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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무차별적 과잉 사교성 발달 장애

  • 기자명 안재후 기자
  • 입력 2020.05.13 11:06
  • 수정 2020.05.2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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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축화한 최고의 선물/파퓰러사이언스 제공

개과 동물들이 친근한 사람 근처에 있던 시간을 측정한 간단한 실험 결과는 또 다른 충격을 주었다. 개는 친근한 사람 옆에 가까이 있었다. 그러나 늑대는 인간에게 양육 받은 개체조차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개들은 다른 종의 생물과도 가까이 접촉해 유대를 쌓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모든 개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 태어난다. 그것은 전 세계 75천만 마리에 달하는 떠돌이 개들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다른 종과의 유대를 쌓는 개의 능력은, 이들이 양이나 오리를 잘 지키는 이유도 설명해 주고 있다.

더욱 최근에는 프린스턴 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브리짓 본 홀트가 이러한 감정의 기원이 될 지도 모르는 부분을 발견해냈다. 그녀와 연구팀은 개의 DNA6번 염색체에서 진화 압력 표지자를 발견했다. 인간의 경우, 동일한 변이는 윌리엄스 보이렌 증후군을 일으킨다. 이 증후군은 무차별적인 우호인 과잉 사교성을 나타내는 발달 장애다. 그녀는 매우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개들도 어쩌면 이러한 증후군에 걸려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 개의 우호성은 인간이 일부러 주입한 것이 아니라 개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생겼을 지도 모르는 것이다.

정확히 어떤 유전자의 변이가 개나 인간을 모두의 절친한 친구로 만드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왜 이러한 특징이 특정한 개(래브라도 리트리버 등)에게서 다른 개보다 더 강하게 나타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헤크트의 실험 중 <공감 임무> 실험에서는 연구자 맥퀴스천이 망치로 자기 손가락을 찍는 시늉을 하고는, 실제로 아프다는 듯이 소리를 지른다. 이를 본 피험동물 중에는 맥퀴스천의 무릎 위로 뛰어올라서 망치에 찍힌 것처럼 보이는 손가락을 핥아 주는 개체도 있었다. 하지만 쉐비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나 동일한 조건에서 양육된 다양한 종류의 개과 동물들을 조사한 또다른 연구에서는 과잉 사교성 이론이나 <축화 가설>의 사회적 인지 이론이 모든 질문에 답을 주지 못한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10년 전 스톡홀름 대학과 수의 대학 빈 늑대 과학 센터의 연구팀은 개와 늑대를 연구실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첫달부터 강아지와 늑대 새끼들은 인간과 24시간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이후 이 동물들은 함께 무리지어 살면서 인간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개가 사교 기술이 월등히 뛰어난 늑대가 아님을 나타낸다. 그 좋은 사례로 인간이 키운 늑대는 인간에게 매우 우호적이다. 자신을 돌보는 사육사들에게 인사하며, 산책 때는 앞장서 나간다. 놀랍게도 올해 이 연구팀은 극소수의 늑대 새끼가 개와 마찬가지로, 사냥감을 물어 인간에게 가져오는 동작을 배우지 않고도 보였다고 보고했다.

늑대 과학 센터 외에도 다른 곳에서도 여러 상황 하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늑대가 알고보니 개보다도 더욱 너그럽더라는 것이다. 음식을 주고 나누어 먹으라고 하면 개들은 서로간의 거리를 유지하고 먹는다. 늑대는 처음에는 으르렁거리지만 나중에는 나란히 서서 평화롭게 먹는다. 어떤 연구에서는 개 또는 늑대를 두 마리씩 짝지어 놓고 협동해서 고기 한 조각을 나르게 했다.

연구자 사라 마셜 페시니에 따르면 늑대 두 마리로 이루어진 조는 완벽히 협동했으나, 개 두 마리로 이루어진 조의 협동성은 너무나도 나빴다는 것이다. 그녀가 늑대-인간, -인간 간 협력을 시험했을 때도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었다. 늑대는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나, 개는 인간이 뭔가를 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했다.

이러한 예기치 못했던 발견으로 인해, 마셜 페시니는 자체 축화에 관한 3번째 이론을 발전시킨다. 개의 자체 축화는 새로운 사교 능력이나 애정 표현이 아니라, 새로운 분쟁 관리 전략이라는 것이다.

과거 인간은 대담하고 고집이 센 늑대를 만나면 위협으로 간주하고 죽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주거지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인간에게 경의를 표하고 문제를 회피하면서도 먹을 것을 원하는 시조개들에게는 자비를 베풀었을 것이다. 물론 오늘날 개 중에도 공격성이 강한 종이 있기는 있지만, 그런 개들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종이다. 개 사육자들이 현존하는 거의 모든 견종을 다 만들어냈던 18세기와 19세기의 작품인 것이다.

그녀의 연구팀은 떠돌이 개들을 관찰하여 개의 사회적 구조 및 인간에 대한 반응을 더 잘 알고자 한다. 인간과 함께 사는 애완견에 비하면, 이들 떠돌이 개들은 그들의 머나먼 조상인 축화 초기의 개와 비슷한 부분이 더 많다. 어떤 때는 우호적이고 어떤 때는 수줍어하면서, 생존을 위해 인간과 어색하고 애증이 담긴 관계를 시작했던 때의 개들 말이다.

마치 캠프파이어 주위를 어슬렁 거리는 늑대처럼, 연구 현장 주위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인간 역시 스스로를 축화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다. 헤크트가 순응의 징후를 찾아내려는 이유 중에 하나도 그것이다. 만약 개의 두뇌에서 찾아낸다면 집고양이의 두뇌에서도 야생 고양이와 차별되는 그런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두뇌에서도 원숭이의 두뇌에 없는 그 부분을 찾을 수 있고 말이다. 인간 기원의 이러한 부분에 대해 인류학자 헤어는 친절한 자가 생존한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개와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타인을 신뢰하고 관용을 베푸는 쪽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로서 인간은 소통이라는 특수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는 소통의 극명한 사례다.

인간이 자체 축화를 일으켰다는 설은 최소 다윈 생전때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실질적인 증거가 있다는 것이 하버드 대학 인간 진화 생물학과의 영장류학자 리처드 랭햄의 지적이다. 인간은 영장류 치고는 낮선 이에게 매우 관대하며 사춘기가 길다. 또한 축화 증후군에 속한 신체적 특징이 있다.

인간은 유인원들에 비하면 얼굴이 짧고 치아도 작다. 2014년 랭햄과 동료 연구자들은 신경능세포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생물학적 기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학설을 제시했다. 신경능세포는 배아 발달기에 많은 신체 부위를 만들어내는 세포다. , 인간은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물론 현대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학설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01912월 유럽 연구팀이 윌리엄스 보이렌 영역의 유전자 BAZ1B가 신경능세포에 지시를 내려 얼굴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았다. 랭햄에 따르면 이는 인간 자체 축화 가설의 일부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헤크트의 실험실로 돌아가자 <코다>라는 이름의 새 피험체가 실험을 받고 있다. 이 개도 보스턴 테리어다. 이번에는 맥퀴스천이 바닥에 음식을 놓고, “이걸 먹으면 안 돼!” 하고 소리친 다음 눈을 감는다. 개들은 눈을 감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나면 대부분의 개들이 음식을 집는다. 그러나 코다는 그렇지 않다. 코다의 주인이 지적했듯이, 코다는 언제나 매우 좋은 아이였다. 코다는 음식을 보고 입술을 핥은 다음 침울하게 허공을 보았다. 기다리고, 참고, 말썽을 피하는 것이 그의 팔자였다.

반투명경 건너편의 사람들은 이 장면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다. 누군가가 아주 착한 아이네>”라고 말한다. 결국 맥퀴스천이 음식을 먹어도 좋다고 허락한 후에도, 개는 여전히 슬픈 표정으로 맥퀴스천을 볼 뿐이다. 그러자 대기실의 사람들은 일제히 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발! 제발 먹어!” 우리 모두는 그 개의 욕구를 알고 있었고, 또한 엄청난 자제력을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누가 누구의 마음을 읽도록 진화된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투명경 너머로 개를 보는 일은 인간을 보는 것과 같다. 인간과 개는 서로를 이해하며 조화롭게 살고, 공포와 호전성 대신 사랑과 존경을 주고받도록 변해 왔기 때문이다. 아마 그 때문에 개는 매우 유쾌한 생물일 것이다. 개는 인간의 진화를 촉구하는 살아 있는 표지판이다. 코다는 오후 내내 심리적으로 고행을 당하고 나서, 결국 음식을 먹고 몸을 떨었다. 코다의 주인이 방에 들어오자 코다는 주인의 무릎 위로 뛰어올랐다. 행복하게 주인과 깊은 시선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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