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각품은 14,000여 년 전 사냥 도구에 붙어 있었다. 그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이 조각품은 여전히 착시를 일으킨다. 왼쪽 상단의 눈처럼 생긴 부분에 주목하라. 그 아래의 엄니 부분에도 주목하라. 그러면 이 조각품이 매머드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아래로 시선을 낮춰 보면 매머드의 엄니처럼 보이던 부분이 들소의 뿔처럼 보이면서, 조각품이 고개숙인 들소처럼 보인다. 이걸 보면 19세기의 유명한 오리토끼 그림도 떠오를 것이다. 처음에는 오리 부리 같던 부분이 보기에 따라 토끼의 귀처럼 보이기도 하던 그림이다.
오리토끼 그림 같은 그림을 모호한 그림이라고 부른다. 제작자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아까의 조각품 역시 마찬가지다. 앨버타 대학의 인지 신경 과학자인 카일 매튜슨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매머드와 바이슨의 외곽선이 비슷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인간 두뇌의 시각령은 수준 낮은 정보를 나름대로 이해하고, 그 이해 결과를 고차원 정보처리 뉴런으로 보낸다. 그러면 고차원 정보처리 뉴런은 털이나 엄니같은 세부 특징들을 파악한다. 이 때문에 동일한 물건이 매머드와 들소의 두 가지 동물로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