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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소음 억제, 배경 음악 조절....'콘스텔레이션'(3)

  • 기자명 김성진 기자
  • 입력 2019.12.11 15:28
  • 수정 2019.12.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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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소음을 녹음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이크 장비/사진:파퓰러사이언스 제공

다른 사람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아 들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결국 대화에 낄 수 없다.”

금요일 저녁, 당신이 사람 많고 시끄러운 금요일 저녁 식당에서 데이트를 한다고 가정하자. 테이블 위의 마이크로폰들은 손님들이 이야기하는 소문,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옆 테이블에서 파티를 벌이는 사람들의 큰 웃음소리 등을 입력받는다. 그러면 신호 처리장치는 이 소리를 약화시키고 섞는다. 그 다음 식당 구석에 있는 스피커로 보낸다. 당신 가까이에 있는 스피커들도 매우 약해지고 섞인 실내 소음을 내보낸다. 이렇게 소음의 전달 방식을 바꾸면 인간의 두뇌는 대화 상대방에게 집중할 수 있다. <콘스텔레이션>의 알고리즘은 옆 테이블에서 갑자기 터져 나오는 큰 소리도 억제할 수 있고, 조리실에서 나오는 음식 조리 소음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배경 음악은 정상적으로 들리게 할 수도 있다.

<코말>의 소음은 80데시벨로, 어떤 기준에서도 높다. 그러나 <콘스텔레이션>이 작동되자 같은 테이블의 사람들이 히카마 오이 샐러드, 돼지고기 타코, 타말레를 주문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 멀리 있는 테이블에서 떠드는 소리는 멀게 느껴졌다.

존 마이어는 우리 제품은 소음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 준다. 마치 스타워즈의 역장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이는 사람들의 뇌를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처음부터 조용한 식당을 만드는 것이 시끄러운 식당을 조용하게 하는 것보다는 쉽다. 그리고 어느 식당이나 다 시끄러워지면서 경영자들은 소음 문제에 신경을 덜 쓰게 되었다.

예를 들어 봅 클라인과 매기 클라인은 오클랜드에서 20년 이상 이탈리아 음식점 <올리베토>를 운영하다가 뒤늦게 소음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2014년 내부 개장을 앞두고 봅은 스마트폰 음량계를 사용해 한창 손님이 많은 저녁 시간의 소음을 측정했다. 결과는 보통 86데시벨이었다. 물론 이는 다른 식당과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식당의 손님들을 가만 보니, 다들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상대의 말을 들으려고 애쓰는 것이었다. 노인 손님들 뿐 아니라 모두가 다 그랬다.

그는 그 사람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그 역시 20년 전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청력이 크게 손상되었고, 보청기를 끼고 다니는 신세였기 때문이다. 청력이 온전한 사람들에게조차도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환경은 괴롭다. 그는 다른 사람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아 들으려고 애를 쓰다 보면, 결국 대화에 낄 수 없다고 말한다.

클라인 부부 역시 <콘스텔레이션>을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소음 관리를 잘 하는 앞서가는 경영자 대열에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시베인 음향의 선임 컨설턴트인 킬리 시베인에 따르면 요식업계에서의 주문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 비해 5배는 늘었다는 것이다. 마이어를 비롯한 동종업계의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추세를 인정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ASA 컨벤션에서는 식당 음향에 대한 특강을 매년 열었다. 이로서 해당 분야 표준 정립을 위한 업무단도 발족했다. 그 업무단에는 시베인 음향도 참가하고 있다.

현재까지 <콘스텔레이션>을 설치하기로 한 업주는 총 7명이다. <콘스텔레이션>은 단가가 비싸다. 6~8만 달러 선이다. 마이어 부부는 하드웨어를 간략화하고, 원래 큰 콘서트홀에 사용되던 신호 처리장치를 값싼 제품으로 바꾸어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현재로서는 동기부여가 덜 된 업주들의 투자 의욕을 꺾기에 충분한 비싼 가격이다. 그러나 클라인 부부는 음향학적으로 유연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열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자 이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했다.

한편, 기존 식당에 설치 가능한 더욱 저렴한 선택지도 있다. 소음을 흡수하는 발포재 천정 패널, 다공성 목재, 흡음 시멘트 등이 그것이다. 유리에 붙이는 투명 흡음 필름도 있다. 가격은 소재에 따라 다르다. 뉴욕의 AKRF 사 소속 음향 컨설턴트인 나타니엘 플레처에 따르면, 수천~수만 달러 선이라고 한다.

완전히 개장된 <올리베토>에서 봅 클라인은 아이패드를 통해 소음 상태를 확인하고 조정한다. 이 시스템은 <자동 점유> 모드로 맞추어져 있어, 전반적인 소음 수준에 따라 실시간으로 자동 조정된다. 이 모드는 <심포니 홀> 모드(클래식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와서 연주할 때 최적이다), <성당> 모드(그룹 <챈터클리어> 공연 때 사용되었다) 등으로도 변경이 가능하다. 모드를 맞춰놓고 박수를 쳐서 그 반향이 가상의 서까래에 울리도록 한다. 다른 모드들은 특정한 마이크로폰에 맞추어져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패널 토론> 모드에서는 긴 테이블이 있는 식당 뒷부분의 마이크만 활성화된다.

이렇게 다양한 모드가 있기 때문에 클라인은 식당을 지역 공동체의 만남의 장으로 사용하고자 생각하고 있다. 존 마이어도 그런 생각에 영향을 받았다. 실내 공간의 음향학적 특성을 제어할 수 있다면 같은 공간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식사 소음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건축물 자체로만은 해낼 수 없는 음향학적 시도였다. 그리고 이는 그 건축물을 청중으로서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요에도 부합한다. 마이어는 이렇게 말한다. “건축물 자체를 바꾸지 않아도 고성능 컴퓨터를 통해 한 건축물의 음향학적 특징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는 공간 활용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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