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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많은 병을 옮기는 이유...코로나 바이러스 박쥐가 원인?

많은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박쥐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20.05.13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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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금광에서 날아오르는 박쥐들

Kate Baggaley

코로나 19 대유행의 기원에 대해서는 불명확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출발해 다른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전파되었을 가능성만큼은 높아 보인다.

코로나 19 외에도 박쥐에게서 온 질병은 많았다. SARSMERS등 연구자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중증 코로나 바이러스들 역시 박쥐와 연관되어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박쥐와 코로나 바이러스는 수 백 만년 동안 공진화해왔다고 한다. 다만 박쥐 종간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박쥐는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 니파 바이러스 등 주요 전염병 병원체의 자연 숙주이기도 하다. 과학자들은 박쥐가 다른 대부분의 동물들에 비해 인간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박쥐들은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를 지니고 다니는가? 연구자들은 몇 가지 이유를 찾아내었다. 하지만 그 중 어떤 것도 박쥐를 무서워하거나 코로나 19의 전파자로 매도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박쥐가 인간에게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매일 밤 비행할 때마다 병을 옮기고 다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의 학예사 브루스 패터슨에 따르면, 박쥐가 많은 바이러스를 보균하고 있는 것은 박쥐 고유의 특징들 때문이라고 한다. 박쥐들은 매우 사회성이 뛰어나며, 많은 시간 동안 함께 무리지어 다닌다. 여름에는 텍사스 브라켄 동굴에 세계 최대의 박쥐 군락이 생기는데, 이곳에 멕시코 큰 귀 박쥐 1500여만 마리가 모인다. 이 동굴에서 태어난 새끼 박쥐들은 1제곱피트(0.09m2)500마리까지도 모여 앉을 수 있다.

패터슨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바이러스 전파 억제에 효과가 있음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다. , 이 박쥐들처럼 매우 좁은 공간에 많은 개체수가 모여살고 있을 때는 바이러스 전파 억제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여 살 경우 병원체나 기생충이 군락 전체로 퍼져 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군생하는 습성 때문에 박쥐는 살아남기 위해 강력한 면역 체계를 갖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이 패터슨의 설명이다. 그 때문에 박쥐는 광견병 같은 위험한 병에도 견디고 살아남는 능력이 다른 포유류보다 높은 것이다.

패터슨은 이렇게 말한다. “박쥐는 광견병에 감염되어도 오랫동안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러한 자연 보호력이 감소할 때는 박쥐들이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동면하는 겨울철 뿐이다. 그것이 박쥐가 박쥐 괴질을 일으키는 진균에 취약한 원인 중 하나다. 박쥐 괴질은 북미에서 동면중이던 박쥐들을 괴멸시키는 질병이다.

박쥐는 이렇게 뛰어난 면역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비행 능력을 갖춘 유일한 포유류다. 비행 능력 역시 박쥐에게 높은 항바이러스 능력을 주었다.

패터슨은 비행은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이동 방식이다. 헤엄치기, 걷기, 달리기보다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그런데도 박쥐는 매일 밤마다 수 시간씩 난다.”

비행하는 데 에너지가 많이 들기 때문에 신진 대사율이 높다. 박쥐가 먹이를 먹고 이를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자유 라디칼이라는 부산물이 나오는데, 이것은 DNA에 해롭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DNA 손상을 막거나, 수리하는 능력이 있다. 박쥐는 그런 능력이 특별히 더 뛰어난 것 같다는 것이 패터슨의 말이다.

동물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동물 세포에 침입한다. 그리고 나서 동물 세포가 새로운 세포가 아닌, 바이러스를 생산하게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유독 박쥐 세포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박쥐의 DNA 편집 및 수리 기전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패터슨은 이러한 속성 때문에 박쥐들은 매우 긴 수명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작은 갈색 박쥐의 수명은 30년이 넘는다. 그와 비슷한 덩치의 집쥐의 수명은 2~3년에 불과한데 말이다.

또한 비행 과정에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체온이 상승,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의 몸이 열을 내서 감염에 저항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고도의 집단생활, 효율이 매우 뛰어난 대사 과정과 면역계 등의 요소를 갖춘 박쥐는 질병의 초전파자가 될 수 있다. 패터슨은 그런 특성들 때문에 박쥐들은 바이러스에 제압당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보균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문에 박쥐들이 다른 생물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글래스고 대학의 바이러스 생태학자 나르두스 몰렌체에 따르면, 특정 동물에서 바이러스를 탐지해 봤자 얻는 증거는 그 동물이 바이러스를 다른 종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는 것뿐이다. 그 동물이 그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했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 그의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전염병을 많이 전파하는 동물은 박쥐가 아니다. 박쥐만큼 인간에게 질병을 전염시키는 동물들은 또 있을 수 있다.

몰렌체와 그의 동료 다니엘 스트라이커(역시 글래스고 대학 재직 중)는 얼마 전 포유류와 조류에서 발견된 바이러스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그들은 종수가 많은 친족 관계의 동물들일수록, 종수가 적은 동물에 비해 인간에 감염되는 바이러스를 더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 박쥐는 종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동물원성 감염증 바이러스가 박쥐에게서 많이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몰렌체는 박쥐에게서 나온 동물원성 감염증 바이러스의 종수는 분명히 많다. 그러나 설치류 등 다른 종의 생물들도 그런 바이러스를 박쥐만큼 많이 가지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에 따르면, 박쥐 군락은 유사한 크기의 다른 포유류 동물 군락에 비해 인간들에게 더 많은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으며,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확률 또한 더욱 높지 않다고 말한다.

여러 박쥐 종은 멸종 위기 종이다. 그런 종은 인간과 접촉하는 빈도가 매우 낮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사실 박쥐에게서 발견되는 질병들 중 다수는 다른 동물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다. , 박쥐보다는 스컹크나 너구리 때문에 광견병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이다. MERS도 단봉 낙타 때문에 많이 전염되고, 2003SARS 대유행도 생포된 사향 고양이 때문에 첫 전파되었다고 여겨진다.

미래의 전염병 대유행을 피하려면, 야생동물들이 보유한 바이러스들 중 어떤 것이 인간에게 전파될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즉 박쥐 등 인간에게 전염병을 전파할 수 있는 동물들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동물 무리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게 패터슨의 말이다. 최근 그는 학회지 <주키스(ZooKeys)>4종의 신종 잎코박쥐 종 발견을 게재했다. 이 박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근원지일 수도 있는 관박쥐와 근친 관계다.

박쥐는 분명 질병을 보균하고 전파한다. 그러나 박쥐는 또한 세계 생태계를 이루는 필수 멤버다. 따라서 박쥐 없이 사는 것보다는 박쥐와 함께 사는 것이 더욱 좋다. 박쥐는 야행성 생물이고, 여러 종 간의 외형적 차이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는 경우도 많다. 패터슨은 박쥐는 화려하지도 않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때문에 사람들은 새를 보는 시선으로 박쥐를 보지 않는다. 현재 알려진 박쥐 종 수 중 25%15년 전만 해도 다른 종류의 생물로 여겨졌던 것들이다. 놀라운 사실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박쥐는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농사를 망치는 해충들을 잡아 먹는다. 박쥐 때문에 미국 농부들은 연간 37억 달러의 해충 구제 비용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이들은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같은 질병을 퍼뜨리는 곤충들도 잡아먹는다.

과즙을 마시는 박쥐들은 식물의 가루받이를 한다. 아프리카에서는 바오밥 나무의 가루받이는 큰박쥐가 주로 한다. 또한 비행하는 박쥐의 똥에 식물의 씨앗이 섞여 배출되면서, 우림 지역에 식물을 파종하는 효과도 있다.

패터슨은 이 모든 것은 매우 중요한 생태학적 역할이며, 바이러스와 박쥐 사이의 연관에 대한 공포와 걱정 때문에 잃을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말한다. 박쥐들 역시 서식지 상실, 기후 변화, 박쥐 괴질 등의 질병, 야생동물 고기 거래 등의 위협을 당하고 있다. “박쥐는 이미 인간의 행위 때문에 위기에 몰려 있다. 따라서 인간의 행위가 더 이상 박쥐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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