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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돌아가라....고대 농업 기술 사용, 탄소 포집량을 늘려라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20.03.21 08:55
  • 수정 2020.03.2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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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제공 / 이동훈 기자
파퓰러사이언스 제공 / 이동훈 기자

노스 캐롤라이나 주 해안 평원에 깔린 기다란 고속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특이한 숲이 나온다.

부드럽고 더부룩한 잔디밭 위에는 대략 20m 크기의 청록색 테다소나무들이 서서 바람에 가지를 살랑거리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은 6~9m로 꽤 넓다. 나무 아래쪽의 가지들은 다 잘려 있다. 덕분에 바람이 잘 통하는 대성당 같은 개개의 수목이 이루고 있는 수관층인 임관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 임관을 이루는 침엽들 사이로 난 빈틈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이 삼림지대의 풍경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갑자기 들려온 소음에 눈을 돌리니 멀리서 커다란 검은 물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소음을 더하며 픽업트럭이 달려왔다. 픽업트럭이 서더니 야구 모자를 쓴 날씬한 중년 사나이가 내렸다.

그는 손을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제 이름은 버론 라니어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송아지 출산을 돕느라.”

아까 보았던 커다란 검은 물체는 라니어가 키우는 갈색 앵거스 종 소들의 무리였다. 라니어는 1.6km2 면적의 <피니 우즈 농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이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0.4km2. 라니어의 소들은 바로 이 숲에서 풀을 먹는다. 숲에서 가축을 기르는 고대 농법인 <임간농법>의 현대적 적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니어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사람의 손자다. 라니어의 선조들은 현재의 소나무밭 자리에서 담배를 키웠다. 이곳의 보기 드문 풍경은 그에게는 30년 이상 가꾸어온 익숙한 풍경이다. 이 소나무들을 주기적으로 베어 팔아 그는 큰 이익을 보았다. 그리고 소들이 섭씨 32도의 더위 속에서 풀을 먹지 않아도 되므로, 다른 곳의 소보다 20일이나 더 빨리 큰다.

그는 자신의 농장이 가진 효과에 대해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제공하고, 침식을 방지하며 소음이 적다는 것이다. 그는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 속 안내원처럼 차를 몰고 농장을 달리며, 느긋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 숲의 평화로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좋습니다.” 그는 아까 전에 언급한 송아지를 가리켰다. 아직 몸이 흠뻑 젖어있는 그 송아지는 불안정한 자세로 달콤한 냄새가 나는 습지에 있었다. “저 멋진 풀밭을 보세요. 암소라면 누구나 저런 곳에서 송아지를 낳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픽업트럭과 전기 철조망만 빼면, 이곳은 신석기 시대의 자연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 인간들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거닐던 들소를 잡아들여, 축화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는 농업 역사상 첫 시도 중 하나였다. 그러나 헐벗은 들판, 그리고 너무 많이 생긴 농장과 목장이 이 시도를 크게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환경 과학자들은 임간농법의 부활이야말로 기후 변화를 완화시킬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가축은 농업 공해의 2/3를 담당한다. 그 중 소 방귀 속의 메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라니어는 기후 변화가 현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소나무들은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땅으로 가져온다. 또한 그의 소들이 뀌어대는 방귀도 흡수하고 있다.

미 전국의 많은 농부들이 구식 농법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맞서기 위해서다. 농업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매년 80억 톤에 달한다. 인류 전체가 배출하는 탄소량의 약 1/4에 달한다. 난방과 전기 생산을 위해 배출되는 탄소량과도 비슷하다. 교통수단이 배출하는 탄소량보다는 훨씬 많다.

그러다가 미국 농무부는 임간농법의 보급이 작지만 착실하게 늘어나는 데 주목했다. 이른바 탄소 농법으로 불리는 다른 농법들도 대기 중 온실 가스를 제거하기는 하지만, 내뱉는 온실 가스가 더 많다. 경운법은 한 때 모든 농가에서 했다. 그러나 이 기법은 땅을 갈아엎으면서 흙에 달려 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낸다. 현재는 경운법을 실시하지 않는 미국 농가 면적이 21%에 달한다. 피복 작물법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피복 작물은 휴경기에 밭에 심는 작물로, 죽은 후에도 파내지 않고 그냥 땅 위에서 썩게 놔둔다.

이러한 기법들은 1990년대부터 널리 전파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제네럴 밀즈> 사나 <맥도널드> 같은 기업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대규모 농장에서도 사용되었다. 그러나 미국 농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돈이 넉넉지 못한 중소규모 농가다. 이들은 그런 방식을 채택하기가 부담스러웠다. 물론 그런 방식을 채택하면 생산 비용이 줄어든다. 생산량을 줄이므로 경운기 연료도 덜 들고, 흙이 비옥해져 비료도 덜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생산량과 수입도 줄어든다. 농경학자들은 이런 사람들도 새로운 농법을 채택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75억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이 질문에 답을 내는 것이야말로 지구에 중요한 일이다.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탄소 관리 및 감축 센터의 소장인 라탄 랄의 분석에 따르면, 농업에서 발생하는 온실 가스를 감축하는 것이야말로 파리 협정의 목표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길이라고 한다. “UN의 누군가가 스위치를 돌려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라.’고 하는 것과도 같다. 1/2이나 1/3만 감축한다 하더라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라니어의 농장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소속 8.9km2 면적의 체리 농장이 있다. 이곳에서 생물학자 토마스 모레노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옥수수대 사이를 비집고 나아가, 땅 위에 선 기밀성 금속제 챔버 앞에 섰다. 그는 챔버 뚜껑에 있는 금속제 개스킷에 주사기를 찔러 넣어, 지면에서 나온 공기를 주사기 속으로 빨아들였다. 이 공기 표본은 미국 농무부 연구소에 전달되어, 분석을 통해 온실 가스 농도가 측정될 것이다.

모레노와 동료들은 이 절차를 1년 내내 실시한다. 2018년에 시작된 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10여 가지 농법의 특징을 조사하려는 것이다. 그는 큰 호랑거미를 내쫓으며 말한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해결된 문제보다 많다.” 그들은 농법을 조사하고 있다. 다양한 농작물, 피복 작물, 가축의 조합을 연구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대에 구현된 신석기 시대의 농법이다. 이들의 연구는 땅이 잃어버린 탄소를 회복시키는 최상의 방법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땅으로 돌아가라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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