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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를 사용한 우주 통신...우주 속 고독한 푸른 별 지구의 비밀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12.11 09:05
  • 수정 2019.12.11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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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L의 암실은 약 40대의 우주선과 통신하고 있다/사진:파퓰러사이언스 제공

보이저 임무 통제소는 JPL 캠퍼스 콘크리트 블록 건물 안에 들어 있다. 건물에는 간판도 없고, 큰 창도 없어 깜빡하면 놓치기 딱 좋다. 게다가 무성한 나무 뒤에 가려져 있다. 이 건물 옆에는 맥도날드가 있다. 이 통제소에는 12명의 직원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고, 지금 현재도 더욱 더 멀어져 가고 있는 보이저 탐사선을 관리하고 조종하고 있다.

이곳의 사람들은 잡음이 아닌 신호를 듣고 싶어 한다. 우주선 체계 공학자 페르난도 페랄타는 보이저 1호와 2호가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에 매우 크게 신경을 쓰고 있다. 오우드리리는 이것을 어린아이에 비유한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 메시지를 손상시키는 것이 보이면 짜증이 난다. “신호를 받았는데 불안정하면 그 원인이 궁금해진다. 우주선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고 비나 바람 등으로 지구의 날씨가 안 좋아져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튼 우리에게 너무 큰 잡음은 재앙이다.”

잡음은 탐사선의 음경을 줄이는 위험도 있다. 보이저 1호는 플라즈마 파를 기록하기 위해 8개의 디지털 트랙을 싣고 있다. 플라즈마 파는 이온과 전자를 흔들어 태양계 밖 우주의 <해류>를 만들어낸다. 보이저 탐사선의 갑판에는 아직 동력이 들어온다. 아직은 연료 도관을 얼지 않게 유지할 만큼의 열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한 주에 3번씩 48초간의 주변 소음을 기록한다. 보이저 1호가 데이터를 쏟아 놓으면 캘리포니아와 스페인의 안테나가 먼 우주에서 보내오는 잡음을 최소 4시간 동안 수신한다.

페랄타는 칸막이한 작은 방들 사이를 걸어갔다. 그의 머리 위 천정에는 <임무 통제실>이라고 적힌 작은 팻말이 매달려 있었다. 현대식 컴퓨터들 옆에는 마이크로필름 리더기가 있었다. 팀원들이 오래된 설계도를 볼 때 쓰는 것이다. 그는 두 보이저 탐사선의 여러 시스템 종료를 감독해 왔다. 두 탐사선이 지구에 통신을 보내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특별한 날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곳은 우주의 특별한 장소다. 내 생에, 아니 우리의 삶에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이다. 보이저 탐사선의 데이터는 너무나도 가치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고, 우리를 보이저와 이어준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 아니 어쩌면 몇 달 이내에 보이저 탐사선과의 연결은 끊어지게 될 것이다. 보이저 1호와 2호의 열이 약해지면 연료 도관이 얼게 된다. 그러면 추력기에 연료를 보낼 수 없다. 그러면 항로를 미세 조정할 수도 없고, 안테나를 지구 쪽으로 향할 수도 없다. 물론 데이터 송신은 계속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테나를 지구로 돌리지 못하면 그 데이터를 수신해 해독할 수 없게 된다. 프로젝트 관리자 도드는 그런 상황을 사실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신호를 잃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보이저 2호의 연료가 고갈되기 전에, 임무 팀은 이미 통신 두절을 대비하고 있다. 보이저 2호는 지구에서 계속 멀어져가고 있다. 태양계 깊숙이 들어앉은 지구에서 보이저의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안테나뿐이다. 광통신으로 보강된 전파 기반 통신을 위해 실험용 반사경 어레이와 광학센서를 장착할 것이다. 거기에는 약 1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 기간 중에는 보이저와 통신할 수 없게 된다. 10개월간이나 보이저와 통신할 수 없게 되므로 NASA는 전략적 희생을 선택했다. 보이저 2호와 전파전용 안테나에 명령을 그만 보내기로 한 것이다. 보이저와 같은 구세대 탐사선이 침묵한 이후, 지구에 메시지를 보내 올 신세대 탐사선을 위해서다.

NASA는 수십 년 동안 이러한 레이저 광선 펄스를 이용해 통신망을 보강하는 실험을 해 왔다. 레이저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욱 빠르게 보낼 수 있으며, 수신기의 규모도 작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우주에 나가 있는 우주선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보내오는 신호 때문에 전파 통신에 혼란이 생긴다. 따라서 먼 우주 네트워크의 업무가 더 복잡해지고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된다. 그리고 두 번째로, 화성 같은 곳을 탐사할 경우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동영상을 송수신 해야 한다. 2022년에 발사될 NASA의 소행성 탐사선 <프시케>는 처음으로 광통신 장비를 탑재한 우주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나 광통신도 한계는 있다. 구름 등의 악기상으로 신호가 굴절 또는 차단될 수 있다. 반면 전파는 대부분의 기상 조건에서 문제없이 전달된다. 또한 전파는 가격이 싸다. 오우드리리의 말처럼 우주 발사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가 연구하는 전파 기술은 에코 기구 프로그램과 아폴로 프로그램 등 우주 탐사의 초창기 때부터 쓰이던 것에 기반 한 것이다.

전파를 사용한 먼 우주 통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간단하기 때문이다. 오우드리리의 말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복잡한 해결책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주의를 기울여 신호의 변화를 파악한 것들에서 얻은 지식들을 보라.”

그런 지식은 정말 많다. 달의 밀도, 토성 고리의 나이, 태양계의 경계 등등. 신호와 잡음 덕택에 인류는 우주 속 우리가 사는 곳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우주 속 고독한 푸른 별 지구는 물론 그 지구 주변의 길과 날씨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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