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이고은 기자] 국내 연구진이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가지면서도 열 내구성이 우수한 전자섬유를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인천대학교 김병훈 교수, 전준우 박사과정생이 실크를 이용해 전기 전도도와 열 내구성이 높은 전자섬유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전자소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래핀, 탄소나노튜브처럼 전도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갖는 다기능 전자섬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량생산이 어렵고, 일반 섬유를 이용한 전자섬유는 열을 가하면 전자적 기능을 잃는 한계가 있다.
연구는 실크 내의 단백질에 열을 가하면 파이로프로테인(pyroprotein)으로 변형되면서 고온에서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전기 전도도가 높아진다는 사실과 실크의 축 방향으로 장력을 주면 기계적·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파이로프로테인이 만들어 결과에 집중했다.
연구팀은 상용화되고 있는 실크에 축 방향으로 장력을 가하고 고온의 열처리를 통해 파이로프로테인 기반의 전자섬유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자섬유는 매우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가지며 열 내구성이 좋아서 가열해도 그 특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또 이렇게 제조한 전자섬유가 열에 강하다는 점에 착안해 연구팀은 금속화합물 산화아연(ZnO), 몰리브덴다이셀레나이드(MoSe2), 질화니오븀(NbN) 등을 증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실크 기반의 전자섬유 반도체 및 초전도체에 해당하는 전기적 특성을 보였다.
연구 성과는 지난 4월 7일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스 투데이(Materials Today)에 게재됐다.
김병훈 교수는 “이 연구는 기존의 상업용 실크를 이용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전기 전도도가 높은 다기능 전자섬유 제작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앞으로 휴대용 디스플레이, 입을 수 있는 전자기기, 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필요한 전자섬유가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