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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막는 인공 장애물...'댐'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20.04.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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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제공/ 장순관 기자

댐 해체야말로 가장 비용대비 효과가 뛰어날 것이다. 하 스네이크 댐에 달린 터빈 24개는 모두 50년의 사용 연한을 초과했다. 육군은 아이스 하버 댐에 터빈 3개를 설치하는 11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이 지역의 수력 발전 비용은 2008년 이래 30%가 올랐다. 이 때문에 보네빌 전력 회사의 전력 생산 비용은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도 비싸졌다. NW 에너지 연합(100개의 공공 및 민간 에너지 단체의 연합체)2018년 연구에 따르면,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천연가스로도 수력과 동일한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고객 1인당 월간 2달러씩만 더 걷으면 된다고 한다.

댐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의지 또한 강해지는 것 같다. 20194월 아이다호 주 하원 의원 마이크 심슨은 댐 문제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요구했다. 이에 워싱턴 주지사 제이 인슬리는 댐 해체로 악영향을 받을 지역 공동체에 대한 최상의 지원책을 연구하는 데 예산 75만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소하성 어종에게 가해지는 위협은 댐만이 아니다. 이들은 기후변화 때문에 존재 자체를 위협당하고 있다. 2015, 높아진 수온 때문에 스네이크 강으로 돌아오던 붉은 연어 중 96%가 죽었다. 댐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댐 해체를 통해 강의 수온이 낮아져, 더 많은 물고기들이 산란장으로 와서, 멸종의 위기를 벗어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것만이 스네이크 강 전반을 살리는 길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존스는 나는 그 댐들이 무너지기를 바란다. 내가 죽기 전에 그 광경을 보고 싶다. 모든 동물들이 강을 자유롭게 통행하고, 어족자원도 크게 늘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마이크 맥헨리가 키우는 벨기에산 말리노이스 <진저>가 워싱턴 주 서부의 엘화 강변에 서서 작은 소리로 울고 있었다. 맥헨리에게 붙들린 <진저> 근처의 수조에는 작은 연어 치어 수백 마리, 어쩌면 수천 마리가 햇살 속에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이들은 태어난 지 몇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바다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맥헨리는 <진저>를 풀어주었다. <진저>가 수조로 달려가자 치어들은 흩어졌다.

맥헨리는 30년 이상 하 엘화 클랄람 부족과 함께 생물학자이자 생활 장소 관리자로 살아왔다. 클랄람 부족이 선조부터 살던 이 땅은 두 수력발전소 댐이 철거된 이후 크게 바뀌었다. 댐의 철거로 인해 강은 100여년만에 다시금 자유롭게 흐르게 되었다.

이 물길은 올림픽 산맥의 설원에서 시작되어 북쪽으로 72km를 흘러 후안 데 푸카 해협으로 나간다. 이 강은 1,000년 동안 연어와 송어가 풍부했다. 매년 4만 마리의 치누크 연어, 은연어, 기타 생물들이 산란을 하러 강에 돌아왔다. 덕분에 이 강은 미국에서 가장 소하성 어종이 풍부한 곳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은 1910년에 바뀌었다. 그 해 올림픽 전력 회사는 엘화 댐을 세웠다. 포트 앤젤레스 인근의 원목 및 펄프 가공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1927년에는 엘화 댐으로부터 상류 방향으로 13km 떨어진 곳에 같은 회사의 글라인스 캐년 댐이 세워졌다. 이 댐들로 인해 클랄람 부족의 종교 성지 및, 비옥한 범람원이 수몰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댐들은 물고기 통로가 없었다. 따라서 산란지를 강의 수원지로부터 8km까지로 줄여버리고 말았다. 이 때문에 연어 개체수는 줄어들게 되었다. 20세기말, 이들 댐이 생산한 전력은 보잘 것 없었다. 현지 공장 한 곳이 필요로 하는 전력량의 절반밖에 안 되었다. 그러나 댐의 소유주는 댐을 어족 친화적으로 개조하는 것은 너무 돈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결국 1992, 당시 미국 대통령 조지 H.W. 부시는 내무부에 이 댐들을 2950만 달러에 매입, 해체하고 어족 자원을 복원할 권한을 주었다.

국립공원 관리청은 이 35천만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데 약 20년을 투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엄청난 양의 퇴적물 관리였다. 두 저수지에는 약 3300만 톤의 침니, 자갈, 바위가 퇴적되어 있었다. 강물이 다시 자유롭게 흐르면 이것들이 하류로 한꺼번에 떠내려가 엉망진창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2008, 포트 앤젤레스 수원지를 정화할 상수 처리장 건설과 함께 댐 해체 작업이 시작되었다. 2011년부터 바지선에 탑재된 굴착기로 한 번에 댐을 3~6m씩 해체하면서 저수지의 물을 조금씩 비우기 시작했다. 댐의 마지막 잔해는 2014년에 제거되었다.

이후 국립공원 관리청은 관리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생활공간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생물학자, 식물학자, 기타 자원 봉사자들은 저수지가 사라지면서 드러난 범람원에 토착 나무와 잔디, 기타 여러 식물들을 무수히 심었다. 몇 달 안 있어 연어와 송어도 상류에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산란장에서 태어난 치어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기에, 공무원들은 그 수를 늘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물은 첫 2년 동안은 혼탁했지만, 물속의 흙먼지와 자갈은 결국 가라앉았다. 그리고 포트 앤젤레스 인근 강어귀에는 모래톱과 강변, 거대한 후미가 생겨났다.

연구자들이 2018년에 엘화 강 전체를 수중 탐사한 결과 옥새송어 15,000마리가 관측되었다. 이는 그 10년 전에 비해 2배로 증가한 것이다. 물고기가 늘어나니 수달도 늘어났다. 소하성 어족의 감소로 크게 줄어들었던 조류는 물론 사슴이나 곰 등의 대형 동물도 다시 전례 없이 많이 나타났다. 범람원은 영양분 풍부한 퇴적물과 새로운 식물이 들어오면서 다시금 생기를 얻었다. 그리고 강물을 막고 있는 통나무 더미는 치어들의 숨을 공간이 되었다. 이 통나무들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도 있지만 맥헨리와 동료들이 일부러 갖다놓은 것도 있다. 그는 오리나무 사이에 보이는 엘크의 똥과, 포식자가 강변에 가져다 놓은 연어 시체를 보여주었다.

댐 해체로 강기슭의 생기가 돌아온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맥헨리에 따르면 이곳의 생활공간을 복구함으로서 물고기 뿐 아니라 다양한 생명체들을 구할 수 있었다. 범람을 막는 천연 장애물이 생겼다. 그리고 강에서 더욱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연방 정부 및 현지 인디언 부족들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연어 낚시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또한 주변 삼림과 강변 지대도 되살아났다. 그는 댐 건설이야말로 강을 망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물론 댐이 있으면 이익이 생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만큼은, 그리고 나의 가치관으로는 자연 그대로의 강이 주는 이익이 댐이 주는 이익보다 더욱 크다.”

엘화 강에 댐이 생긴 이래 100년 이상, 엘화 강은 거친 자갈로 이루어진 물가에서 바다를 만나 왔다. 현재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은 하얀 모래가 깔린 넓은 물가를 만들어냈다. 점점이 관목이 나 있는 그 물가는 조개, 비버, 물새 등 여러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전, 연방 정부가 실시했던 어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도 예측하지 못했던 성과다. 맥헨리의 말이다. “이 곳에 약 270m3의 퇴적물이 투입되었다. 그러자 전례 없이 활발한 강어귀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이 강어귀를 통해, 강에 살던 치어는 바다로 나간다. 또한 게 낚시에도 매력적인 장소다. 게 잡는 통발의 위치를 표시한 부표들이 해안과 평행하게 늘어서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경제 효과의 상징이다.

1912년 이래 철거된 미국 내 댐의 수는 1,605개다. 이 중 현재까지는 엘화 강의 댐 2개가 가장 크다는 것이 미국 하천 협회의 주장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배비트 내무부 장관 취임 이후 20년 동안 46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강을 복원하기 위해 약 1,200개의 댐이 해체되었다. 1999년 철거된 메인 주 어거스타의 에즈워즈 댐은 연방 정부가 철저한 첫 대형 수력발전소 댐이다. 이 댐은 케네벡 강을 따라 있던 제분소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1837년 건설되었다. 그러나 현재 그 제분소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이 댐 때문에 이 강의 청어, 줄무늬 농어, 철갑상어는 전멸 직전까지 갔다. 현재 이 강은 낚시꾼들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공원, 관람석, 카약과 카누 진수대를 갖춘 강변 지대도 생겨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미국 하천 협회는 이 여세를 몰아가고자 공공 및 민간 기관들과 함께 뉴 잉글랜드의 댐 수십 개를 철거하고, 강기슭 야생동물 서식지를 복원하고자 하고 있다. 한편 미 육군 공병은 세인트 안토니 폭포의 댐 2개소의 장래를 고민하고 있다. 이곳은 미시시피 강이 미네아폴리스를 거쳐 흐르는 곳이다. 관계 당국은 앞으로 수년 내에 북 캘리포니아 클라마스 강에 있는 댐 4개를 더 철거해 500km 길이의 연어 산란장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들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들도 그 효과가 누적되면 생태계와 경제에 엄청난 효과를 몰고 올 것이다. 듀크 대학의 수문학자 도일은 작은 해체 사업으로도 여러 종의 생물들이 복원될 것이며 생태계도 매우 다양해질 것이다고 말한다. 인공 장애물의 효용이 다한 지금, 강을 자연에 돌려줘야 할 때다. 장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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