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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행성 생명체를 보호 하려면 지구의 고고학 탐사 요령으로 부터 배워라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09.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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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폼페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던 술집, 가게, 음식점들

폼페이 북쪽 경계의 조용한 도로를 따라 도시의 잔해가 늘어서 있었다. 키가 큰 풀과 해바라기가 타일이 깔린 안마당과 로마 신화의 장면이 밝은 색으로 그려져 있던 벽으로 파고들어와 있었다. 그 옛 벽화는 회색과 갈색의 벽돌 벽 위에 그어진 붉은 줄무늬 몇 줄로 변해 있었다.

시간과 자연 환경이 유적들을 망가뜨렸다. 그러나 고고학도 이 유적들에게 잔인했다. 18세기와 19세기의 보물 사냥꾼들은 조각상, , 기타 값나가는 물건만 찾을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뭘 부서뜨리건 신경 쓰지 않았다. 서기 79년 베수비우스 화산도 망가뜨리지 못했던 건물 윗부분은 곡괭이와 삽에 의해 부서졌다. 이 도시 남부에는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 그들이 갖고 있던 보물들을 노리던 사람들은 아직 땅에 묻혀 있는 도시 북부에 진흙을 쏟아 부었다. 결국 도시 북부는 흙, 벽돌, 깨진 도자기, 기타 버려진 유적들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곤죽이 되었다.

도로를 따라 한참 더 가면 수 백년 전의 보물 사냥꾼들이 쌓아올린 쓰레기들을 볼 수 있다. 지난 2010, 고대 체육 시설인 <검투사의 집> 일부가 관리 소홀로 무너졌다. 폼페이 고고학 공원은 사건 현장에 대한 발굴 및 구조 작전에 나섰다. 비계에 둘러싸여 있고, 안전모를 쓴 사람들과 외바퀴 손수레가 어디에나 널려 있던 현장은 발굴 장소 보다는 공사장 같았다. 아직도 땅 속에 있던 도로와 주택을 뒤덮고 있던 오래된 흙무더기가 순식간에 파헤쳐졌다. 이 공사를 통해 도시의 새로운 부분을 드러내고, 예전의 발굴로 망가졌던 부분을 복원할 것이다. 이 공사는 공원 전체에 실시되는 업무의 일환으로, 유럽 연합과 이탈리아 정부에서 1억 유로의 자금 지원을 받아 폼페이 유적을 부식과 풍화 부실한 복원 공사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였다.

폼페이가 사라지면 가장 유명하고 잘 보존된 로마 제국 유적도 사라지고 만다. 자연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풍화되었던 다른 유적들과는 달리, 폼페이의 대부분은 베수비우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두께 6m의 뜨거운 화산재로 포장 되었다. 현재 0.66km2 면적의 폼페이 유적 현장에는 매년 3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다. 사람들은 여기 와서 당시 폼페이 인구의 1/5에 달하던 2,000명을 죽인 화산 폭발로 화석화된 로마 제국의 일상을 엿본다. 당시 화산 폭발로 인해 인근 마을인 헤르쿨라네움과 스타비아에도 매몰되었다.

가짜 로마군 투구를 쓰고 피자를 먹으며 유적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은 자신들이 고고학 자체의 역사도 본다는 점을 깨닫지 못한다. 폼페이 유적이 처음 발굴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의 일이다. 골동품 수집에 환장했던 시칠리아 왕 카를로스 7세의 명령 때문이었다. 1748년의 대규모 발굴로 인해 폼페이의 대형 원형 극장이 발굴되었다. 이후 그 도시의 이름이 폼페이임을 알려주는 명판도 발굴되었다. 1860년대가 되면 폼페이의 대부분이 발굴되었다. 그리고 신생 이탈리아 정부는 폼페이 도시를 일반에 개방했다.

오늘날 신세대 연구자들은 현대적인 도구를 사용해 폼페이를 비롯한 다른 유적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탐사하고 있다. 아메리칸 대학 로마 캠퍼스의 고고학 교수인 피에르 마테오 바로네는 비파괴 기술 덕택에 어디서 무엇을 발굴해야 할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휴대형 지면 관통 레이더로 화산재 속을 들여다 본 후에야 발굴 도구를 사용한다.

고해상도 드론 동영상, 3D 모델링, 데이터 분석에 힘입어, 신세대 고고학자들은 사라져버린 과거를 그 어느 때보다도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다. 그들이 사용하는 방법들은 우주 탐사에 사용하는 방법들과 비슷한 사례가 많다. 각국의 우주 기구들이 화성과 유로파에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체에게 위험을 끼치지 않고 탐사를 하기 위해 쓰려는 방법들과 유사하다.

만약 목성의 얼어붙은 위성인 유로파에서 문명의 잔해를 발견한다면 어떨까? 필자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2018년의 뜨겁고 건조한 여름 발굴철에 비아 디 놀라를 거닐고 있었다. 여행객들도 줄어들고 연구자들도 삽을 내려놓은 그날 저녁, 구 상가를 둘러싼 낡은 담장이 지는 해의 주황색 빛을 가리고 있었고 땅거미가 지고 있었다. 2,000년 전의 풍경도 이와 크게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당시 폼페이의 건물 대부분은 3~4층 높이였다. 그 건물들도 좁은 도로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 건물들의 윗부분 중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것은 거의 없다.

도심의 신전 구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하늘은 계속 어두워졌다. 문득 머리 위에서 낮은 윙윙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작은 무인기가 낮게 날고 있었다. 그 무인기는 정확한 지그재그 패턴을 그리면서 날고 있었다. 관광객이 날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무인기는 고고학자의 것이었다.

동영상은 비아 스타비아나의 눈높이 상공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비아 스타비아나는 폼페이 북서쪽의 관문으로 향하는 대로다. 카메라는 무인기를 따라, 무너진 석조 포도를 따라 빼곡이 조성된 주택가 사이로 움직인다. 이 주택가에는 주점, 가게, 세탁소, 제과점 등도 있다. 다른 곳보다 높이가 높은 돌로 이루어진 횡단보도가 도로를 건넌다. 몇 블록을 간 다음 시야가 넓어지며 이 곳 거리의 복잡함이 드러난다. 베수비우스 산의 녹색 사면 아래 수천 채의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폼페이가 한때 작지만 현대 도시들만큼 복잡했던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메사추세츠 대학 암허스트 캠퍼스의 고고학자 에릭 푈러는 드론은 고고학에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신시내티 대학 소속 동료 스티븐 엘리스와 함께 엘리스의 랩탑으로 앞서의 드론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호텔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푈러와 앨리스는 DJI 드론에 내장된 4K 카메라로 매일 탐사 현장을 촬영하면서 3D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설명 중이었다. 푈러는 프로그램된 경로 상공으로 날면서 1픽셀당 1.3cm의 해상도를 지닌 4기가바이트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보여주는 이미지는 매우 세밀해서 석조 건축물에 난 작은 금까지 보일 정도였다.

현재 푈러와 엘리스는 이 동영상을 사용해 더욱 정밀한 탐사를 계획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고해상도 차트는 탐사 현장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브의 밑바탕이 된다. 이 차트는 모든 부분이 정사 투영되어 있다. 즉 구글 어스에 나오는 건물들처럼 실제 세계의 도로망에 딱 들어맞는다는 그림이라는 뜻이다. 푈러는 휴대전화를 꺼내 이 이미지를 아크GIS(ArcGIS)라는 앱에 입력했다. 아크GIS는 지도를 위한 포토샵 같은 앱이다. 이 앱을 사용하면 차트 위에 새 정보 레이어를 만들어, 팀원들이 발굴하면서 알아낸 것들을 이미지 위에 바로 그릴 수 있다. 푈러와 엘리스가 주점을 찾아내면, 그 위에 상자를 그려넣고 이름을 적을 수 있다. 또한 벽돌 소재 이름 등 더 자세한 내용도 레이어에 적을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사진측량법을 사용하여 고대의 폐허를 3D로 재생하고 있다. 시판되는 스캐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2D 사진과 이들이 얻은 현장 측정값을 병합, 현장 상황을 완벽히 재현해낸다. 엘리스와 푈러의 팀은 다년간 작업하면서 비아 스타비아나의 사진 수천 장을 찍고 이곳의 모든 공간을 지도 위 가상 모델로 완벽 재현했다.

그러나 드론이 촬영한 동영상과 이미지는 지상에서만 유용하다. 아직 폼페이 시내의 1/4 이상이 지하에 있다. 그래서 엘리스와 푈러, 아메리칸 대학의 바로네는 지면 관통 레이더(GPR)를 사용해 지하의 유적에 대해 알고자 한다.

GPR은 땅 속의 초음파 기기 역할을 한다. 이 장비는 크기와 모양이 잔디깎이 만하다. 안테나를 사용해 땅 속으로 전자기 펄스를 발사하고, 지하 구조물에 펄스가 반사되면 반사파를 수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하 구조물의 밀도를 알 수 있다. , 진흙 속에 벽돌 벽이 묻혀 있어도 반사파 패턴 변화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때 폼페이 거리를 따라 늘어서 있던 술집, 가게, 음식점들. 폼페이 시민들은 도로보다 높이가 높은 석조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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