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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이 밝혀낸 폼페이 최후...폼페이 지하 도면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09.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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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폼페이 GPR 탐사 보고서 지하 도면

GPR은 수 십 년 전부터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쓰였다. 이 장비는 땅 속에 묻힌 스톤헨지의 기둥 60개를 찾아내기도 했고, 영국 레스터의 주차장 지하에 있던 리처드 3세의 시체를 찾아내기도 했다. 폼페이 같은 곳의 지질 구조도 지도화 할 수 있다는 점은 최근에 입증되었다. 두텁게 쌓인 화산재는 펄스 신호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호의 확실성을 보증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네의 연구를 통해 폼페이에 이 기술이 유효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는 화산 퇴적물 속에도 전파가 잘 먹힌다는 것을 알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팀이 2011년 최초의 폼페이 GPR 탐사 보고서를 발간했을 때, 그 중점은 도시의 북쪽 벽 주변 미 발굴 지대에 맞춰져 있었다. 이들은 탐사 데이터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찾았다. 로마식 도로를 따라 나 있는 것 같은 두 개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두 벽 위에는 화산재가 7m 두께로 쌓여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음에는 로마 시내 전체를 탐사하고 싶었다. 휴대형 GPR을 사용하면 벽돌 한 장도 건드리지 않고도 2천 년 전 로마 시의 모습을 정확히 재현할 수 있다.

폼페이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번창하던 해안도시다. 휴가 나온 군인들과 로마 최상류층들이 여가를 즐기고, 화려한 여름 별장의 타일 깔린 베란다에서는 바닷바람을 맞을 수 있는 그런 곳 이다. 그러나 신기술은 그동안 무시되어 왔던 폼페이 노동자들의 삶도 조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키케로> 같은 부유한 로마인이나, 네로의 두 번째 부인인 포파에아 사비나 같은 사람들의 이름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 저녁 식사 파티를 준비했던 여자들의 삶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다. 비아 디 놀라의 보도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했던 노예들에 대해서는 더 모른다. 이 때문에 바로네 같은 현대의 연구자들은 약간의 보도만 발견하고서도 18세기 연구자들이 폼페이에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빌라를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흥분하는 것이다.

이런 GPR을 이용한 탐사는 폼페이에 대한 오래된 가설들을 흔들어놓았다. 그 중에는 폼페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은 마루지의 내력에 관한 것도 있다. 도시 남측 경계의 비아 스타비아나에 있는 콰드리포르티쿠스는 거대한 원형 극장이다. 면적은 약 4,000m2 정도 된다. 주변부에는 열주 1개와 수 십개의 작은 방이 있다. 여기서는 프레스코 화법으로 그려진 무기 그림이 나왔는데, 연구자들은 그걸 보고 이 원형 극장이 검투사들의 투기장일거라고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러나 엘리스와 푈러의 GPR 분석에서는 더욱 설득력 있는 증거가 나왔다. 지표 45cm 깊이에는 원형 구조물이 있었는데, 이 구조물은 대형 중앙 노대의 기반이었다. 구조물의 형상은 폼페이 인근 지역은 물론, 로마 제국의 다른 노천 시장에서 볼 수 있던 것과 비슷했다. 이는 이 원형 극장이 생선젓갈, 양념, 포도주 등을 파는 시장으로 사용되었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증거다. 부자들의 오락장이 아니라, 대중들의 먹거리를 파는 곳이었을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디지털 데이터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날수록 로마 시대의 일상은 더욱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예를 들어 엘리스는 푈러와 함께 만든 지도를 가지고 폼페이의 주점 160개의 위치와 개수를 연구했다. 그 결과 폼페이의 거리 문화가 매우 발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화학 분석을 이용해 이 거리에서 로마인들이 먹었던 음식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두 지점에서 나온 쓰레기들을 조사하니 한 곳에서는 수입 향료와 여러 종류의 물고기가 나왔다. 또 한 곳에서는 소시지와 치즈 등 로마식 음식들이 나왔다. 엘리스는 서글픈 미소를 지으며 연구 추세는 큰 것, 강한 것, 보기 드문 것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것은 흔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캘거리 대학의 고전학 교수인 리사 휴즈 역시,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로마 시대의 일상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당대를 살았던 여성, 외국인, 노예들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그녀와 동료 연구자들은 널리 쓰이는 유니티 개발자 플랫폼(<수퍼 마리오 런>, <포켓몬 고> 등의 개발에도 쓰였다)과 디지털 사진을 사용해 황금 큐피드 집의 마당에서 벌어졌던 일들의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을 만들었다. 폼페이의 화려한 지역에 있던 황금 큐피드 집은 매우 잘 보존된 당시 주택이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플레이어들은 집안으로 걸어 들어가 네로 황제 재위기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무언극 형식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은 게임 <어새신 크리드>8비트 버전처럼 느껴진다(그러나 역사적 고증은 매우 정확하다). 사용자가 사각형 주주식 정원 안에 들어가면, 야외에서 식사 중인 로마인들을 볼 수 있다. 손님들은 정원 가장자리의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정원 중앙에는 연예인들이 나와서 바커스 신(포도주와 극장을 관장하는 신)의 벽화를 배경으로 공연을 벌인다.

사용자들은 이 정원의 잘 다듬어진 수목 속에서 마우스를 클릭해 움직이면서 가운데의 분수로 간다. 휴즈는 시뮬레이션의 장면을 보여주면서, 그 속에서 사용자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당시 로마인들이 저렇게 움직였겠구나 싶다고 말한다. “19세기 유럽식 식사 문화에서는 모두가 앉아서 말하지 않고 식사를 했다. 그러나 당시의 기록에 따르면 로마에서는 식사 중 일어나서 움직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모델을 사용하여 그 구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 사용한 경로와 지점, 조명에 따라 변한 착석 위치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휴즈가 로마 역사의 중요한 사회 변화 시점을 구현했다는 점이다. 사회 규범의 변화에 따라 주택과 여자들의 공간에도 소극장이 생긴 것이다. 그녀의 모델을 통해 우리는 당시의 로마를 보고 포럼 이외의 장소에서 이어졌던 생활 모습을 알 수 있다.

지구의 고대 문명을 탐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이런 비 침습성 기술은 앞으로 수 십년 이내에 우주 탐사에서도 사용될 것이다. NASA의 행성 보호국장인 리사 프랫은 탐사할 천체의 환경을 파괴할 권리를 가진 나라는 없다.”고 말한다. 행성 보호국은 NASA의 탐사선과 착륙선들이 탐사 시 환경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할 지침을 만든다. 그녀는 NASA 공학자들이 GPR, 무인기 이미징 등 비 파괴적 고고학 도구를 개량하도록 독려한다. 그런 방법을 사용하면 다른 천체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도 생명의 징후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 탐사용 비파괴 장비들은 이미 얼마든지 나와 있다. 그런 장비들을 개량해 다른 행성에서도 사용하고 싶다고 그녀는 말한다.

현재 우주용 비파괴 탐사 장비들이 이미 개발 중이다. 예를 들면 RIMFAX라는 GPR 장비가 있다. 이 장비는 NASA의 화성 2020 임무에 사용될 것이다. 화성에서는 사라진 문명이 아니라, 사라진 생태계를 찾는 데 쓰일 것이다. 이 장비를 개발 중인 토론토 대학의 지구과학자 레베카 겐트는 우리는 생명이 살 수 있고 과거에 살았던 환경을 찾고 싶다.”고 말한다. 로버는 과학자들이 과거 삼각주였을 거라고 추측하는 곳을 탐사할 것이다. 그 곳은 얼음이 녹아 빠르게 흐르면서 생긴 자국이 가득 있다. 이들은 퇴적층을 관찰해 급한 범람 또는 계절에 따른 유량 증가가 남긴 모래의 흔적을 찾을 것이다.

이 탐사선은 아메리칸 대학 바로네 팀이 폼페이 벽 밖에 묻힌 도로를 찾아냈을 때 사용한 것과 비슷한 GPR 장비를 탑재할 것이다. 그러나 화성에서는 하나의 장비로 지하 9m까지는 물론 지상 지형도 탐지 가능해야 한다. 겐트는 컴퓨터 처리 과정을 손보면 RIMFAX의 신호를 조절하여 화성의 과거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우주에 적용할 폼페이의 가장 큰 교훈은 따로 있다. 바로 먼 과거와 미래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몸은 2,000년 전에 놓인 도로를 걸으며 마음은 시간의 벽을 넘어 먼 과거와 미래를 두 눈에 담아야 한다. 지금 화성의 표토를 철저히 연구해 놓고 나서 드릴을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우리의 후손들은 화성의 도시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삶을 만끽할 수 있다. 이제 탐사는 더 이상 우선 경쟁도, 귀중품 약탈도 아니다. 수 천년 후의 우리 후손들과 외계 생명체들을 위해 과학적 발견을 보존하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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