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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과 고고학...사상 최대의 굴착 작업(3)
건설과 고고학...사상 최대의 굴착 작업(3)
  • 김성진 기자
  • 승인 2020.04.2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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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굴착 작업(3)/파퓰러사이언스 제공

201912월 유스톤 발굴 작업이 종결될 때까지 레이너 팀이 발굴한 유골은 총 25,000구에 달한다. 이 중에는 경매장 창립자인 제임스 크리스티, 조각가 찰스 로시의 유골도 있다. 로시가 만든 카리아티드는 인근 세인트 팬크라스 교회의 지하실을 내려다보고 있다. 급조 사무실에서 발굴 현장을 응시하던 레이너는 앞으로도 더욱 큰 발견이 기다리고 있을 걸로 기대한다. “영국에서는 어디를 파도 인류 역사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 나와요.”

건설과 고고학이 언제나 이렇게 잘 맞물려 준 것은 아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에 걸쳐 영국의 건축업자들은 공사 중 발견되는 유적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개발자들의 선의나 정부의 긴급 개입이 없으면 유적은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1980년대 후반, 로즈 극장의 잔해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영국은 새로운 법을 제정하기에 이른다. 템즈 강 남안의 창녀촌, 도박장, 곰 괴롭히기 경기장들 한복판에 있던 로즈 극장은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를 포함한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처음으로 상연된 극장 중 하나다. 건설팀은 부분적인 발굴 후에 현장을 포장할 권한이 있었고, 정부는 현장 보존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생각이 없었다.

이안 맥켈렌 경, 주디 덴치 기사, 로렌스 올리비에 경 같은 배우들이 힘을 모아, 16세기 극장 잔해 보존을 촉구했다. 당시 81세이던 페기 애쉬크로프트 기사는 맨몸으로 불도저를 가로막기도 했다. 결국 건설회사 측에서는 1700만 달러를 들여 현장을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비슷한 상황에서 분쟁을 막고 문화 유산에 가해지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국은 1990년 오염자 비용 부담 모델을 도입했다. 현재 영국 건설사들은 사전 환경 영향 평가의 일환으로, 역사 유적 발견 가능성을 사전 조사해야 한다. 또한 건설 과정 중 발견된 역사 유적을 파괴해서는 안 되며, 주요 발굴 및 보존 작업에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영국 본머스 대학의 고고학자 티모시 다빌은, 이 법이 영국 내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더 많은 수의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졌다.” 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영국에서 매년 수천 건의 고고학 발굴이 진행되었다. 그 이전 수십 년 간에 비해 무려 10배가 증가했다.

다른 나라 정부들도 이 선례를 따랐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1992년 발레타 협약에 가입했다. 이 협약에서는 건설 시 문화 유산 보존 의무를 명문화했다. 유럽 고고학 협회가 2018년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현재 개발사들이 유럽 대륙의 고고학 탐사 중 90%를 지원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이제 과거에는 보급상, 재정상의 문제로 갈 수 없던 엄청나게 많은 역사 유적을 발굴할 기회를 얻었다. 특히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는 기회의 땅이다. 인프라 관련 당국은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건설 예정지에서 발견된 나폴레옹기 전쟁터 묘지 발굴과, 지하철 확장 공사 중 나온 2,000년 묵은 로마 시대 유적 발굴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HS2 이전의 영국에서 가장 큰 철도 건설 프로그램은 <크로스레일>이었다. 2009년에 시작된 이 117km 길이의 런던 횡단 철도 공사 과정에서 40군데의 유적이 발견되었다. 중세 어선 잔해도 나왔고, 로마인의 유골도 나왔고, 튜더 왕조 시대의 볼링공도 나왔다. 악명 높은 베들램 정신병원에서 죽은 사람 3,000명의 유골도 나왔다.

이 모든 작업을 실행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은 연구 및 발굴을 위한 경쟁 상업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런던 박물관 소속인 MOLA는 관련된 영국 기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축이다. HS2는 그 주 고객 중 하나다. 그 현장 직원들이 발굴한 수천 점의 유물은 런던 반대편에 있는 또 다른 직원들에 의해 목록화 된다.

MOLA의 본부는 런던 동부 이슬링턴 구의 수로 언저리에 있는 낡은 부두 건물에 있다. 1층의 상하역 구획에 들어가면 미로를 이룬 방이 나온다. 그 방들의 벽에는 먼지 쌓인 6m 높이의 선반이 있다. 그 선반에는 현장에서 가져온 유물들이 먼지를 먹은 채로 쌓여 있다. 좁은 통로의 양옆에 있는 팔레트와 컨테이너들에는 옛 건물의 잔해, 깨진 도자기 조각, 튜브에 든 퇴적물들이 들어 있다. 건설로 인해 유적 발굴이 활성화된 덕택에, 이런 장소에는 주목해야 할 물건들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김성진 기자 kimsj@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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