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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의 잠못 이루는 밤' 원인은 코키 개구리

“코키 코키” 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

  • 기자명 김성진 기자
  • 입력 2019.11.19 08:40
  • 수정 2019.1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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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토착종인 코키 개구리가 코키 코키하고 울어대는 소리는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 푸에르토리코 원주민 타이노족의 전설에 의하면, 이 개구리들의 코키라는 울음소리는 여신의 헤어진 연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개구리들은 코키 코키하고 우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낭만적인 이야기를 모르는 이들이나 코키 개구리가 천적인 동물들에게는, 90cm 거리에서도 90데시벨 음량으로 들리는 코키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악마의 목소리나 다름없다. 마치 앞마당에서 밤새 잔디깍기 기계를 돌리는 것과도 같다. 코키 개구리는 도미니카 공화국, 버진 군도, 플로리다, 캘리포니아에도 침투했다. 그러나 제일 빠르게 퍼져가는 곳은 하와이다. 하와이 코키 개구리의 증가 속도는 늦어질 기색을 안 보인다.

코키 개구리가 하와이 빅 섬에 상륙한 것은 1980년대다. 수입 식물과 함께 유입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현지 주민들은 개구리 울음 소리에 잠을 잘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소리는 날로 커져만 갔다. 푸에르토리코 우림지대의 코키 개구리 서식밀도는 보통 1에이커당 8,000마리에 달한다. 이 밀도는 하와이에서는 4배 이상으로 높아진다. 유타 주립 대학의 생태학자 카렌 베어드는 코키 개구리를 관찰하러 야간 관찰에 나갔다가 이명이 생길 정도였다.

이러한 코키 개구리의 폭발적 증가는 생태계에 큰 충격을 몰고 왔다. 코키 개구리의 원산지에서는 새, 거미, 도마뱀이 코키 개구리와 그 알을 먹는다. 그러나 고립된 하와이 군도에는 코키 개구리의 천적 노릇을 할 생물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코키 개구리는 천적에게 잡혀 먹힐 걱정이 없이 하와이 동물들을 실컷 잡아먹을 수 있었다.

현재까지 코키 개구리는 따뜻하고 습한 저지대에 주로 산다. 이 곳에는 쥐, 몽구스 등의 다른 외래종들도 살고 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코키 개구리의 서식 고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하와이 꿀먹이새 같은 토착종과 먹이 확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커진다. 하와이 꿀먹이새는 이 섬의 토착종의 상징과도 같은 생물이다. 계속되는 외래종 유입으로 인해 하와이 꿀먹이새 종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하와이 주 당국은 수 십 년에 걸쳐 코키 개구리의 증가를 막으려고 해 왔다. 2004년 빅 섬의 시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하자 여러 정부 기관의 관료들이 코키 개구리 사냥에 나섰다. 헬리콥터로 구연산을 살포하기도 했다. 구연산은 개구리의 피부에 화상을 입혀 죽일 수 있다. 이런 기법들은 오아후, 카우아이 등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하와이에서는 코키 개구리 사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환경에는 위험한 코키 개구리이지만,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그 울음소리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는 것이 베어드의 말이다. 이는 선택적 주의의 산물일 수 있다. 두뇌가 전체 배경음 중 특정한 소리만을 걸러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선택적 주의가 있기에 우리는 숨소리 때문에 운전 시 주의가 산만해지는 일이 없는 것이다. 또한 코키 개구리가 상륙한 지 너무 오래 지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 세대에 달하는 하와이인들이 태어나서 현재까지 코키 개구리 울음 속에서 살고 있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베어드에 따르면, 빅 섬 주민들이 코키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익숙해지자, 당국에 개구리를 잡아달라는 민원을 넣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빅 섬은 현재 코키 개구리의 낙원이 되었다. 그러나 하와이 제도의 다른 섬 주민들은 코키 개구리 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바로 민원을 넣어, 코키 개구리의 창궐을 막으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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