 심도에서 견딜 수 있는 잠수정은 전 세계에 4척 밖에 없다. 4척 모두가 정부 소유고 사적 운용이 안 된다. 이 중 최신이자 최고성능의 잠수정은 중국의 <자오롱>이었지만, 이것 역시 7,062m 이하에서 운용한 적이 없다.

레이와 그의 수석 설계사인 잉글랜드인 존 램지는 자신들이 기존의 것들을 능가하는 잠수정을 건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심해 잠수정은 구조가 매우 간단하며, 사람도 2명만 타기 때문이다. 그래서 램지는 잠수정의 크기를 매우 작게 설계했다. 길이 4.5m, 1.9m, 높이 3.6m였다. 미니밴 두 대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였다. 잠수정을 작게 만들면 비용과 중량을 낮출 수 있다. 잠수정 중량을 늘릴 때마다 부력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그리고 공기, 가스, 발포재 등으로 부력을 늘리려면 공간을 키워야 한다. 원자로를 탑재한 군용 잠수함에서는 이런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함체가 크고 잠항 심도가 500m를 잘 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수정에서는 큰 문제다. 잠수정은 수상 선박에 탑재되어 임무 지역까지 운반된 다음, 갑판 크레인을 이용해 해상에 진수되기 때문이다.

베스코보는 없어도 되는 것을 한 눈에 꽤 많이 잡아냈다. 그는 심지어 관측창도 필요 없다고 했다. 기계 팔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장비가 많을수록 작동 지연이나 고장의 가능성도 커진다. 그러나 베스코보는 또한 <다섯 해연>이 종료된 이후 잠수정을 매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이는 관측창이 없는 잠수정은 연구 능력도 높지 않을뿐더러 중고 판매시 가치도 낮다고 조언해 주었다. 베스코보는 심해 탐사의 약사를 공부하고, 해양 과학자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탐사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탐사는 과학적 유산을 남길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했다.

베스코보는 자신이 주문한 잠수정의 이름을 이언 M. 뱅크스의 공상과학 소설 시리즈에 나오는 배의 이름을 따서 <리미팅 팩터>라고 붙였다. 이 배는 잠수함 하면 떠오르는 어뢰형 선체형상을 하지 않았다. 어뢰형 선체 구조는 잠항이나 후진이 아닌, 전진에 유리하다. 램지는 설계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짜내다가, 세상에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모두 똑같은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별로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몇 안 되는 물건 중에는 고속 철도와 미식 축구공이 있다. 둘 다 타원형의 옆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거기에서 착안해 옆으로 누운 큰 베개 모양의 잠수정을 설계했다.

<리미팅 팩터>의 중심부는 티타늄으로 된 구체 모양으로, 발포재 외피가 있다. 선체 두께는 89mm에 달한다. 트리톤은 그 강도를 측정하고자 이 선체를 러시아 크릴로프 연구소로 보냈다. 심해에서 압궤되어 레이의 물주가 죽으면 안 되니까 말이다. 크릴로프 연구소는 이만한 선체를 넣을 수 있는 가압실이 있는 세계 유일의 장소다. 램지는 잠수정이 깊이 잠항할수록 더 강한 수압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크릴로프 연구소는 잠수정에 약 1,400기압의 압력을 가했다. 1,400kgf/cm2 이상이다.

배터리로 움직이는 잠수정에서 전자 장비는 또다른 주요 문제다. 전자 장비의 고장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 엔지니어 톰 블레이즈는 선체의 구멍 숫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회로를 선외에 배치했다. 이러한 설계는 잠수정의 선체 크기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밸러스트를 배출해 부상을 시작하는 등 임무에 필수적인 극소수의 제어 장치들만 선체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스위치 배선이 연결된다.

그러나 선체 외부에 전자 장비를 두면, 전자 장비에 모두 내압 처리를 해야 한다. 수심 0m11,000m건 똑같이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칩을 제작할 때는 내열 테스트는 하지만, 내압 테스트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상용품 중 수심 11,000m에서 작동하는 배터리는 없다. 베스코보는 모든 것이 1기압에서건 1,100기압에서건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한다. 사람으로 치면 1kg을 짊어지고 있건 1,100kg를 짊어지고 있건 똑같이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이런 설계의 공학적 성격이다라고 설명한다.

트리톤은 특수 장비 공급업자들과 협력해 기존 부품을 개조하고 고강도의 실험을 진행했다. 블레이즈는 우리 작업은 현장에서 실험이 진행되는 연구 개발 프로젝트와 비슷해졌다고 말한다.

규정문제를 피하기 위해, 트리톤은 요나탄 스트루베와 협업했다. 스트루베는 노르웨이의 DNV-GL사 소속 엔지니어다. 이 회사는 잠수정 제작 인증을 받은 극소수의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의 인증을 받지 못하면, <리미팅 팩터>는 보험에도 들 수 없고, 상용 목적 잠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스트루베는 “<리미팅 팩터>야 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철저한 시험을 받은 잠수정이다. 모든 구성품이 지금껏 그 어떤 잠수정도 견딘 적 없는 수준의 압력 시험을 거쳤다고 말한다.

26개월의 시간과 3000만 달러 이상의 돈이 투입된 20188, 트리톤은 해양 시험 준비를 마쳤다. 이 때 베스코보는 첫 잠항을 했다. 5,000m 수심까지 들어갔다. 그는 레이에게 안전성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해 가을이 되자 모두가 이 배의 성능에 대해 자신을 갖게 되었다. 베스코보는 규모가 작아도 헌신적인 엔지니어들이 쉬지 않고 일하면 기적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 그는 잠수함을 싣고 전 세계를 돌아다닐 모선도 필요했다. 탐험대장 롭 맥컬럼과 선장 스튜어트 버클(제임스 카메론의 챌린저 해연 탐사 시 모선의 선장을 맡았다)의 조언을 들은 베스코보는 퇴역한 미 해군의 <인도미터블> 함을 사들여 잠수정 모선으로 개조했다. <리미팅 팩터>를 들어올리는 데 필요한 크레인, 과학 연구용 건식 및 습식 실험실, 소나 및 기타 전자장비용 통제실이 추가되었고 승조원 편의도 향상되었다. 베스코보는 이 67m짜리 배에 <프리슈어 드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역시 뱅크스의 소설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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