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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방

우주의 신비를 알려줄 암흑 물질. 그 암흑 물질의 최신 사진은 지하 1.6km에서 찍었다.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1.01.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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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가 창살문이 소리내어 닫히고 우리는 15분간에 걸쳐 지하 1,478M로 하강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30여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타고 있었다. 물리학자, 공학자, 생물학자 등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광부였다. 정확히 말하면 전직 광부였다. 이들 전직 광부들은 지난 18년간 탄광에 가서 근무를 한 적이 없었다. 엘리베이터를 조작하던 사람은 우리 위의 윈치 조작사에게 사람이 다 찼으니 출발하겠다고 알려주었다. 한 때 북미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깊던 이곳 금광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2월의 그 날, 머리 위에서는 사우스 다코타 주의 차가운 바람이 블랙 힐스를 휩쓸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하강을 시작하자 지상의 세계가 생각났다.
그리고 하강했다.
계속 하강했다.
엘리베이터는 느리지만 꾸준히 하강했다. 초당 1.5m 정도의 속도였다. 얕은 층의 여러 입구를 지나쳤다. 어두웠고 물방울이 떨어졌다. 생물학자들은 그 얕은 갱도에서 일하며, 퇴비 더미에서 박테리아를 추출하고 있다. 이들은 극한성 생물들을 연구하며, 타 행성에서 생존 가능한 생명체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려 한다. 정말 대단한 수수께끼다. 그러나 우리가 갈 곳은 더 아래에 있다. 사우스 다코타 주 데드우드 외곽 리드에 있는 홈스테이크 탄광의 지하 1,478m 지점이다. 현재 이 곳에는 샌포드 언더그라운드 연구 시설(Sanford Underground Research Facility, 이하 SURF)이 있다. 여기서는 전 세계에서 온 물리학자들이 생명보다도 더욱 근본적인 수수께끼를 풀고자 하고 있다. 우주의 주 성분은 무엇인가?가 그 수수께끼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는 우리도 잘 알고 있다. 잘 아는 정도가 아니라, 우리 일에서는 기초지식이다. 우리는 더 기묘하고 작은 아원자 입자도 연구하고 있다. 알파 입자, 베타 입자, 쿼크, 중성미자 등이 그것이다. 아직까지 여기에서 더 늘어난 것은 없다. 그러나 은하의 회전 방식, 먼 별에서 나오는 빛이 휘어지는 방식 등으로 보건대,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우주 물질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모든 기본 입자를 분류해 놓은 표준 모델로도, 우주의 질량 중 불과 16%밖에 설명을 못 하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84%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이를 설명하려는 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나머지 84%를 부르는 이름은 이론에 상관 없이 <암흑 물질>로 똑같다.
암흑 물질의 실체에 대해서는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물질일 수도 입자일수도, 또는 일종의 양성자나 전자, 쿼크일 수도 있다. 확실한 증거 없이는 알 수 없다. 이 엘리베이터가 향하는 실험실에서 실시될 정밀한 실험이야 말로 그 증거를 찾기 위한 것이다.
땅 속 깊은 이 곳에는 간섭 방사가 없다. 연구진은 이 곳에 카메라 덫이라는 이름의 매우 복잡한 탐지기를 설치했다. 이 탐지기는 암흑 물질의 유력한 후보인 WIMP(Weakly Interacting Massive Particle, 약상호작용 질량 입자)의 존재를 기록하기 위해 설계 및 제작되었다. 이 탐지기의 핵심부에는 높이 1.5m의 용기도 있는데, 이 용기에는 액체 제논이 채워져 있다. 그 양은 전 세계에서 1분기 동안 생산되는 액체 제논의 양에 해당한다. WIMP가 이 용기를 통과하다가 제논 핵에 충돌하면 빛, 즉 광자가 발생할 수 있다. 탐지기는 빠르면 2020년 하반기 작동을 시작할 것이며 이후 5년간 계속 작동될 것이다. 그 기간 동안 연구팀은 암흑 물질의 증거 입자를 찾을 수도 있고, 못 찾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 이름은 LUX-ZEPLIN 또는 LZ로 불리운다. LUX는 대형 지하 제논(Large Underground Xenon)의 약자이며, ZEPLIN은 액화 불활성 기체 내 구역 비례 섬광(ZonEd Proportional scintillation in LIquid Noble gases)의 약자이다. WIMP의 증거 발견이야말로 이 장비가 촬영할 수 있는 최고의 사진이 될 것이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선임 물리학자인 케빈 레스코는 “물리학 역사상 가장 흥분되는 시간이 왔다. 우리 앞에 엄청난 비밀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LZ 프로젝트의 조정관이다. 2020년 초 이 탐지기는 최종 조립 과정을 거쳤다. 공학자와 물리학자 6~12명으로 구성된 팀이 매일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0시까지 2교대 근무를 했다. 앞으로 5년간 진행될 실험에서는 광자 탐지에서부터 컴퓨터 모델링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이들은 7개국 37개 연구기관에서 왔다. 레스코는 그 방대한 선발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은 이 정도의 인원이면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정말로 우주의 큰 지도를 그리려는 중이다”라고 말한다.
제논 용기는 우주에 가장 많은 물질을 알아내어 이 지도를 그리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2019년 10월 이 용기는 엘리베이터에 실려 땅 속으로 들어왔다. 하루 종일 걸리는 작업으로 약간의 실수도 용납지 않는다. 조금만 미끄러져서 들이받아 버리면, 수년 동안 기획해 준비한 수백만 달러 어치 연구 개발 장비가 사라져 버리는 작업이었다.

암흑 물질의 증거는 어디에나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증거를 보지 못할 뿐이다. 지난 1933년 칼테크 대학의 스위스인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은하단의 속도에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알았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인력만으로는 은하단을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은하단이 집합하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추가 인력을 주어야 한다. 1970년대 천문학자 베라 루빈, 켄트 포드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나선을 연구하다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사실을 알아냈다. 은하 외곽의 별이나 중심부의 별이나 이동 속도가 똑같다는 것이었다. 이는 케플러의 행성(이 경우에는 은하) 운동의 제3법칙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해당 법칙에 따르면 동일한 중심 주위를 도는 천체의 경우, 중심과의 거리가 늘어날 경우 더 느리게 돈다. 멀리 떨어진 다른 물질이 천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은 전제하지 않은 법칙이었다. 또다른 증거들도 있었다. 멀리 떨어진 별의 빛이 지구로 오는 동안에 휜다거나, 우주 배경 복사의 밀도가 변한다거나, 은하의 타원 및 나선 모양이 변한다거나 하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질량을 갖춘 물질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다.
인류는 우주를 관찰하고 나서 암흑 물질이 우주의 형상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까지 알게 된 모든 증거는 간접적이다. 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은 물리학자들이 그 입자를 관찰할 때까지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이미 30년 동안이나 암흑 물질을 이루는 입자를 찾아 왔다. 페르미 감마선 우주 망원경 같은 우주 배치 장비를 사용해, 암흑 물질의 열화 증거를 찾아 그 위치를 알아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학자들은 이를 간접 탐지법으로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암흑 물질을 직접 생산하려고도 했다. 2012년부터 물리학자들은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위치한 CERN의 거대 강입자 가속기를 사용해 이를 시도해 왔다. 이러한 방식을 ATLAS로 통칭한다. 양성자를 충돌시켜 빅뱅의 환경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빅뱅은 우리 우주를 만들어낸 사건이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따지면 빅뱅을 통해 암흑 물질도 생성되었다. 가속기에 투입한 에너지를 그 산출물의 측정치와 비교하면, 암흑 물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암흑 물질을 추적하는 연구자들은 갈수록 더욱 확실한 증거를 원했다. 즉, 암흑 물질을 직접 관찰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자신들이 찾는 암흑 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WIMP 외에도 유력한 후보 물질이 또 있다. 액시온이라는 이름의 이론상의 입자다. 액시온이 실존한다면 중성자가 내부에서 대전된 쿼크가 반발하면서도 중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액시온의 크기는 전자 크기의 1조분의 1정도다. 몇 조 개가 모여야 각설탕 하나 정도의 크기가 된다. 물리학자들은 액시온이 광자로 붕괴되기 전에 가속하는 방법으로 액시온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워싱턴 대학 연구팀이 만든 탐지기는 엄청나게 크고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열화 과정을 가속시켰다. 또한 극초단파 주파수가 열화에 최적화된 공진기를 계속 작동시켰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암흑 물질이 생산된다고 여겨지는 여러 곳에서 헤매왔다. 원시 블랙홀에서부터, 크기가 우리 태양의 반만한 MACHO(Massive Astrophysical Compact Halo Objects, 천체물리학 소질량 후광 천체)까지 다양한 곳을 살폈다. 그러나 언제나 가장 우선적으로 찾았던 것은 WIMP다. 어디든지 WIMP가 발견되면 초대칭성이라는 또다른 유명 이론 물리학 이론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될 것이다. 초대칭성 이론에 따르면, 그런 후보지에서 관측되는 모든 물질은 암흑 물질의 대척점에 있다는 것이다. 음양의 조화다. 이 이론이 옳다면 표준 모델에서 다루는 모든 것은 WIMP의 존재로 인해 대칭을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불가해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던 우주의 실체도 이렇게 우아한 해법을 통해 설명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주를 설명하려는 경향을 띠는 우아한 해법일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WIMP의 세계에서도 의문은 남는다. 입자의 질량은 매우 다양하다. 양성자 1개짜리에서부터 10만개 짜리까지 있다. 수퍼 CDMS라는 실험에서는 LZ에서보다 더 작은 WIMP를 찾는다. 캐나다 온타리오의 니켈 광산에서 진행되는 이 실험에서는 실리콘 또는 게르마늄 결정체를 사용하는 6대의 탐지기를 사용한다. WIMP가 이 중 하나에 충돌하여 결정체의 전자를 교란할 경우 이 상호작용으로 진동이 생긴다. 이 진동을 증폭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열 에너지로 인해 발생되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 섭씨 영하 267도에서 작동한다. 또한 다른 항성은 물론 사람들의 신발 바닥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나오는 모든 전파와 방사능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지하 2,072m에 설치된다.
또다른 제논 기반 WIMP 탐지 시도도 있다. 이탈리아의 그란 삿소 산 지하에서 진행되는 국제 연구로, 그 이름도 XENON이다. 이 연구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2020년 6월, 추가 배경 신호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액시온의 증거일 수 있다. 또는 중성미자나 오염물질 때문일지도 모른다. 암흑 물질에 관한 많은 것들이 그렇듯이, 이것 역시 기존의 이론을 뒤집어놓을 수도 있지만,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
레스코는 지난 30년간 중 절반 이상의 시간을 들여 이런 지하 실험을 여럿 해 본 적이 있다. 그 중에는 좀 더 규모가 작은 LZ라고 할만한 LUX도 있다. 그는 이런 실험이 왜 깊은 지하에서만 진행되는지를 알려 주었다. “뉴욕 시내 한가운데서는 속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너무 소음이 심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원하는 매우 희소한 신호를 잡으려면 일상 속에 쏟아져 내려오는 우주선과 기타 잡신호로부터 도망칠 필요가 있다.” 레스코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렇게 말했다. “신호와 입자가 언제나 희소하다는 법은 없다. 정말로 희소한 것은 인간이 관측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다.”
이러한 관측상의 문제는 모든 간섭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경계선 집착을 낳았다. 그래서 레스코는 비행기로 리드까지 날아와(물론 코로나 19 이전의 얘기다) 연구실에서 매월 1주씩 지낸 것이다. 그는 여기서 지내는 동안 연구원들과 함께 모든 것을 가급적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고자 했다. 다른 어디에서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암반 사이에 굴착된 이 탄광에서는 불합리해 보일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은 지하 1,478m에서 열렸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내렸다. 과학자들과 직원들은 광차에 탔다. 광차를 타고 400m의 흙먼지 가득한 길을 지나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 앞에 도착하자, 나는 신발을 매우 깨끗한 청정화로 갈아신었다. 이 연구소 밖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것들이었다. 휴대전화와 펜, 노트북, 손을 닦고 끈적끈적한 통로를 지났다. 발에 뭍은 먼지를 완벽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LZ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긴 복도를 지나갔다. 문을 통해 찢어지는 비명 소리 같은 길고 높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아론 마날라이사이가 그 소리를 압도할만큼 큰 목소리로 그 소리의 정체를 설명해 주었다. “파이프로 액체 질소가 지나가는 소리입니다. 엄청 크죠!” 마날라이사이는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물리학자이다. 그는 여기에 여러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와서 수개월 동안 작업한 끝에 수천 개의 부품을 모두 짜맞춰 LZ를 완성해냈다. LZ의 크기는 방 한 칸만했다.
액체 질소의 소리가 멈추자, 우리는 여러 이중문을 거쳐 실험 장소로 들어갔다. 나는 LZ 실험의 중추인 크고 빛나는 액체 질소 용기를 가장 먼저 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 마주한 것은 센서와 컴퓨터(컨테이너 밖에 있다)를 연결하는 여러 파이프와 전선들이었다. 이것들은 질소가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온도인, 섭씨 영하 108도 이하를 유지해준다. 또한 용기 내부의 배경 간섭을 최소화해준다. 플라스틱 커튼이 아직 조립 중인 구역을 나누고 있었다. 공기 덕트와 록커, 오렌지색 콘과 주의 표지판도 보였다. 그 가운데에는 높이 6m의 곡선형 스테인레스강 구조물이 보였다. LZ 용기의 외벽이었다. 이 속에는 물 265,000리터가 들어간다. 내부의 제논 용기에 완충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초대형 보온병이다.
작지만 무거운 둥근 창을 열면 내부의 제논 용기가 드러난다. 왜 제논인가? 밀도가 매우 높고 불활성기체다.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다른 물질과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즉 매우 조용하다. 때문에 제논 속에서 뭔가 다른 물질과의 반응이 일어나면 눈에 확 띄게 된다. 갑자기 섬광을 일으키면 이것이야말로 암흑 물질의 존재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이 티타늄 용기 내에는 덫 속의 카메라라 할 수 있는 광자 탐지기가 들어 있다. 3인치 직경의 튜브 수백 개가 큰 제논 용기 위와 아래의 직경 약 1.5m의 원 속에 벌집처럼 빼곡히 박혀 있다.
우리는 둥근 창에서 물러나와 사다리를 타고 반이층 높이의 외부 용기로 올라갔다. 그 곳에는 칼리지 런던 대학의 물리학 연구원 테레사 프루스가 탐지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탐지기들이 시스템의 다른 부분과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실험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튜브들이 신호의 기록 및 증폭을 한다고 설명했다. 입자, WIMP 또는 기타 물질이 용기 내에서 움직이다가 제논 원자핵에 부딪치면 에너지가 빛의 형태로 발생한다. 즉 광자가 나온다. 튜브 어레이는 이 광자를 흡수, 전자로 바꾼다. 이 전자들은 상호작용이 일어난 장소의 X, Y, Z 좌표 데이터 포인트를 나타낸다.
대부분의 현상은 주변 암벽의 열화에서 나타난다. 프루스는 “예상했던 일이므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은 이런 신호의 형태를 알고 있으며 간단히 무시한다. 그녀는 대량의 제논을 보유한 용기의 벽은 물론 외부 용기에 차 있는 물, 그리고 용기를 덮고 있는 약 1.6km 두께의 흙이 완충재 역할을 해 주는 것을 이 실험의 장점으로 설명한다. “중심으로 갈수록 조용해진다.” 제논 용기의 중심부에서 이들은 암흑 물질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매우 보기 드문 상호작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 드문 상호작용이 용기 내부에서 일어난대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걸 반드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야말로 제일 어려운 마지막 트릭이다. LZ가 가동되면 1년에 약 10억 건의 현상이 기록될 것이다. 그 데이터 규모는 페타바이트급이다. 데이터의 관리는 마리아 엘레나 몬자니의 몫이다. 그녀는 스탠포드 대학의 SLAC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근무한다. 또한 LUXZEPLIN의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기반 시설을 관리한다.
아직 암흑 물질 상호작용을 본 사람은 없다. 때문에 기존에 본 것이 뭔지 다 알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몬자니는 기존에 알려진 모든 현상의 목록화와 모델링을 조정하고 있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현상을 쉽게 발견하기 위해서다. 몬자니는 “앞으로 수십억 건의 현상을 볼 것이다. 그 중에 암흑 물질 관련 현상은 극소수다. 이 수십억 건의 현상을 알게 되면 뭐가 뭔지 알 수 있다.”
몬자니는 이제껏 없던 현상과 입자를 보고자 하는 지나친 욕구를 예방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녀는 전 세계의 수십 명의 물리학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LZ의 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2개의 데이터 센터를 운영한다. 이들은 기계와 알고리즘, 사람도 조정한다. 사람을 조정하기 위해 몬자니와 그녀의 팀은 LZ 용기 시뮬레이션에서 나온 데이터 세트에, 진짜처럼 보이는 수많은 가짜 데이터를 집어넣는다. 이를 소금 치기라고도 한다.
몬자니의 팀원들은 이 속에 WIMP의 에너지처럼 보이는 가짜 데이터를 집어넣는다. 몬자니의 팀원들은 그 데이터가 가짜인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실험에 참가한 분석가들은 모른다.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발견하려는 물리학자들의 욕구에 따른 편향을 극복하기 위한 블라인드 테스트인 것이다. 시운전이 완료되면 몬자니의 팀은 가짜 신호를 알려준다. 그러면 남는 것은 LZ 시뮬레이션으로 생성된 진짜 신호 뿐이다. 이 진짜 신로는 실제 실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누구나 암흑 물질을 찾고 싶어한다. 그러나 소금 치기를 통해 연구자들을 정직하게 만들어야 한다.
LZ 시스템의 시뮬레이션을 거듭하는 것이야말로, 올 봄의 주업무였다. 2020년 3월 COVID19 대유행으로 인해 이 시설은 폐쇄되었고, 필수적 정비유지만 가능해졌다. 과학자들 중 일부는 근처 리드 마을에 잔류했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졌고, 인구 3,021명짜리의 작은 리드 마을은 코로나 사태가 아무리 오래 가더라도 안전한 장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상에서는 아직 할 일이 많았다. 여러 조정 업무를 끝내야 했다. 언제 시작하더라도 LZ의 탐지 범위 내에 암흑 물질 입자가 있음을 아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데만도 5년이 걸린다. 그리고 프로젝트 조정관 레스코가 지적했듯이, 이들이 2교대 근무하면서 보낸 수개월 간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이들은 지하 1,478m에 실험실을 완공했다. 이 프로젝트는 안정되고 안전한 장소를 찾은 것이다. 이곳보다 전염병에서 더욱 안전한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 전염병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야 이들이 실험에 복귀할 수 있다. 그래야 LZ 용기를 봉인하고 탐지기 어레이들을 작동시켜 뭐라도 찾아낼 수 있다. 기존에도 비슷한 시도는 30년 동안 10여 건이나 있었다. 그러나 그 중 WIMP를 발견한 시도는 한 건도 없었다. 이번 시도도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은 있다. 그래도 그 시도에 평생을 건 광자 탐지기 전문가인 프루스 같은 팀원들은 쾌활하기 그지 없다. “WIMP가 아닌 게 뭔지 아는 것도 나름의 가치는 있지 않은가.” 아직 WIMP가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말이다.
과학자들은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간다. 그들에게 미지의 영역은 편안한 공간이다. 특히 암흑 물질을 좇는 물리학자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프루스는 암흑 물질을 아직 채워지지 않은 지도의 영역에 비유한다. 지도 속의 이 곳에 가면 괴물이 나올지 아닐지 알아내야 한다. 여기까지 가 봤더니 괴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러면 또 조금 더 나아가 보고 괴물의 존재 여부를 알아낸다. 그런 탐험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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