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세기, 알래스카 오지에 폐결핵이 창궐해 수천 명이 죽었다. 의학 학술지 저자인 W.T. 위트는 1872년 파퓰러사이언스 5월호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미국 북서해안을 강타하고 있는 이 질병은, 현지의 지형과 기후에 의해 원 모습과는 다르게 변형되었다. 바다에서 매우 거칠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해안 지역의 호흡기 질환 발병률은 가장 높아졌다.”
오늘날의 우리는 폐결핵의 원인이 미생물임을 알고 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 당시에는 공기 자체가 폐결핵의 원인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런 믿음에는 <독기 이론>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말라리아>라는 병명도 원래 이탈리아어로 ‘나쁜 공기’라는 뜻이다.
그러나 위트는 알래스카의 기후만을 문제 삼지 않았다. “폐결핵은 인디언과 백인들 사이에 매우 흔하다. 그리고 혼혈인들 사이에는 더욱 흔하다.”
물론 특정 인종에게서 유독 많이 발병하는 질병이 있기는 있다. 예를 들어 적혈구성 빈혈 환자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 원주민들의 후손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테이 삭스 병 환자는 동유럽 유태인의 후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예로 든 병들은 다 유전병이다. 그리고 폐결핵은 전염병이다. 보균자 근처에 있고 면역 체계가 약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위트는 박테리아의 존재, 그리고 민족별 생활습관을 무시했다. 그 때문에 그는 폐결핵의 진짜 원인을 알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앵커리지의 알래스카 대학 의학 인류학자 샐리 캐러허의 의견이다. 식민자들을 실은 배가 알래스카를 들락날락 거렸을 때부터, 폐결핵 대유행은 이미 예고된 거나 다름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