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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보내는 ‘혼신’에 메시지가 있다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12.10 17:15
  • 수정 2019.12.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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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멀리 나가 있는 우주 탐사선이 지구와 통신할 때면, 우주도 메시지를 보내온다.

눈을 들어 우리 태양계 밖 우주를 보라. 우주의 온도는 영하고 검은 어둠에 둘러싸여 있다. 가장 가까운 항성까지는 로켓을 타고도 4만 년이나 가야 한다. 그 곳에서 전하가 전파 신호를 보낸다. 신호의 크기는 22와트 정도로 약하다. 가정용 냉장고 전구가 쓰는 전력 이하다. 신호를 보내는 곳은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다. 이 탐사선의 3.6m 크기의 안테나는 끊임없이 지구에 전파를 보내고 있다.

이 탐사선에서 보낸 전파는 광대한 우주를 지나 무려 20여 시간 이후에나 지구에 도착한다. 지구에 도착하면 그 출력은 크게 저하된다. 1017승 분의 1와트 정도다. 보이저가 보내 준 전파의 여행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보이저의 탐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태양계를 떠난 보이저가 먼 우주로 나아갈수록, 보이저가 보내는 통신 내용을 알아 듣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보이저는 인간이 만든 물체 중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물체이고, 동시에 지구에 계속 말을 하는 물체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희미하다. 고도로 훈련된 사람들과 첨단 장비가 없으면 알아들을 수 없다. 보이저 1호와 2호의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21층 건물 높이만한 전파 수신기 3개가 세워졌다. 전파 수신기의 접시모양 안테나의 직경은 69m, 무게는 약 3,000톤에 달한다. 3개의 수신기는 지구 어디에 보이저의 전파가 와도 수신할 수 있도록 고르게 배치되어 있다. 먼 우주 통신을 위해 특별 제작되어 하늘을 보고 있는 이 수신기는 언제라도 보이저 호의 일일 상황 보고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 세 수신기 중 하나인 DSS-14는 남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홀로 우뚝 서 있다. 가장 가까운 고속도로에서도 무려 100km가 떨어진 곳이다. DSS-14가 자리 잡은 곳은 낮고 거친 돌산들 사이의 작은 계곡이다. 그 산들은 오래 전에 죽은화산들의 잔해다. DSS-14 근처에 가려면 미군 포트 어윈 기지의 보안 문을 두 곳이나 출입해야 한다. 또한 이곳에 사는 위험한 이웃들에 대한 철저한 보안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 이웃들 중에는 불발탄, 3종의 방울뱀, 낙타 거미, 전갈, 야생 당나귀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침입자를 물어뜯어 다치게 하려는 강렬한 열망을 지니고 있다.

작은 굽이길 옆에 보초처럼 서 있는 DSS-14는 눈부신 사막의 모래밭 위에 굽어진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하늘에는 대머리 독수리가 바람을 타고 주위를 맴돌고 있다. 바람 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모래 밟는 사각거리는 발소리를 제외하면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소리도 있다. 다만 인간이 듣지 못하는 소리일 뿐이다. 그 소리는 우주에서 온다.

포트 어윈 기지에 자리 잡은 이 수신기 단지의 이름은 <골드스톤>이다.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오랫동안 버려졌던 탄광 마을의 이름을 따서 붙여 주었다. 이 단지에는 DSS-14와 비슷한 수신기가 10여 개 정도 더 있다. 그 중에는 무려 아폴로 계획 때 사용되었던 수신기도 있다. 그 수신기는 이곳에서 가장 빠른 1958년에 작동이 시작되었다. 현재는 퇴역했지만, 철거되지 않고 아직 서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캔베라 외곽의 숲 속에도, 스페인 마드리드 인근의 로블레도 데 차벨라(1965년에 건립)에도 DSS-14와 똑같은 수신기가 있다. DSS-14와 그 형제들이 세워진 것은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일이다. 1964년의 머큐리 4호 임무 이후, 3대의 수신기는 지구 저궤도를 도는 모든 인공위성과의 통신을 책임지고 있다.

이 수신기의 위치가 핵심이다. 각각 경도가 120도씩 벌어져 있어 지구의 360도 전체를 커버할 수 있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전파 발신원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고출력 우주 신호와 지구의 통신 전파(항공 교통 관제소의 전파 등)가 섞일 일이 거의 없다.

3개의 시설과 3개의 안테나는 먼 우주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먼 우주 네트워크는 캘리포니아 파사데나 인근의 JPL 본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시스템은 탐사선, 우주선, 위성, 로버 등 총 약 40대의 우주 물체와 계속적으로 송수신을 하고 있다. 가까이는 지구의 달에 있는 물체에서부터, 멀게는 목성에 가 있는 주노, 2015년 중반에 명왕성을 지나쳐 간 뉴 호라이즌스, 보이저 1호와 2호 등의 물체와도 통신한다. 보이저 1호와 2호는 지난 1977년 토성과 목성 탐사를 위해 발사되었다. NASA, JPL, 그 외에 세계의 어떤 우주기구가 수행한 임무보다도 오랫동안, 멀리까지 진행된 임무다.

두 대의 보이저 탐사선에서 보내온 데이터는 성간 우주의 세계를 알게 해 주는 귀중한 자료다. 우리 우주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저에너지 대전 입자, 자기장, 플라즈마 등에 대한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다. 이 데이터는 이진수의 형태로 초당 160비트 속도로 전송된다. 이 속도는 오늘날 제일 느린 팩시밀리 정보 전송 속도의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연구하여 태양권에 대해 알 수 있다. 태양권이란 우리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자기장이다. 또한 태양풍의 속도도 알 수 있다.

NASA가 더 빠르고 밀도 높은 광통신 기반 체계를 실험하자, 이제 전파는 그만 쓰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어떤 것이 다른 것을 완전히 멸종시켜 버리는 일은 좀처럼 없다. 보이저 탐사선은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한편, 전파로 획득한 모든 특이한 광경을 남김없이 보여줄 것이다. 전파 신호가 행성과 위성, 소행성을 지나치면서 끌어들인 잡음을 보면 우리 이웃 천체들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어떤 때는 이러한 잡음, 즉 정전기가 메시지만큼이나 중요할 수도 있다. (우주통신1)(우주통신2 ,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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