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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 돌아가라...토지는 원래 탄소를 원한다(2)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20.03.21 09:10
  • 수정 2020.05.06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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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제공/이동훈 기자

[땅으로 돌아가라1 에서 계속] 토지는 원래 탄소를 원한다. 식물은 공기 중의 탄소를 빨아들이고, 뿌리를 통해 땅 속으로 내보낸다. 이 탄소는 땅 속 미생물들의 먹이가 된다. 미생물들이 동식물의 시체에 모여 뜯어먹고 배설한 것들이 모여 부식토를 만든다. 어두운 색깔의 무른 이 부식토의 탄소 함량은 50~60%에 이른다. 영양소와 수분이 잔뜩 함유된 부식토는 땅을 천년 이상 안정시킬 수 있다.

초기 농업은 이러한 자연의 순환을 거의 방해하지 않았다. 1만 년 전 동남아시아 수렵채집인들이 기르던 닭들은 숲 속에 가서 바나나, 망고 등을 먹고 살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마존 역시 한때는 카카오와 파인애플을 비롯해 100여종의 작물이 자라는 거대한 자연의 농장이었다. 아마존 열대 우림의 일부에는 아직도 영양분이 풍부한 표토가 남아있다. 현지인들은 그 흙을 테라 프레타라고 부른다. 포르투갈어로 어두운 색의 흙이라는 뜻이다.

인간 사회가 성장하고 농업 생산량의 증대가 요구되자 한때 풍부했던 토양 속 탄소는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화전민들은 갈수록 더 많은 땅에 불을 질러 농지를 확보했다. 농지를 얻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오염이 엄청나다. 그리고 인간들은 또 다른 오염원인 쟁기를 땅에 댔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7,000여년 전에 <아르드>라는 물건을 발명했다. 목제로 된 아르드는 괭이처럼 생겼다. 소가 끄는 아르드로 보리밭과 병아리콩 밭을 갈아 엎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날 때쯤 철제 아르드가 나왔다. 그리고 1918년 존 디어가 트랙터를 발명하자, 쟁기를 이용한 농법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빛나는 강철제 쟁기날은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영양분과 수분, 햇빛을 갈취하던 잡초들을 싹 뽑아버렸다. 그리고 땅을 부드럽게 해서 씨앗이 쉽게 자랄 수 있었다. 그러나 흙을 갈아엎자 탄소 혼합물들이 산화되면서 대기로 빠져나갔다. 대기로 나간 탄소는 식물을 먹여살릴 수 없다. 쟁기는 문자 그대로 양날의 검이었다. 농가의 생산량을 늘려주지만 그만큼 더 많은 비료 투입을 요구했던 것이다.

경운법 때문에 이제까지 배출된 탄소의 총량은 600기가톤에 달한다.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30%에 달한다. 토양 과학자 랄의 추산에 따르면 더 토지 관리 방법을 사용할 경우 매년 4~5기가톤을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 경운법을 버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자연은 그런 방식을 쓰지 않고도 오랫동안 기운차게 성장했다. 미국의 농학자 에드워드 포크너는 1943년에 낸 책 <농부의 우둔함(Plowman’s Folly)>에서, 자연의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더 좋다고 주장했다.

수십 년 간 누구도 포크너의 말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토양의 열화로 인해 농부들은 포크너의 말을 점점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쟁기가 없는 트랙터 부착물이 나왔다. 흙을 뒤엎지 않고 작물의 잔여물만을 정리하여, 비옥한 흙 위에 탄소가 풍부한 뿌리 덮개를 남겨두는 것이다.

그러나 쟁기를 버리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재배되는 두 작물인 옥수수와 콩 등 씨앗이 큰 작물은 뿌리를 쉽게 내린다. 그러나 상추처럼 씨앗이 작은 작물은 뿌리를 내리기가 어렵다. 때문에 쟁기를 쓰지 않으면 처음 몇 년간 농가의 생산량은 급강하한다. 그러나 새로운 농법에 익숙해진 농부들은 인건비와 연료비를 크게 절약할 수 있으므로, 생산량이 줄어도 충분한 수익이 남는다는 것을 알았다. 지지자들은 토지에 탄소를 돌려주는 것이야말로 만병통치약이라고 주장한다. 토양이 건강하면 비료를 덜 써도 되는 건강한 작물들이 자란다는 것이다.

피복 작물도 탄소 농법을 지원한다. 피복 작물은 수확이 아닌, 땅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파종된다. 클로버, 살갈퀴, 비식용 무, 독보리 등이 가장 흔하다. 이러한 피복 작물은 본 작물의 수확이 끝난 가을에 파종되었다가 봄에 걷어들이거나, 아니면 본 작물과 함께 피복용으로 키운다. 피복 작물은 살아 있는 동안 탄소를 빨아들이고, 죽은 다음에는 땅에 양분을 돌려주게 된다. 물론 이걸 하면 비용이 더 든다. 그러나 미국 농무부가 농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평균 3년 정도 피복 작물을 심으면 생산량 증가, 비료 사용 감소로 피복 작물 비용을 보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드로다운의 분석에 따르면 쟁기를 없애고 피복 작물을 심는 농부는 연간 1에이커(4,046m2)0.5톤의 탄소를 포집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 드로다운은 학계의 국제 공조 프로젝트로, 탄소 완화 전략의 잠재적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

탄소 농법을 열성적으로 추구하는 농부들은 과거 방식대로 돌아가 나무를 심기도 한다. 임간 농법을 사용하는 라니어처럼 말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연간 1에이커당 2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드로다운의 데이터에 따르면 작물과 나무를 함께 심는 이른바 농림법을 쓰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그만큼 더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이 방법은 수익성 또한 좋다. 브라질 농부들은 음지에서 자란 초콜릿을 비싸게 판다. 스페인에서는 도토리를 먹여 키운 돼지로 유명한 하몬 이베리코를 만든다. 하지만 이 농법은 진입장벽이 높다. 나무를 심어 충분한 임관이 만들어지게 하는 데 무려 수십 년이 드는 것이다.

체리 농장의 농무부 수석 연구자인 앨런 프란츠루버스는 연구팀이 획득한 기체 표본의 초기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예상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농법은 토양에 무리를 최소화하면서 작물의 수명을 극대화시키고, 탄소의 포집량도 늘렸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보면 개선점도 있다. 예를 들어 소나무와 호두나무가 삼나무와 양물푸레나무보다 더 우수하다던지(라니어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프란츠루버스는 이러한 발견 내용을 가지고 노스 캐롤라이나 동부의 모래 평원에 맞는, 기후 친화적인 제안사항을 만들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흙에 탄소를 돌려줘야 한다. 현재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용감한 농부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20193월초 맑고 추운 날, 아이오와 주 라코나에 정착한 농민의 5대손인 저스틴 조던은 자기 집 식탁에 낡은 지도를 펴 놓고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접힌 금이 나 있고, 황변이 온 그 지도에는 그의 할아버지가 1950년대 농무부와 함께 작성한 토양 보존 계획이 나와 있다. 침식을 막는 단지도 있고, 나무를 심는 구역도 있다. 수십 년간 대규모로 실시된 쟁기질로 이 지역의 표토는 크게 손실되었다. 미국 농무부는 그 표토를 복원하고자 했다.

조던의 할아버지는 그 계획의 일부를 맡아 진행했다. 그러나 수확량을 50%나 늘려 주는 신형 합성 비료는 그 계획의 필요성을 낮추었다. 그래서 그는 매년 옥수수밭과 콩밭에 쟁기질을 했다. 조던의 아버지도 다른 농부들과 마찬가지로 쟁기질을 했다. 지난 150년에 걸쳐 농업으로 인해 지구의 표토 절반이 사라지고 말았다.

조던은 지극히 정중하고 부드러운 말씨를 쓰는 30대 후반의 사나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가업을 이어받은 이후 쟁기질을 멈추고 피복 작물을 기르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방식의 농업을 하고 싶었다. 매년 표토는 얇아져만 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던이 가진 농지의 면적은 1.7km2 정도다. 주말 장터에 농산물을 파는 농가 대부분보다는 크다. 그러나 기업에서 가진 40km2급 농장보다는 작다.

항공사진을 보면 그의 농지와 아직 쟁기질을 많이 하는 다른 사람의 농지 간의 차이가 확연하다. 그의 농지의 흙은 더 색이 진하고 영양가가 풍부하다. 그러나 하늘에서 보면 다른 곳보다 더 옅은 색으로 보인다. 뿌리 덮개가 쌓여 있기 때문이다. 소가 먹을 다년생 목초, 그리고 아스클레피아스 같은 토종 풀이 경사면에 자라고 있다. 연중 내내 피어 있는 이 식물들은 토양에 탄소를 공급해 준다. 반면 인근의 황량한 밭에서는 계속 탄소가 나오고 있다.

매년 10, 조던은 옥수수를 수확하고 나서, 말라 가는 옥수수 대 사이로 호밀을 파종한다. 그리고 이듬해 봄 녹색을 유지하고 있는 호밀을 베어내고 옥수수를 파종한다. 콩밭의 경우도 9월에 수확하기 전에 호밀, , 귀리를 파종한다. 그로서 높이가 무릎까지 오는 상품성 높은 작물 밭 아래에 작은 숲을 만든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농장의 생산량은 이웃 농가들과 비슷하다.

얼마 안 있어 조던 같은 사람들은 금전적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최초의 농업 전문 탄소 시장인 테라톤 이니셔티브는 지난 20196월 농업기술 신생기업인 인디고 농업을 모체로 설치되었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여기서 탄소배출권을 산다. 그러면 테라톤은 농부들이 포집한 이산화탄소 1톤당 15달러를 준다. 이 시장이 생긴 지 6개월 이내에 전 세계 수많은 농부들이 가입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 농부들이 지닌 땅의 총면적은 약 40,000km2에 달했고, 이 중에는 현대 농법의 상징과도 같은 대규모 농장들도 많았다.

돈이 많이 생기면 좋다. 그러나 조던이 이런 농법을 하는 이유는 기후 변화 때문이다. 기후 변화가 지구에 끼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기후 변화가 그 사진의 농사를 망칠 게 두려워서다. “내가 어릴 적에는 폭풍이 한 번 와도 그 강수량이 여간해서는 50~80mm까지 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강수량이 150~180mm에 달하는 폭풍이 다반사다.”

토양 속 탄소가 높아지면 침식에 강한 덤불이 모인다. 그 외에도 식물 잔여물들의 층이 생겨 호우의 위력을 약화시킨다. “그런 조건이 갖추어지면 아까 말했던 큰 비가 내리더라도 표토가 쓸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건기가 닥쳐도 땅이 쉽게 마르지 않는다.” 땅의 유기물(부패로 인해 생겨난 탄소가 풍부한 물질)1% 많아질 때마다, 표토 1에이커가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은 8만 리터씩 늘어난다는 것이 미국 농무부 자료에 나타나 있다.

조던은 필자를 지프에 태워 자신의 농장을 견학시켜 주었다. 얼어붙은 연못과 허리 높이까지 자란 연한 노란색의 풀들이 보였다. 그는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방법을 생각했다. 나무를 더 심는 쪽을 선호했지만, 단기 이익은 적은데 비해 너무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작물 가격은 하락했고 농부들은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그도 나도 생존 모드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역시 기후 변화에 맞서 탄소 농법을 실시하는 소수 농부 중 한 명임을 자랑스러워한다. 2019년 초 그는 디모인의 어느 교회에서 열린 <확신, 농부, 기후 변화 대응> 회의에 출석했다. 회의 주최측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종교적 대응을 촉구하는 비영리단체였다. 이들은 보수적인 아이오와에 소수지만 지지자들을 모아 쟁기질을 멈추고 피복 작물을 심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탄소 농부들의 수는 지금보다 더욱 많아져야 한다. 미국 농부의 대부분은 조던 정도의 땅, 즉 평균 1.8km2의 땅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탄소 농법의 잠재력이 발휘되려면, 중대형 농가들이 참가해야 한다. 지구의 농지는 약 4900km2. 이 농지 모두에서 탄소 농법이 실시된다면, 그 동안 대기에 축적되어 왔던 모든 이산화탄소를 땅 속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현재 토양 속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1%. 전 세계 농지의 불과 30%에서만 이 농도가 3%(식물이 자라기에 이상적인 수준)로 높아져도 달성 가능하다.

조던은 돈 같은 유인책에는 관심이 없다. 라니어처럼 땅을 잘 돌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표토를 복원하는 데서 만족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가 탄소 농법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인류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너무나 느린 보급 속도에 실망감을 느낀다. “대부분의 농부들은 금전적 이득이 있어야 이 농법을 채택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보상도 없더라도, 그에게는 값을 따질 수 없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이 농법을 쓰면 나는 양심의 가책에서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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