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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메뚜기 떼, 인도와 파키스탄을 연합시켰다

인도-파키스탄,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경에 연합 정밀 감시 체계 수립

  • 기자명 이동훈 기자
  • 입력 2020.06.15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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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u Del Bello/파퓰러사이언스 제공

                                   인도 자이살머 인근 마을에 살충제에 죽어 쓰러진 메뚜기들

농부는 황량한 밭 앞에 서 있었다. 그 밭에는 초토화된 커민(미나릿과 식물)이 가득했다. 메뚜기의 공격이 있기 전 1, 이 밭은 가득한 커민, 겨자, 병아리콩으로 푸르렀다. 그러나 메뚜기 떼는 불과 20분 만에 그 모든 것을 먹어치워 버렸다. 우메드 싱에 따르면 메뚜기는 큰 나무 밑에 있던 작은 풀들만 뜯어먹지 못했다고 한다. 우메드 싱은 인도의 건조 지역인 라자스탄 주의 소읍에 아내와 4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그 소읍은 자이살머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거리다. 그 곳은 철통같이 경계되는 파키스탄과의 국경 전 마지막 전초다.

201912월부터 시작된 국제적인 메뚜기떼 창궐은 아프리카의 큰 봉우리를 넘고 중동을 건너 아시아에까지 상륙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에 기후 변화가 한 몫 했다고 보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이하 FAO)의 선임 메뚜기 예보관인 키스 크레스먼에 따르면, 2019년에는 인도양 서부에서 8건의 사이클론이 발생했다. 이 사이클론이 농지에 폭우를 내렸다. 예년 이 지역에 사이클론은 연간 0~1개만 발생했다. 메뚜기의 산란양은 토양의 습도 및 식량의 양과 직결되어 있다. 따라서 비가 많이 오면 메뚜기의 산란양도 늘어난다.

과학자들과 정부 관료들은 인도, 파키스탄을 포함한 해당 지역 국가들이 국제 협력을 통해 향후 메뚜기 떼 창궐에 대응, 피해를 극소화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파키스탄 식량안보연구기구 식물 보호과의 기술과장 무함마드 타리크 칸에 따르면 메뚜기 떼 창궐은 인도와 파키스탄 모두에 똑같이 심각한 위협이다. 현재까지 이 두 나라는 정치적 견해 차이를 뒤로 하고 메뚜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 넓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파키스탄 국경 분쟁은 경제와 식량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크레스먼에 따르면 국경 분쟁 시 FAO(유엔식량농업기구)가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그는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이란-파키스탄 간 메뚜기 관리 협력 체계가 교란되었던 사실을 지적했다. 1990년대 양국은 FAO에 양국간 대화 재개에 협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FAO는 중재자 역할 외에도, 전 세계의 피해 지역에서 데이터를 수집하여 이를 인터넷에 올릴 수 있다. 그러면 여러 국가에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뚜기 감시 및 구제 작업을 기획할 수 있다.

싱 같은 소농들에게 이번 사태의 타격은 크다. 그는 통역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런 메뚜기 떼 공격은 평생 처음 당해본다.” 그는 어린 시절에 메뚜기 떼 공격에 대해 이야기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메뚜기 떼는 모든 것을 다 파괴했다. 나는 자살하고 싶었다. 우리 식구들 역시 같은 기분이었다.”

싱이 보유한 토지 면적은 약 12만 제곱미터다. 그리고 메뚜기들이 입힌 재산 피해는 미화로 67,400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이 중 극소량만 보상해 주었다. 메뚜기들이 작물을 먹어치운 현재. 그는 토지와 식물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인력과 물자를 구입해야 하는 일이다. 그의 가족 전체가 이 고난을 견디고 있다. 싱은 자신의 14세 먹은 아들이 학업의욕과 식욕을 잃고 있다고 말한다. 메뚜기 떼의 습격 이전 그 아이의 몸무게는 30kg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21kg에 불과하다.

사막 메뚜기 성체는 매일 자신의 몸무게만큼 식량을 먹는다.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메뚜기의 체중은 2g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교적 작은 메뚜기 떼라도 메뚜기 4천만 마리로 구성된다. 메뚜기 4천만 마리는 하루에 35,000인분의 식량을 먹어 치울 수 있다. 그리고 메뚜기는 단시간에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크레스먼에 따르면 하루에 160km씩 비행 가능하다. , 예멘에서 출발한 메뚜기 떼가 불과 2주 만에 인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조한 지역에 폭우가 오면, 메뚜기의 수가 늘어나고 습성이 변화한다. 학계 용어로 군생을 하게 된다.

사막은 어떤 생물이건 살기 힘든 곳이다. 그러나 사막 메뚜기는 사막에 적응하는 특유한 방식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크레스먼의 말이다. “보통 사막 메뚜기는 독거 생활을 한다. 사막에서 생존하기 위해 개체 단위로만 애쓴다.” 독거 생활을 하는 사막 메뚜기 성체는 갈색이라 사막 환경에서 식별하기 어렵다. 반면 습도가 높은 땅에서 태어난 애벌레는 녹색이다. 주변의 식물 속에 숨기 쉽게 하기 위해서다.

건조 지역에는 폭우가 잘 내리지 않는다. 그러나 폭우가 한 번 오면 메뚜기의 수가 늘어나고 습성이 변화한다. 학계 용어로 군생을 하게 된다. 집단적으로 활동하면서 개체의 행동을 맞추게 된다. 크레스먼은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보행 또는 비행하게 된다고 말한다.

지난해 1226, 라자스탄 농부 여러 명이 지평선의 암석 지대에 어두운 색 메뚜기 떼가 내려앉아 밤새도록 머물러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농지가 메뚜기들의 다음 목적지일 것을 알고 있었다. 메뚜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도 알고 있었다. 현지 농협 조합장인 벨니르 푸니야는 인도-파키스탄 간 협력 업무를 맡던 공무원에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 공무원은 그 지역 모든 농부들에게 메뚜기 떼에 대한 대응을 요구했다.

불과 몇 시간 후면 메뚜기 떼는 밭에 도착하게 될 것이었다. 각 마을 대표들은 푸니야를 만나 이 위기를 적시에 벗어나는 대 필요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들에게는 트랙터, 분무기, 인력이 있었다. 그리고 푸니야가 이들에게 살충제를 구해주었다. 1주 동안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시간 맞춰 일하면서 살충제를 분사하고 메뚜기를 혼란시키는 소음을 냈다. 대형 개방 조리실이 세워져 이 작업에 참가한 농부들 전원에게 식사를 공급했다. 메뚜기 떼로 인한 피해는 컸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인해 피해를 그나마 회복 가능한 선으로 억제할 수는 있었다는 것이 푸니야의 말이다.

과학자들, UN, 현지 지역 공동체 지도자들은 기후 변화에 따라 이런 메뚜기 떼 창궐이 더욱 빈번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UN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아프리카에서의 메뚜기 확산을 거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면 사이클론이 더 많이 생긴다. 그러면 메뚜기의 번식에 더욱 적합한 환경이 생긴다. 이러한 상황은 매일같이 악화되고 있다.”

크레스먼은 이런 메뚜기 떼 창궐이 새로운 표준이 될 거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반면 칸은 최근 이 메뚜기 떼 창궐의 결정적 원인이 기후 변화라고 확신한다.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온 많은 비로 인해 20193월 파키스탄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했다. 그리고 이런 일은 가까운 미래에 또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작년 파키스탄 테러리스트 그룹이 인도의 잠무-카슈미르 주의 풀와마 구에서 자살 공격으로 40명을 죽인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정치적 긴장은 극도에 달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인도는 근래 들어 처음으로 파키스탄 영토에 공습을 가했다. 이로서 양국 관계는 20년 만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기간은 물론 올 여름에 접어들면서 양국간의 통신과 무역, 기타 활동은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양국 국경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한 가지 대화는 FAO의 중재 하에 계속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 관료들은 <제로 포인트>라는 국경 남쪽의 장소에서 만나 평화롭게 회담을 벌였다. 회담 목적은 사막 메뚜기 저지였다.

이 지역에서의 메뚜기 관리는 인도-파키스탄 분쟁도 집어삼켰다. 오늘날의 메뚜기 경고 기구(인도 농업농민복지부 산하 기구)의 전신은 분단 이전인 1939년 카라치에서 창설되었다. 카라치는 현재 파키스탄의 수도다. 1926년부터 1931년까지 인도가 혹독한 메뚜기 떼 습격을 당한 이후였다. 인도 파키스탄 분단 이후 수 십 년 간 양국은 분쟁을 겪었지만 식량 안보와 같은 체계적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철저히 협력하고 있다는 게 칸의 설명이다.

양국 대표들은 1년에 6(여름과 가을) 국경에서 만나 메뚜기의 산란 양상과 구제 전략, 감시 및 국지적 예측 방법 등을 논의한다.

3번은 인도 영토에서, 3번은 파키스탄 영토에서 열린다. 회의는 대단히 보안이 삼엄한 지역에서 진행된다. 회의에 출석한 양국의 메뚜기 전문가들 옆에는 군인들이 배석한다. 그러나 회의 분위기 자체는 언제나 우호적이라는 게 출석자들의 증언이다. 이들의 유일한 관심사는 지역의 식량 안보와 발전뿐이라는 것이 인도 농업농민복지부의 식물 보호 자문 라제쉬 말릭의 말이다. 그는 이 회의는 정치적 상황과는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고 말한다.

여러 해에 걸쳐 두 나라는 정밀 감시 능력을 발전시켰다. 잘 훈련된 인원과 특화된 성능의 이동체, 장비를 갖추고 있다. 칸은 이것들이야말로 메뚜기 확산을 막을 핵심 자산이라고 말한다. FAO는 관문 역할을 하는 메뚜기 감시 기구를 통해 각 국가의 메뚜기 저지 노력을 조정한다. 최근 메뚜기 저지에 들어가는 첨단 기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세한 정보를 적시에 전달하기 위해, 감시팀과 인터넷을 위성 안테나로 연결하고 있다. 지상의 관료들은 타블렛을 가지고 있다. 이 타블렛에는 메뚜기의 위치와 발생 단계 정보는 물론, 토양 습도와 식물 정보 등도 나온다.

이 타블렛은 위성 연결을 통해 보고가 들어온 곳들의 정확한 좌표를 보낸다. 이 좌표는 FAO의 월간 보고를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세계 각국은 이 정보를 이용해 살충제를 살포해야 할 메뚜기 산란장을 알 수 있다. 매우 심한 경우에는 저공비행 항공기를 사용해 메뚜기 떼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 때문에 이 응답망이 일부라도 깨져나가면 체계 전체의 문제가 올 수 있다. 칸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사막 국가 예멘을 거론했다. 예멘 내전으로 큰 인도적 문제가 발생했다. 수천 명이 죽고 수백만 명이 기아선상에 놓였다. 이렇게 큰 위기 속에서 메뚜기 통제 활동은 무시되었다. 메뚜기들이 계속 알을 낳고, 아시아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칸은 예멘의 상황이 여전히 메뚜기들에게 유리한 상태고, 따라서 언제든지 메뚜기들의 산란이 폭증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칸은 작년 12UN 사막 메뚜기 통제 위원회 소속국 대표들이 에티오피아에 모여 예멘과 아프리카 지역의 응답 능력 부재를 논했다고 밝혔다. “이 국가들에는 무엇보다도 감시 능력이 필요하다. 기술 인력도 필요하고, 그 이후에는 강력한 통제 및 즉각 대응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정 국가에서의 분쟁과 정부 통제 부재가 지구 반대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의 준선임 연구원이자 웁살라 대학의 평화분쟁 연구 교수인 아쇼크 스웨인은 기후 변화로 인한 초국가적 위협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각국은 더 이상 이런 문제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 좋건 싫건 간에 우리는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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