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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통신하라 '오버'...모하비 사막 한복판에 서 있는 'DSS-14 안테나'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12.17 08:55
  • 수정 2019.12.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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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하비 사막 한복판에 서 있는 21층 건물 높이의 DSS-14 안테나/ 사진:파퓰러사이언스 제공

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캠퍼스 어느 방의 방바닥에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적힌 부조가 있다. 우리가 태양계로 쏘아올린 모든 물체에서 보낸 신호가 그 시설로 출입한다. 그 방의 별칭은 암실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십 개의 모니터 불빛이 있다. 이 방은 먼 우주 네트워크 초기부터 현재까지 단 한 순간도 비워진 적이 없었다. 이곳의 업무를 중단시킬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폭우, 지진, 심지어는 화재가 발생해도 이곳의 업무는 계속된다. 몇 년 전 실제로 이 시설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대피한 엔지니어들은 이곳의 단말기를 원격 조종하려 했다. 우주에서 오는 메시지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 번은 두 턱수염 사나이가 한 쌍의 스크린 앞에 앉아서, 계속 나오는 숫자와 천연색 코드의 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탐사선 <주노>에서 오는 다운 링크였다. <주노>2016년부터 목성 궤도를 돌고 있다. 네트워크 운영과 암실 활동 책임자인 마이크 레베스크가 근처에 서서 기자에게 작업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레베스크는 두 턱수염 사나이를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데이터 시스템 조작사들 입니다. 우주선 관련 정보를 추출하죠. 온도, 연료 잔량, 구성품의 전원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해 그 정보를 임무 지원실에 넘깁니다.” 예를 들어 보이저 1호의 경우 160비트의 메시지 중 10비트 정도가 이런 정보에 해당된다.

나머지 데이터 패킷은 다른 곳으로 보내진다. 주로 공학자들이 아닌 과학자들에게 간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탐사선 자체보다는, 탐사선이 탑재한 과학 장비가 측정한 우주 데이터에 있다.

스크린 앞에 앉아 있던 두 사나이는 이진수 정리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그러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잡음은 없애지 않고 저장해 두기도 했다. 신호가 매질을 통과할 때면 대기권이나 중력장에 의해 변할 수 있는데, 그것을 분석하면 우주의 비밀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레베스크는 말한다. “우주선이 흥미로운 곳을 지나갈 때면 우리가 원하는 잡음 데이터가 생긴다. 그것이야말로 과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잡음이다.”

그런 잡음이 발생하면 카말 오우드리리에게 전달된다. 그는 JPL의 행성 레이더 전파 과학단의 단장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아이들이 가득 타고 있는 버스가 있다고 상상해 보자. 운전사의 지상 목표는 모든 아이들을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사가 아이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버스 자체에만 신경을 쓴다면?”

이 비유에서 아이는 데이터고, 버스는 신호다. 비행 엔지니어들과 임무 통제실 직원들은 데이터에 신경을 쓴다. 비유에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들에 신경 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전파 과학자들은 버스, 즉 신호에 더 신경을 썼다. 신호에는 잡음이 있기 때문이다.

버스를 자세히 연구하면 버스가 목적지로 가면서 어디를 지나쳐가는지도 알 수 있다. 버스 표면에 난 상처나, 오염물질 등을 보고 여행의 상태도 알 수 있다. 버스가 달려온 도로의 상태는 물론 함께 달렸던 차량, 기상, 도로의 교통량 등등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오우드리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점들을 그야말로 우주적인 수준으로 세심히 분석해 우주의 그림을 그려가는 것이다.

극초기 전파 과학 발견 중 다수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지난 1971년 화성을 근접 비행한 마리너 9호가 보낸 신호가 화성의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그 전파에 변화가 생겼다. 오우드리리는 무선 통신 업계에서는 이를 혼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혼신 현상을 잘 연구하면, 혼신을 일으킨 화성 대기의 밀도, 기압, 심지어 온도도 알 수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전파 과학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 이후, 우주 잡음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덕택에 태양계에 대한 이해는 커져갔다. 예를 들어 <카시니> 탐사선의 통신 덕택에 토성의 고리의 나이는 45억 년이 아니라 1000만 년~1억 년 정도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2NASAGRAIL 달 탐사 임무에서는 2대의 우주선이 앞뒤로 전파를 쏘며 달의 내부를 탐사했다. 달의 중력장이 통신을 방해하는 것을 관찰함으로서, 달의 지각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밀도가 낮다는 것을 알았다.

오우드리리가 전파과학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하기 때문이다. 신호는 진폭(고점과 저점), 위상(마루와 골의 모양), 주파수(특정 범위 내에서 마루와 골의 개수)를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의 왜곡은 발견하기 쉽다. 그런 왜곡의 형태를 대략이라도 안다면 그 등장 시기를 알 수 있다. 마치 아주 미세한 바람이 연막탄 신호를 날려 버리는 것과도 같다.

보이저 탐사선이 보내오는 통신에 섞이는 우주 잡음은 전파 과학에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이저 탐사선은 시속 61,000km로 먼 우주로 날아간다. 보이저 탐사선이 보내는 신호의 파장은 도플러 효과라는 음향 현상에 의해 약간 길어진다. 빠르게 달리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가 멈춰 있는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에 비해 더 길게 들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지구에서는 일일 점검 시간과, 점검 신호가 지구에 도달하는 20여 시간 사이의 보이저의 이동 거리를 알 수 있다. 이로서 보이저 탐사선의 항로도 계속 알 수 있다. 보이저 탐사선의 위치를 알면 지상의 안테나를 어디로 돌려야 보이저의 신호를 다시 들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있다.

현재 두 탐사선 모두 기본 임무는 종료했다. 보이저 프로젝트 관리자이자 JPL 행성간 네트워크 위원장인 수잔 도드에 따르면 이들의 새 임무는 어디까지 어떻게 나아가고 통신할 수 있는지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태양계 밖으로 나간 이 탐사선들에는 현재도 계속 명령이 전달되고 있다. 전달되는 명령은 대부분 전력 관리에 관한 것이다. 먼 우주 관측 기회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 줄어드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다. 현재 선내의 모든 예비 시스템은 꺼졌다. 즉 두 보이저 탐사선은 차디찬 우주에 맞서 극소량의 열밖에 내지 못하고, 따라서 연료 도관 내부의 히드라진 연료도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임무 통제소에서는 시스템을 점검해, 살려두어 연료 도관을 데우는 데 사용할 가치가 있는 시스템을 골라내고 있다. 컴퓨터로 따지면 패치 작업인 셈이다. 가장 오래된 컴퓨터 중 일부에도 아직 실시되는 것이다.(우주통신2)(우주통신3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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