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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페이스팩토리, 특제 잉크 분사하는 거대한 3D 프린터
AI 스페이스팩토리, 특제 잉크 분사하는 거대한 3D 프린터
  • 정승호 기자
  • 승인 2019.09.1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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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페이스팩토리는 특제 잉크를 분사하는 거대한 3D 프린터를 만들었다.
AI 스페이스팩토리는 특제 잉크를 분사하는 거대한 3D 프린터를 만들었다

베를린 공대 소재공학자 데이빗 칼이 만든 매끄럽고 굵직한 모양의 화병은 테라코타를 닮았다. 하지만 꽃을 꽂을 수 있는 부분은 보이지 않았다. 칼은 이런 건물에서 수경 재배를 통해 식물을 기르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절차를 개선하면 우주 비행사들이 3D 프린터로 더 복잡한 형태의 건물도 화성 표토로 지을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

칼의 화병을 보면 화성 거주자들이 일상용품을 만들어낼 방법을 알 수 있다. 그러나 NASA는 건축가들과 공학자들에게 화성 거주자들이 살 건물에 대한 고찰을 시켰다. 4년 전, NASA3D 프린티드 거주구 챌린지에 그들을 초대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3기에 걸친 경기를 치러야 했다. 2015년에 실시된 제1기 경기에서는 거주구의 건축 렌더링을 완성해야 했다. 2년 후에 실시된 제2기 경기에서는 3D 프린팅 도구를 개발하고, 이 도구를 지탱할 빔, , 기타 구조물들을 만들어야 했다. 경기가 진행되면서 여러 팀이 오고 갔으며 올해 실시된 제3기 경기에서는 두 팀만 남았다.

경기 규칙은 무려 76페이지 분량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참가팀은 4인용 거주구의 1/3 스케일 축소 모형을 30시간 이내에 만들어야 한다. 이모형에는 최소 3개의 출입구 또는 창문이 있어야 한다. 심판관들은 화성 표토와 유사한 물질을 사용할 경우 가산점을 부과한다. 이 경기는 자동화 건설을 중요시하므로, 인간의 개입이 있을 경우 감점을 받는다. 예를 들어 사람이 프린터 소프트웨어를 손보거나 막힌 노즐을 뚫으면 감점이다.

NASA가 로봇 건축 아이디어를 좋아한 이유는 거주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거주구를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건축가 샤디 나자리안은 지구에서 회복성이 뛰어난 주택을 3D 프린터로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화성 주택 설계 방식도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에서 소재 간의 이음매가 없는 설계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콘크리트와 유리 간의 이음매가 처음부터 없으면, 이음매를 메우기 위한 코킹이나 에폭시 등도 필요 없다. 이런 기법은 화성에서 매우 유용할 것이다. 화성의 건물은 강한 내압을 버티고, 거주자들을 외부의 추위와 방사능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래서 그녀와 동료들은 2년 전 NASA의 거주구 경기에 참가했다. 그녀의 동료들 중에는 건축가 호세 두아르테, 전기공학자 스벤 빌렌 등이 있다. 이들의 튼튼한 원추형 거주구는 타투인에 있는 주택이나 이탈리아 교외에 수백년 동안 서 있는 트룰로 돌 오두막집을 연상케 한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 팀의 경쟁 팀인 AI 스페이스팩토리 팀의 수석 우주 건축가인 몬테스는 지난 2017년 입사한 후, 이 경기의 자사 출전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뉴욕에 본사를 둔 AI 스페이스팩토리의 창업자인 데이빗 말롯은 세계 최고층 건물 3채 건축에 참가한 이력이 있다. 그가 이 회사를 창업한 이유 중 하나는 우주 건축이 쓸데없는 행동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우주 건축 설계는 우주 현지의 자원을 사용해야 하며 지속 가능성은 물론 우주 비행사의 심리적 필요를 만족시켜야 한다. 말롯은 이러한 원칙이 지구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었다.

데이빗 칼은 화성 표토와 유사한 물질로 건물을 만들면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황당한 화병을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공학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조차 어렵다고 말한다.

마샤를 보면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몬테스는 내부 가용 용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탑 형태를 선호했다. 높이가 높으면 다층 구조로 만들기도 쉽다. 따라서 3D 프린터로 내부에서부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아올리는 식으로 만들 수 있다. 그는 채광창, 휘어진 벽, 스위스 치즈 같은 내벽을 통해 화성에서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마샤의 외벽 모델을 만들려면 우선 수개월에 걸쳐 3D 프린터와 그것이 뿜어낼 소재를 개발해야 한다. 몬테스의 팀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소재들에 조임쇠와 다양한 센서를 설치해 거대한 프린터를 만들었다. 모든 하드웨어를 자동차 조립 라인에서 용접이나 도색에 사용하는 것 같은 로봇 팔에 부착했다. 3D 프린터는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잉크를 한 층 한 층씩 분출한다. 잉크는 세균으로 만든 재활용 가능 플라스틱, 그리고 이론상 화성 암석에서 얻을 수 있는 현무암 섬유를 섞어 만들었다. 말롯은 잉크가 막히지 않고 잘만 나와도 대성공이다라고 말한다.

20195월에 시작된 경기 첫 날, 거주구 건축은 힘들게 시작되었다. 참가팀들은 중장비 제조사 <캐터필라> 사의 거대한 전시장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 전시장은 보통은 회사의 중장비를 전시할 때 사용되던 곳이다. 잠시 정전이 되자 참가팀들의 프린터 프로그램이 혼란을 일으켰으며 잉크 사출이 불안정해져 문제 해결을 해야 했다. 심판관들은 경기의 각 기를 감독하는 NASA의 몬시 로만에게 경기 진행이 매끄럽지 않게 된 점을 엄중 경고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지 않자 참가팀들은 여세를 회복했다. 그리고 3D 프린터들은 최면 효과마저 일으키는 윙 하는 소음을 내며 건물을 만들어 회사 직원들과 실습 나온 학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팀은 사출기를 장착한 공업용 로봇 팔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팀에서 개발한 잉크 소재인 마스크리트가 상온에서 너무 빨리 건조되어 버리자, 원 계획을 파기했다. 결국 이 팀은 기존 시멘트로 만들어진 콘크리트로 잉크 소재를 바꿨다. 그러나 이 소재 역시 기계가 너무 오래 멈추면 기계를 틀어막아 버릴 수 있었다. 심판관인 행성 지질학자 제니퍼 에드문슨은 콘크리트로 3D 프린팅을 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그래도 이 팀은 11분 더 일찍 건물을 완성했다. 높이 4m 높이 구조의 건물은 소용돌이치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생겼다고 해서 <데어리 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건물이 완성되자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 팀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마샤의 조직은 낡은 스웨터처럼 생겼다. 그 표면의 덩어리와 이음매, 성긴 가닥은 사출 과정에서 있었던 끊김과 멈춤 등 문제의 증거다. 몬테스는 로봇을 좀 더 천천히 움직여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만큼 귀중한 시간이 흘러갔다. 시간이 초 단위로 남고, 최상층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을 때 몬테스는 채광창에서 손을 뗄 것을 지시했다. 채광창 주변의 벽은 잠시 동안은 버텼다. 그러나 창 주변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몬테스는 사다리를 내려왔고, 군중은 망설이다가 박수갈채를 쳤다. 그는 NASA의 촬영원에게 드라마틱한 장면을 원했나? 이게 바로 그런 장면이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채광창이 떨어져 나간 것 때문에 AI 스페이스팩토리가 우승하지 못하게 되지 않나 하고 궁금해했다. 이 팀은 여러 카테고리에서 펜실베니아 주립 대학 팀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았고, 기계에 개입한 빈도도 더 적었지만 말이다. 하룻밤 동안 양생 과정을 거친 후, 심판들은 이 건물들을 강하게 때려 기밀성, 내충격성, 강도를 측정했다. 데어리 퀸은 모의 운석 충돌에도 견뎌낼 만큼의 강도를 보였다. 갈수록 커지는 모의 운석을 계속 얻어맞고도 견뎌냈지만 맨 마지막에 날아온 11.8kg짜리 모의 운석을 맞고 지붕의 일부가 사라졌다. 더 놀랍게도 이 건물은 수직으로 내리누르는 96톤짜리 굴착기의 공격에도 몇 분이나 견뎠다. 그러나 결국 볼링 선수가 굴린 공에 핀들이 스트라이크로 쓰러지듯 균열이 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솔직히 말해 마샤는 지붕이 없었기 때문에 완성품으로 볼 수는 없었다. 기밀성도 없었다. 심판관들이 건물 내에 연막탄을 넣자 아름다운 색깔의 연기가 새어나왔다. 그 모습을 본 심판관들은 굳이 모의 운석 충돌 실험까지 진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 건물은 굴착기의 공격에도 거의 부서지지 않았다. 굴착기는 마샤의 테두리에 삽을 대고 큰 힘을 가했다. 굴삭기의 궤도가 땅에서 들릴 정도의 힘이었다. 그러나 마샤는 견뎌냈다.

심판단은 몇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채점을 한 결과 AI 스페이스팩토리를 우승자로 정했다. 몬테스는 팀원들과 함께 커다란 가짜 50만 달러짜리 수표를 들고 미소지었다. 마샤를 대성공으로 간주했던 NASA의 로만 역시 기뻐했다. 흠집은 좀 났지만 이 대회에 나온 거주구들은 지구 밖에 지어질 집들에 대한 가장 확실한 모델이 되었다. 그녀는 마샤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aint0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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