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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도 소음 공해에 시달릴까?...'녜삐'에서 이뤄진 수중 소음 실험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9.12.09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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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 기념일 <녜삐>가 돌아오면, 인도네시아 발리 섬의 사람들은 24시간 동안 침묵을 지킨다. <녜삐>는 힌두력에서 새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모든 가게와 기업은 문을 닫고, 거리와 해안에도 사람들이 나오지 않는다. 항공 및 해상 교통도 이 날은 쉰다.

20173, 해양학자들은 이 진귀한 기회를 이용하고자, 물속에 6개의 수중 청음기를 넣어 하루 동안 인간의 소음이 없는 바다의 소리를 녹음하고자 했다. 학자들은 새우가 먹이를 물어뜯는 소리, 물고기들이 끙끙대는 소리 등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바다가 고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보호운동가 자크 쿠스토에 따르면 바다는 단 하루도 조용했던 적이 없다. 자료에 따르면 물고기 중 34,200종이 청각 능력이 있다. 그리고 바다에는 엄청나게 많은 소리가 있다. 고래 외에도 노래를 부를 줄 아는 해양 동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최소 800종의 해양 동물들이 다양한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 건강한 산호초는 팝콘 터지는 소리를 낸다.

폭풍과 지진 역시 소리를 낸다. 그러나 지난 70년 동안 바다의 산업적 이용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소리를 듣기 어렵게 되었다. 오랫동안 이를 걱정한 사람들의 수는 극소수였다. 바다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일으키는 소음은 해양 생물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들의 수명마저도 단축할 수 있다는 증거가 자꾸 발견되고 있다.

자연의 소음만으로도 해양생물에게 충분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2011년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은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앞바다에 230데시벨의 소음을 일으켰다. 새턴 5형 로켓 발사음과 맞먹는다. 이제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소리가 큰 수중 자연 사건이었다. 2017년 플로리다에 상륙해 시속 120km의 강풍을 일으킨 허리케인 어마도 사라소타 만의 배경 소음을 30데시벨이나 높였다. 폭풍 전 측정된 배경 소음(76데시벨)8배다.

조용한 바다에서도차도 동적 청각 환경은 여러 곳에서 불협화음을 만들어낸다. 배는 가장 큰 소음원이다. 1950년부터 2007년 사이 배의 운항 소음은 10년마다 3데시벨씩 늘어났다. 강도로 따지면 두 배씩 늘어난 것이다.

음향 에너지는 대기 중보다 수중에서 더 멀리까지 간다. 때문에 배의 소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는 극히 드물다. 워싱턴 대학 응용 물리학 연구소의 해양 음향학자 렉스 앤드류는 공해 한 가운데 수중 청음기를 넣으면 마치 고속도로 한복판 같은 소음을 들을 수 있다. 그 소음을 가지고서는 배 한 척 한 척을 식별할 수 없다. 먼 곳에서 들려오는 끊이지 않는 소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것도 수중 소음 공해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해저의 석유 및 가스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는 지진파 에어건이 사용된다. 이것의 발사음은 제트엔진 작동음보다도 크며, 4,000km 떨어진 곳까지도 들린다. 준설선의 소음은 최대 160데시벨이다. 산탄총의 발사음과도 비슷한 음량의 이 소리가 수 시간동안이나 지속된다. 녜삐 기간 동안 공항 인근에 설치한 마이크는,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자 배경 소음이 6~10데시벨(10) 늘어난 것을 감지했다.

이러한 소음은 해양 생물들에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영향을 준다. 이러한 소음 중 대부분은 해양 생물의 통신과 사냥, 항법을 방해한다. 200데시벨 이상의 짧고 강렬한 소음은 해양 동물들의 청력을 손상시킬 수 있다. 120데시벨(전기 톱 수준) 이상의 지속적인 배경 소음은 해양 동물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는 것은 고래다. 고래는 소나 탐지음에서 도망치기 위해 물 속에서 급상승 또는 급강하를 하거나 먼 거리를 헤엄쳐 간다. 소나 탐지음의 음량은 215데시벨 이상이며, 160km 이상 퍼진다. 어떤 고래는 육지로 올라오기도 한다. 어느 연구에서는 1960년부터 2004년 사이 부리고래가 해안에 좌초한 사건 121건을 조사했다. 이런 사건은 소나가 귀하던 60년 전에는 드물었다. 부검을 해 본 결과 귀, 두뇌, 신장에 출혈과 손상이 있었다. 연구자들은 고래의 혈액에서 질소 방울도 발견했다. 이는 고래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부상하다가 잠수병을 앓았다는 증거다.

해양 포유류 외에도, 어류에 대한 수십 건의 연구 결과 소음의 어류의 청력을 저하시키는 것이 나타났다. 어류의 청력은 사냥, 짝짓기, 천적 회피 등에 중요하다. 작은 동물들도 위험에 처해 있다. 태즈메니아 해안에서 지진파 에어건 발사 실험을 한 연구자들은 1.6km 길이의 실험장 내에서 평소보다 2~3배는 더 많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사체를 수거했다. 이는 소음으로 해양 먹이사슬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학자들은 만성 소음(주로 선박에서 나온다)의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게다가 배경 소음의 기준선이나 모델이 없기 때문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도 없다. 미 해군은 지난 1950년대부터 수중 소음을 녹음해 왔지만 그것도 파편적인 정보일 뿐이다.

또한 인간이 발생시킨 소음이 바다 생물을 죽이지는 않더라도 지속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수중 청음기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미 정부가 국내선 항공기 및 선박 운항을 금지하자 캐나다 펀디 만의 소음이 6데시벨이나 줄어들었다. 이 시기 이 해역에서 수집한 긴수염고래 대변 표본을 보면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대사 수치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 호르몬이 과도할 경우 성장을 방해하고, 심장 및 면역계를 손상시킨다. 즉 인간이 만든 소음이 고래의 무병장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바다에서 인공 소음을 모두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그런 상태의 바다의 소리를 연구자들이 듣기도 어렵다. 해양 동물들의 행동 연구는 보통 피 실험체로 사용되는 고래에게 소나음을 쏘는 등 소음을 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발리 연구에 참가한 오스트레일리아 지구 물리학자인 크리스틴 어비는 동물들을 절대 정적 속에 놔둬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녀를 포함한 과학자 100명은 국제 해양 정숙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연안 건설 등의 활동이 없을 때를 이용해 해양의 자연 소음 정도를 알아내고자 하고 있다.

그들의 발견은 가장 까다로운 질문, 해양 소음이 과연 얼마나 해로우며 장기적인 악영향은 어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1812, 국제연합은 이를 알아내기 위한 추가 연구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유럽 연합은 인공 소음이 해양 생물체에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법률을 제정했다. 해운 업계 역시 소음이 적은 스크류 프로펠러를 설계하는 등, 소음 감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얼마 안 있어 바다 생물들은 좀 더 조용하고 쾌적한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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