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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컴퓨터 소자 ‘강유전체’를 아시나요

성균관대-부산대 연구진, 관련 연구 500편 총망라한 ‘리뷰논문’ 발표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5.27 07:27
  • 수정 2021.05.27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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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속도는 어디까지 빨라질 수 있을까. 내부 설계의 최적화, 연산 장치 구조 재설계 등을 통해 계속해서 성능을 높이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급진적인 성능향상을 생각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가지 시도가 존재하는데, 첫째는 기본 개념부터 다시 개발하는 방법이다. 물질의 양자현상을 이용한 ‘양자컴퓨터’ 등이 대표적 사례다. 두 번째는 소재 혁신이다. 컴퓨터의 3대 부품인 연산장치(CPU)나 기억장치(RAM), 저장장치(HDD나 SSD)에 신소재를 발굴해 적용하면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양자컴퓨터 등의 개발도 결국 소재혁신이 필수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차세대 컴퓨터 개발에서 신소재 개발은 필수라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차세대 컴퓨터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강유전체’에 대한 리뷰논문이 나왔다. 리뷰논문은 전문가가 학계의 연구결과를 취합, 분석해 작성하는 보고 논문으로, 관련 분야 연구동향과 현 수준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부산대 재료공학부 박민혁 교수 및 성균관대 신소재공학부 김윤석 교수, 물리학과 최우석 교수 공동 연구팀은 ‘강유전체 초박막(Ultra-thin Ferroelectrics)’에 관한 초청 리뷰논문을 재료공학 분야 저명학술지 ‘재료과학 및 공학 보고(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 R: Reports)’ 최신 온라인판에 소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지원을 받았다.

로옴 산하 라피스세미컨덕터가 2017년 발표한, 스마트미터나 의료 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는 1메가비트(Mbit) 용량의 강유전체(F램) 메모리. F램은 현재 전자기기 등의 회로를 구성할 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미래 컴퓨팅 환경의 핵심 기술로 떠오를 거라는 예상이 많다. 라피스세미컨덕터 제공
로옴 산하 라피스세미컨덕터가 2017년 발표한, 스마트미터나 의료 기기 등에 적용할 수 있는 1메가비트(Mbit) 용량의 강유전체(F램) 메모리. F램은 현재 전자기기 등의 회로를 구성할 때 제한적으로 쓰이고 있으나 미래 컴퓨팅 환경의 핵심 기술로 떠오를 거라는 예상이 많다. 라피스세미컨덕터 제공

강유전체란 이름 그대로 강유전성(Ferroelectric)을 가진 물질이다. 외부에서 전기를 가하지 않아도 않아도 전기적 분극, 즉 음극 또는 양극의 성질을 유지한다. 이 말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본 구조인 ‘0’과 ‘1’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으로, 전원을 꺼도 정보가 지워지지 않는 기억장치(램)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성질을 가진 기억장치를 흔히 F램이라고 부르며 현재는 성능과 비용의 제약으로 전자회로에 들어가는 작은 소자 등을 만들 때만 제한적으로 쓰인다.

강유전체 F램은 컴퓨터용 기억장치로 자주 사용하는 ‘D램’과 거의 구조가 동일해 이론적으로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데이터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전기를 공급하지 않아도 되므로 전력사용량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줄어든다. 컴퓨터 기억장치의 대세인 ‘D램’과, 저장장치를 만들 때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의 장점만을 합친 것 같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 ‘꿈의 메모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부산대-성균관대 연구진은 이런 점을 고려해 강유전체 관련 연구논문 500건 이상을 분석했다. 이 결과 강유전체 연구는 소재를 매우 얇게 가공하는 ‘초박막’ 가공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의외로 당연할 수 있는데, 성능 좋은 F램을 만들려면 먼저 강유전체의 두께부터 얇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료의 특성상 이런 가공이 어려웠다. 지금까지는 ‘티탄산 지르콘산 연(PZT)’을 주로 이용했는데, 이 재료는 일정수준 이상으로 두께가 얇아지면 분극을 유지하기 어렵다. F램은 1987년 처음 등장한 이후 30년이 넘도록 완전한 실용화가 어려웠던 것은 이런 문제 때문이다.

최근엔 신소재를 이용해 이 문제를 돌파하려는 연구가 많다. 한동안 ‘탄탈산스트론튬비스무스(STB)’, ‘비스무스철산화물(BFO)’ 등이 검토됐지만 성능이 충분하지 않았고, 최근 수년사이 ‘하프늄(Hf)’과 산소(O)을 결합한 ‘산화하프늄(HfO2)’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반도체 제조에 간혹 쓰이던 물질이다. 이 소재로 박막을 만들면 두께는 7~12㎚(나노미터, 1㎚는 0억분의 1미터)에 불과한데 기존 재료인 PZT와 비교하면 10분의 1로 낮아진 것이다.

성균관대-부산대 공동연구진은 리뷰논문을 통해 ‘강유전체 초박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신기술을 다수 소개했다. HfO2 등을 포함하는 ‘금속산화물 강유전체’ 초박막 기술은 물론 1개의 원자층으로 만든 ‘2차원 강유전체’, 형석(CaF2)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으며, 수~수십 nm 두께 이하의 두께에서 강유전성을 가지는 ‘형석구조 강유전체’ 등도중요한 강유전체 연구흐름이다. 특히 형석구조 강유전체는 기존 실리콘 기반 반도체 기술과 높은 적합성을 가진 구조로, 인공지능 컴퓨터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경모방메모리’ 등을 만드는 데도 매우 유용하다고 연구진은 소개했다.

강유전체 소자는 반도체이므로 응용하기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빛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킬 수 있는 광전 소자, 압력을 전기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는 압전 나노발전기 등의 소자로도 쓸 수 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간 강유전체 초박막은 이론적 계산과 실험적 합성 및 측정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며 “그러나 원자 수준으로 제어된 초미세구조 강유전체의 합성과 그에 대한 정밀한 전기·물리·화학적 특성은 여전히 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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