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UPDATED. 2024-04-20 02:55 (토)

본문영역

번역하기 어려운 심어를 말하는 방법

  • 기자명 정서현 기자
  • 입력 2020.01.21 11:12
글씨크기

심어를 말하는 방법

로비 코커, 일렉트로닉 아츠 사 맥시스 스튜디오 소속 선임 음향 감독

2000년에 처음 나온 애니메이션 컴퓨터 게임 <심즈>는 심어(Sim, Simlish)라는 특유의 언어가 있다. 나는 이 언어의 개발에 참여했다. 플레이어들은 <심즈>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이 캐릭터들의 배고픔, 즐거움, 위생 등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면서 캐릭터들의 삶을 이끌어 나간다. 이 캐릭터들이 내는 소리는 내가 속한 팀에서 전적으로 설계한 것이다.

게임 플레이 방식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 심들의 삶을 이끄는 규칙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들은 심을 가지고 세계를 탐사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우리들의 첫 목표는 캐릭터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하되, 스스로에게 말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현실 세계의 언어를 사용한다면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제한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성우들에게 기존의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것을 주문했다.

이들은 5일에 걸쳐, 그들이 사용하지 않았던 언어의 어구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해 냈다. 그 다음 성우들이 그렇게 말한 것을 가지고 심어를 만들어내는 데 1년이 걸렸다. 게임 설계사들은 특정한 감정을 나타내는 소리는 특정한 시간 동안 지속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예를 들어 슬픔을 나타내는 소리는 1.5초 동안 나와야 한다는 등의 식이었다. 그래서 그 요구에 맞춰서 음성 파일을 편집해야 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성우들이 낸 말 술술알로하(하와이어로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와 뜻 같은 말로 정했다. 초창기 심어에는 아기 언어라는 별명을 붙였는데,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즈>가 발전해 나감에 따라 심어도 진화했다. 단어는 단음절에서 출발해 점차 복잡한 구조를 갖추어 나갔다. 또한 더욱 다양한 감정을 표출할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심들은 웃거나 울 때는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그러나 2014년에 나온 <심즈 4>에서는 작은 슬픈 일을 당했을 때는 소리 없이 흐느끼고, 사람이 죽었을 때는 눈에 띄게 크게 울었다. 게임 전체의 감성 지수가 높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기존의 언어를 쓰지 않은 채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모두에게 새로운 언어를 전파하는 과제 해결에 계속 도전할 것이다.

저작권자 © 파퓰러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만 안 본 뉴스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15 (엘림넷 빌딩) 1층
  • 대표전화 : 02-6261-6148
  • 팩스 : 02-6261-6150
  • 발행·편집인 : 김형섭
  • 법인명 : (주)에이치엠지퍼블리싱
  • 제호 : 파퓰러사이언스
  • 등록번호 : 서울중 라 00673
  • 등록일 : 2000-01-06
  • 발행일 : 2017-11-13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노경
  • 대표 : 이훈, 김형섭
  • 사업자등록번호 : 201-86-19372
  • 통신판매업신고번호 : 2021-서울종로-1734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