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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통해 미 대륙과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을 여행한 고대의 개구리

4000만년 전의 화석이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 기자명 임현재 기자
  • 입력 2020.06.08 14:32
  • 수정 2020.06.0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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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레산 개구리의 선조는 남극 대륙에 왔다. 헬멧티트워터토드 개구리

알다시피 수 백 만 년 전의 세계는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현재 대양으로 갈라져 있는 대륙들은 과거에 모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얼어붙은 극지는 과거에는 따뜻하고 초복이 무성했다.

그 시절 남극의 주인은 귀여운 황제 펭귄이 아니라, 뿔난 개구리였다. 스웨덴 과학자들은 스모어 섬에서 4000만 년 전의 작은 개구리 화석을 발견했다. 이 섬은 퇴적층이 얼음에 덮히지 않은 남극 유일의 장소다. 이 발견은 지난 4월 말 <사이언티픽 레포츠(Scientific Reports)>지에 게재되었다.

연구의 주 저자이자 스웨덴 자연사 박물관 선임 학예사인 토마스 모르스는 현재 남극을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대륙에는 개구리가 있다. 이번 발견으로 인해 남극 대륙에도 개구리가 살았음이 증명되었다고 말한다.

먼 옛날 남극 대륙에 살았던 이 개구리는 고유종이 아니었다. 이번에 발견된 개구리의 두개골과 장골(골반의 일부)은 남미에 사는 칼립토케팔렐라 속 개구리의 것과 꼭 닮아 있다. 현재 이 속의 개구리 중 살아남아 있는 것은 헬멧티드워터토드 종 개구리 뿐이다. 칠레의 안데스 인근에서 볼 수 있다.

현재 칼립토케팔렐라 속과 가장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구리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칠레와 지척이다. 새로 발견된 이 개구리는 그 둘 사이를 잇는 존재라고 모르스는 설명한다. 이 개구리야말로 곤드와나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라는 것이다. 곤드와나는 최초의 원시 대륙 팡게아가 둘로 쪼개지면서 생긴 고대 거대 대륙이다.

곤드와나는 현재의 남미 대륙, 아프리카 대륙, 아라비아 반도, 마다가스카르,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을 모두 포함하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8천만년 전의 쥐라기에 이 거대 대륙은 분열되어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구리들이 남미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두 발견되는 것은 일견 이상해 보인다. 그러나 그 개구리들의 진화 초기 시점에는 남극은 두 대륙을 잇는 중간 지점이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이 개구리들이 거대 대륙에서 삶을 시작하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간 모습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양서류 전문가 데이빗 웨이크(이번 연구에는 참가하지 않았다)의 말이다. “또한 이 연구는 곤드와나의 분열상도 보여준다.”

이번에 발견된 남극 개구리는 현재도 흔한 개구리의 근친 관계다. 때문에 이 화석을 보고 과거 냉각되기 전의 남극의 기후를 알 수 있다. 연구자들은 기후 분석을 통해 과거의 남극은 연 강수량이 900mm에 달하는 고온다습한 환경이라고 추측했다.

웨이크는 이런 연구를 현장 고생물학 연구의 완벽한 사례로 여긴다. 현장 조사는 뭔가 좋은 것을 기대하며 땅을 파는 것 이상의 일이 되어야 한다. 곤드와나 대륙이 뭔지 몰랐다면 남극에 개구리가 살았다는 주장이 얼마나 우습게 들렸겠는가. 그것도 요즘 칠레에 사는 개구리와 매우 비슷하게 생긴 개구리가 말이다. 지질학적 맥락을 알아야 화석을 발견해도 그 의미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번에 발견된 개구리 화석의 나이는 남극의 동결 시기보다 600만 년이 많다. 모르스는 이 점을 특히 흥미롭게 여긴다. 현재 그는 이들 개구리가 언제까지 남극에서 생존했을지, 그리고 따스했던 고대 남극에서 어떤 생물들이 살았는지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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