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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머들이여 엔진 시동 을 걸어라

신세대 레이서는 가상세계에서 기량을 연마할 것이다.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1.01.22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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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스톤 서킷의 4번째 랩에서 제임스 볼드윈의 자신감은 그 능력을 뛰어넘었다. 이 경기장은 영국 그랑프리의 홈 경기장이며, 자동차 경주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다. 매우 신경써서 가속과 감속을 해주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커브들이 이어져 있다. 그러나 볼드윈은 매우 춥고 습기찬 이 날 아침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속 176km로 이 커브길을 달리고 있다. 그가 탄 차의 타이어가 포장도로 위에서 미끄러졌고, 그의 차는 도로 옆 잔디밭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브레이크를 세게 밟은 다음, 떨리는 운전대를 왼쪽으로 꺾었다. 차는 몇 초 동안 미끄러지면서 간발의 차이로 벽을 피해갔다. 그러나 차의 움직임이 미끄러짐을 멈추고, 올바른 방향으로 차를 나아가게 했다. 볼드윈은 숨을 내쉬고 저속 기어로 바꾼 다음 다시 도로 위로 올라갔다. 몇 초 후 그의 속도는 다시 176km로 높아졌다. 짧은 직선 구간에서 전력질주한 다음, 또다른 커브길로 나아갔다. 좀 더 적절한 속도를 내지 않은 벌이었다.
이 22세의 영국인은 이 장관을 헬멧의 바이저가 아닌, 레이싱 시뮬레이터의 스크린을 통해 지켜 보았다. 볼드윈은 세계 최고의 베스트 e스포츠 선수 중 하나다. 디지털 세계에서 실제 경기를 치르는 수십 명 중 한 명이다. 현재 그는 실제 코스에서 진행되는 프로 모터 스포츠 경기 데뷔를 준비 중이다.
볼드윈은 몇 달 전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World’s Fastest Gamer)> 제2기에서 우승하면서 이 대회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는 마리오 안드레티(이탈리아 출신의 유명 레이서: 역자주)를 꿈꾸는 10명이 숙련된 프로와 맞붙는 리얼리티 TV 시리즈다. 현실 및 가상 세계 속의 포장 도로와 비포장 도로에서 경주를 펼치며, 문제 해결력과 지도력을 시험하는 여러 도전 과제들에 맞닥뜨리게 된다. 촬영은 2019년 10월에 시작되었다. 이 때 볼드윈은 실제 세계에서 운전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동네 주변을 돌아다녀 본 정도였다. 그러나 불과 14일 후, 그는 라스 베가스 모터 스피드웨이의 결승선을 시속 208km로 통과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오싹할만큼 빠른 속도였다.
얼핏 들으면 무모한 도전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경기의 느낌을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한 운전 게임과 하드웨어를 통해 충분히 연습하면, 실제 자동차의 운전 경험이 매우 적더라도 레이싱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게임 <그란 투리스모>, <포르자> 등을 숙달하는 데 쓰인 기술은 <르망 24시> 등 가장 가혹한 모터 스포츠에도 적용될 수 있다. 대런 콕스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다가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를 제작했다. 콕스에 따르면 볼드윈은 그러한 경지에 돌입한 소수의 사람이라고 한다. 다만 그도 X박스에서 축구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다는 점은 주의시킨다. “게임 <FIFA>를 아무리 잘 해도 호나우두가 될 수는 없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8년의 일이다. 콕스가 <GT 아카데미>를 제작하면서였다. 게이머를 실제 운전자로 변모시키는 TV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2011년 <르망>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하자, <F1>, <나스카> 등의 기타 리그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자동차 제작사들과 협동으로 온라인 게임 팀과 토너먼트를 출범시켜 신인 선수와 팬들을 유치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 사이에 현실과 게임 사이를 오가는 게이머들의 수는 크게 늘어났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음 번 레이싱 챔피언이 e스포츠 세계에서 나올 거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 비평가들은 시뮬레이션이 아닌 실제 세계에서는 신체적 및 정신적 조건, 그리고 기계에 대한 타고난 감이 있어야 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볼드윈은 그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고자 한다. 출전권을 따낸 이후 그는 코치의 지도를 받아가며 700여 마력짜리 맥라렌 경주용차의 운전 기술을 연마했다. 그는 이 차를 몰고 2020년 유럽을 누빌 예정이었다. 그가 시뮬레이터와 실차를 이용해 훈련하는 동안, 코로나 19가 대유행해 그의 데뷔는 늦춰졌다. 그러나 볼드윈은 이렇게 남는 시간을 알뜰히 이용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있다. “어릴 적 부터의 꿈이 눈앞에 있다. 지난 몇 년 간의 e스포츠 경험 덕택에 나는 실제 세계에서의 매우 어려운 경기도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11월의 어느 맑고 화창한 아침, 볼드윈을 포함한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 결승 진출자 4명은 라스 베가스 모터 스피드웨이 위에 서 있었다. 이 경기장은 스트립에서 북동쪽으로 20분 거리다. <나스카> 선수들은 이 경기장에서 시속 320km에 달하는 속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날 여기 온 사람들 중 누구도 이 방송의 최종 우승자를 정하는 22분간의 경기 중에 그만한 속도가 나오리라고 상상하지 않았다. 잠시 후 볼드윈은 삐친 금발 머리 위에 헬멧을 쓴 다음, 미트제트 EXR LV02 경주용차의 날씬한 유리섬유제 차체 속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출발선에서 차량들은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첼 드 종은 두 번의 랩에서 볼드윈을 앞질렀다. 체크 무늬 깃발이 휘날리던 시점, 드 종은 볼드윈보다 10초나 앞서고 있었다. 자동차 경주에서는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이었다. 땀에 젖은 드 종이 운전석에서 우쭐대며 나오자 콕스는 축하해 주었다. 콕스는 “이 방송에 나온 아이들은 예전에는 실제 차를 운전해 본 적도 없던 어린 아이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불과 2주간의 연습 끝에 이 트랙에서 초고속 경주용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볼드윈은 두 달 후 화려하게 데뷔하기 위해 연습을 시작했다. 런던 인근의 브랜즈 해치 서킷에서 훈련하다가 실버스톤으로 옮겼다. 이 곳은 그가 모터 스포츠의 최고봉인 F1 경기를 관람하던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전거타기를 배울 나이에, 그는 부모님을 졸라 카트 운전을 배웠다. 카트 운전이야말로 모터 스포츠 선수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취미 치고는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럭저럭한 차량을 구입하려면 수천 달러가 든다. 그리고 최고 사양을 갖출 경우 매 시즌마다 십만 달러 이상이 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부모님은 지원해 주셨다. 이후 몇 년 동안 볼드윈은 잘 해나갔다. 2015년에는 17세 나이로 더 크고 강력한 차량을 사용하는 포뮬러 포드부에 출전했다. 그는 6개월 동안 4회의 경기에 나가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그 대가로 20,000달러나 되는 돈을 썼다. 시뮬레이터 훈련을 마친 그는 당시를 회상하면서, “부모님은 이제는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볼드윈은 학교에서는 공학을 배우고, 집에서는 <프로젝트 카스> 같은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프로젝트 카스>는 가장 인기 높은 레이싱 시뮬레이션이다.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시작은 1974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타리가 출시한 <그란 트랙 10> 아케이드 게임은 진짜 운전대와 변속 기어, 가속 페달을 갖추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 게임을 하기 위해 기꺼이 쿼터 동전을 냈다. 이런 실감나는 하드웨어에도 불구하고 그 게임 체험은 <인디 500> 보다는 <마리오 카트>에 더 가까웠다. 한동안 이 정도의 게임이 업계의 표준으로 정착하다가, 1990년대 중반 더욱 실감나는 물리 법칙과 환경을 구현하고 더욱 사실적인 운전 기술을 요하는 <그란 투리스모>, <그랑프리 레전즈> 등의 혁신적인 게임이 나오면서 얘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게임이 융성해지면서, 마치 현실 세계와도 같이 플레이어간의 경기가 쉬워졌다. 초심자들은 플레이스테이션4나 X박스원 등의 콘솔 게임기로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그러나 하드코어 게이머들은 운전대, 변속기, 페달, 심지어는 차량 좌석 등의 주변기기까지 달린 전용 컴퓨터를 선호한다. 볼드윈은 “실감나는 시뮬레이터를 사용하자 더 빨리, 그리고 더욱 즐겁게 게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2018년 런던에 있던 게임 팀 <벨로체 e스포츠>에 입단, 토너먼트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 20세 때였다. 학교도 중퇴했다. 그로부터 1년 이내에 그는 <프로젝트 카스 2>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이를 본 콕스는 그에게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에 출연을 제안했다.
콕스는 어릴 적 카트 운전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부모님이 도저히 지원을 해줄 수 없어 비디오 게임으로 전향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르노를 거쳐 닛산에서 일했다. 닛산에서 그는 국제 자동차 경주 대회 운영을 맡았다. 2006년 닛산은 <그란 투리스모>와 연계된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콕스는 이 게임의 열성 팬들을 불러 프로 모터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 실제 차량을 몰도록 했다. 이들에게 운전을 가르치던 일부 교관들은 이렇게 말했다. “이 분들 중에도 벌써 경주용차를 실제로 몰 수 있는 사람들이 있군요?” 그 말을 들은 콕스는 뭔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새로운 레이싱 팬들을 모으기 위해, 그는 2008년 <GT 아카데미>를 제작했다. 이 TV 프로그램은 예전에 유례 없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그란 투리스모> 게이머들을 경쟁시켜 닛산 레이싱 팀 입단자를 선발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송은 영국에서 촬영되었고, 무려 8개 시즌에 걸쳐 160개국에서 방영되었다. 시청자 수는 최대 1억 명에 달했다.
이 방송 때문에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도 여럿이었다. 출연자 대부분이 승용차보다 빠른 차를 운전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것이었다. 첫 우승자인 스페인의 루카스 오르도녜스는 이후 112번의 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21번 3위 이내에 들었다. 3위 이내에 든 경기 중에는 <르망 24시> 경기도 두 번이나 되었다. 영국인 마덴보로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딴 지 불과 2년만에 이 방송에 출연했으나, 제3시즌에서 우승을 거두었다. 닛산은 마덴보로를 6개월간 훈련시켰다. 두바이 24시간 내구 레이스에 출전시키기 위해서였다. 마덴보로는 이 경기에 출전해 3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후 마덴보로는 현재까지 레이싱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일본 수퍼 GT 시리즈의 콘도 레이싱에 참가하고 있다. 그는 “가상 세계로부터 현실 세계로의 이행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당시 19세였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 때는 그만두려는 자기 보존 욕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전환은 상황이 좋을 때 일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F1 팀은 영국에 있다. 그러나 F1의 영국 시청률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에 24%나 떨어졌다. 나스카 역시 2014년 이래 경기장 관중수와 TV 시청률이 반토막 미만으로 줄었다. 모터 스포츠는 꾸준히 줄어드는 관객수라는 문제를 타개해야 했다. 닐슨 분석가들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런 와중에 e스포츠는 큰 잠재가치를 가진 새로운 인구 집단을 모터 스포츠로 유입시킬 기회가 되었다. 이런 전술은 축구에서도 유효했다. 미시건 대학에서 2016년에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FIFA> 게임 프랜차이즈의 성공이야 말로 미국내 축구의 인기를 높인 주원인이었다.
2015년 콕스는 스스로 회사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2017년 캐나다 기업 토크 e스포츠 사에 합병되었다. 1년 후 그는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를 제작했다. 제1시즌은 ESPN, CNBC에서 방영되었다. 4억 명이 시청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루디 판 부렌이 대상을 받았다. 상품은 맥라렌 레이싱 팀에서 시뮬레이션 드라이버로 근무하는 것이었다. 이 곳의 F1 경주용차를 위한 가상공간 테스트를 돕는 것이 업무 내용이다. 훌륭하다. 그러나 볼드윈은 궁극의 도전 과제에 임할 것이었다. 2020 GT 월드 챌린지 내구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젠슨 팀 로켓 RJN을 위해 맥라렌 720S GT3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다. 볼드윈은 “물론 최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했다. e스포츠를 현실로 끌고 나온 것 말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하는 것만큼의 일을 한 사람은 없다. 나는 세상에 가능성을 보이고 싶다”고 말한다.
볼드윈은 60만 달러짜리 탄소섬유제 달리는 로켓을 능숙하게 운전하고야 말겠다는 결의에 불타고 있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그가 대부분의 시간을 시뮬레이터에서 보내는 건 좀 이상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프로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팀에서는 천만 달러가 넘는 장비를 사용해 실제 코스를 모든 상황에 맞춰 가상 공간 내에 섬세하게 재현한다. 그래야 운전자들이 이 코스에 적응할 수 있고 엔지니어들도 차량의 성능을 분석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매우 정밀해 값비싼 실제 훈련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볼드윈은 시뮬레이터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집에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을 때면, 올 인 스포츠 사의 시뮬레이터를 사용한다. 올 인 스포츠 사는 이탈리아 기업으로, 전직 F1 엔지니어가 창업했다. 볼드윈은 양손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운전대 옆에는 기어 전환 패들이 있다. F1에서도 재래식 기어 전환 스틱은 진작에 컴퓨터식 제어장치로 대체되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48인치 곡면 화면에서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리클라이너 의자만한 이 시뮬레이터는 실버스톤을 굽어보는 회의실 한 켠에 설치되어 있다.볼드윈은 r팩터 2라는 이름의 상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서킷에서 수십 종의 차량을 몰아볼 수 있다. 서스펜션과 엔진의 조정은 물론 차량의 도장도 바꿀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에는 차량의 미끄러짐으로 인해 손상된 타이어의 내구도는 물론, 타이어 마모도와 노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마찰력 같은 것도 재현되어 있다. 이 시스템은 이러한 계산을 통해 매우 뛰어난 촉각 피드백을 제공한다. 운전대는 떨리고, 브레이크 페달은 제대로 밟아야 작동한다. 실제 맥라렌 차량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능숙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실속 혹은 스핀이 올 수 있다.
볼드윈이 가상세계에서 닦은 기술들은 현실 세계에서도 통할 거라는 증거들이 있다. 뉴욕 대학 상하이 캠퍼스와 홍콩 대학의 인지 심리학자들은 게이머들이 일반인에 비해 시각 정보 처리 능력 및 반응 속도가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누구나 운전 시뮬레이션을 하면 불과 5~10시간만에 이런 능력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소프트웨어가 매우 효과적인 훈련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2016년 연구는 제네바 대학과 파리 소르본 대학의 인지 신경공학자인 다프네 바벨리에와 아드리안 쇼팽이 실시한 연구에 기반하였다. 이들의 2012년 연구에서는 매우 역동적인 상황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하는 게임을 하면 인지 능력과 집중력 발휘시간, 공간 지각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쇼팽은 e스포츠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차량과 환경, 컨트롤러의 실제성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실제 차량도 운전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가상 세계의 운전이나 실제 세계의 운전이나 그 특징 상 본질적으로 같은 일이다. 게임에서 뭔가를 배우면 현실 세계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볼드윈은 실제 세계에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연마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는 여러 대의 차량을 가지고 실버스톤을 주행했다. 그러면서 경기 속도에서의 주행법을 배웠다. 현재까지 그는 시속 273km까지 내 보았다.
지난 3월 그는 맥라렌으로 프랑스의 폴 리카르 서킷을 이틀 동안 주행했다. “팀은 내 실력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내 속도와 지구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주행하면서 어떤 것도 들이받지 않았다. 그것은 팀원들에게 매우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이 테스트의 준비도 가상 공간에서 실시했다. 물론 볼드윈은 시뮬레이터가 줄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실제 차량은 화끈하다. 살아 숨쉬고 진동한
다. 바보같은 얘기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실제로 타서 운전해 보기 전까지는 절대 실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열기와 소음 이외에도 게이머들은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타이어와 서스펜션에서 보내오는 미묘한 신호를 잘 이용하면 더 빠르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이를 놓치기 십상이라는 게 로스 벤틀리 코치의 말이다. 벤틀리 코치는 게이머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또한 e스포츠 게이머들의 반사신경, 집중력, 눈과 손의 동조도는 뛰어나지만, 고속 주행시 요구되는 체력은 모자랐다는 것이 르노 스포츠 아카데미의 미아 샤리즈먼의 말이다. 르노 스포츠 아카데미는 르노 사의 경주용차 선수 선발 프로그램이다. 선수들은 경기 중에 몇 kg씩 살이 빠진다. 또한 5G에 달하는 중력가속도를 체험하며 심박도 분당 170회까지 올라간다. 샤리즈먼은 “높은 중력가속도를 이기려면 몸통과 목의 힘을 길러야 한다. 제동을 강하게 걸려면 다리의 힘을 길러야 한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뛰어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게임에서 재현하기 매우 어려운 것이다.”
다행히도 볼드윈은 어린 시절 레이싱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미리 체험했다. 그는 7년 동안 F1 선수들을 교육시킨 사이먼 피쳇의 지도 하에 체력과 집중력을 단련했다. 그도 인정하듯이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가장 어려운 부분은 공포를 억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F1과 나스카를 포함한 모터 스포츠 업계에서 일한 후안 파블로 몬토야는 <세계 최고속의 게이머>에서 심판을 보면서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보았다. “시뮬레이터 속의 고속 질주 코너는 아무 것도 아니다. 익숙해 질때까지 계속 시도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시속 250~300km로 달리는 자동차로 같은 코너를 주파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 현실을 실제로도 극복할 수 있는 사람과, e스포츠에서만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의 차이는 거기서 드러난다.”
볼드윈은 런던 외곽의 브랜드 해치 서킷의 출발선에서 그 현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곳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왔던 꿈을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반드시 현실을 극복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만면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1등만 하면 다 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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