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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에 인생을 걸었다...LP를 디지털로 복각하라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19.12.2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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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허치슨/ 일렉트릭 레코딩 작업실 

펫 허치슨의 어린 시절 집에서 레코드판을 듣는 행위는 거의 신성한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이 아끼시던 라벨과 디버시의 레코드를 들을 때면, 펫에게 말도 못 하게 했다. 10대 시절이던 1970년대부터 레코드 수집을 시작한 허치슨은 록과 재즈를 좋아했다. 그러나 그는 아버지의 LP를 물려받으면서 클래식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의 클래식 선호는 갈수록 강해져, 1956년 프랑스에서 출시된 7장짜리 디스크 세트 <모차르트 파리>의 새 제품을 12,000달러를 주고 살 정도였다. 현재 허치슨이 만드는 레코드판은 많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지난 1950~1960년대의 재즈와 클래식 음반(물론 그가 좋아하는 모차르트도 들어 있다)들을 정밀 복각한 다음, 활판 인쇄가 들어간 슬리브에 포장해 350달러 이상의 가격에 판다. 현대적인 생산 장비로 만들어진 레코드판은 보통 종류당 최소 수천 매가 생산된다. 그러나 허치슨의 회사인 <일렉트릭 레코딩> 사에서는 종류당 300매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 그는 매우 유명한 스튜디오에서 오리지널 마스터를 구해다가, 디지털 시스템을 사용해서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러나 모르겠다. 음질을 악화시킬 뿐이다.”라고 말한다.

허치슨의 제작 기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2012년에 문을 연 그의 회사에서 현재까지 낸 음반 종수는 41종 뿐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나오자마자 품절시킨다. 그리고 그의 회사 제품의 중고품은 신품의 몇 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팔린다. 물론 중고품도 잘 나오지는 않는다.

여러 회사에서 LP를 디지털 파일로 복각하고 있지만, <일렉트릭 레코딩>20세기 중반에 반들어졌던 생산 장비들, 그것도 허치슨이 보기에 최고급의 생산 장비를 고집한다. 시험 결과 그것이 더 음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릴 대 릴 플레이백 머신이 녹음 세션 자기 테이프에 기록된 음향을 절단 선반에 입력하면, 이 선반이 그 음향 대로 락카 디스크에 홈을 판다. 이 장비에는 스위스제 현미경이 달려 있다. 허치슨은 이 현미경으로 락카 디스크를 검사한 다음, 이상이 없을 시 이 락카 디스크를 원형 삼아 <파더>라고도 불리우는 네가티브를 만든다. 이 네가티브가 레코드판 양산에 사용된다. 대량 생산 시에는 <파더>의 복제품을 많이 만들어 사용한다. 이러면 생산 효율은 뛰어나지만 그만큼 음질이 떨어진다.

허치슨은 생산 장비를 재생하는 데 3년의 시간과 수십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생산 장비들은 루마니아의 창고에서 발견된 것이다. 창고 지붕에 난 구멍에서 빗물이 장비 위에 떨어지고 있었다.” 허치슨은 던컨 크리민스, 션 데이비스 두 음향 공학자의 도움을 받아 생산 장비의 완전 분해 및 정비 수리를 실시했다. 션 데이비스는 수십년 전에 이 장비를 실제로 사용해 본 인물이었고, 그 사용 설명서도 아직 가지고 있었다.

음원이 현대 전자기기 등장 훨씬 이전에 녹음된 것이기 때문에, 구식 생산 장비를 써야 원래의 음질을 더 잘 살릴 수 있다. 구식 생산 장비를 재생하는 과정에서 허치슨은 축전기, 저항기, 전선, 그리고 그 모든 것의 핵심 장비인 진공관이 음향에 미치는 영향을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그는 하나의 장비를 채택할 때도 수십 종의 후보제품을 시험해 본 다음 고른다. “실험의 지뢰밭 같다. 그리고 우리 업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개별 레코드 제작으로 들어가면 더 많은 시행착오가 생긴다. 허치슨은 최신 제품인 <웨이 아웃 웨스트(재즈 색소폰 주자 소니 롤린스 연주)> 복각판을 제작하다가, 원 제작자가 녹음 후 가공 과정에서 잔향을 추가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약간의 잔향을 추가하면 음의 깊이가 깊어진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이를 간단하게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허치슨은 이것도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 잔향판 225kg 철판 2장을 천정에 스프링으로 매단 다음, 이걸로 마스터 테이프에서 나오는 음향의 잔향을 일으킨다. 기타 내부에 다는 것 같은 전기적 픽업 장치가 이 잔향을 기록하면, 이를 음악에 추가하는 것이다. 허치슨은 이런 힘든 제작과정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원음을 살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필요 없다. 음악 재생 중에 말하는 것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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