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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온배수’가 버려져선 안되는 까닭

국내 첫 '상업용 온배수 양식장' 출범했지만 다양한 활용법 연구 이어져야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5.2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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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5월 27일 바다의 날을 기념해 발전소 인근 바다에 ‘양식 어패류 방류행사’를 열었다. 인근 어민들의 소득증대 및 해양자원 확대 차원에서 어린 물고기를 방류한 것이다. 경주 월성원자력본부는 양남면 수렴항구 인근 연안에서 양식 강도다리 치어 10만 마리, 전복 치패 9만 마리 등을 방류했고, 울진 한울본부도 석호항에서 양식 어패류 5만 마리를 방류했다. 부산 고리원자력본부와 울산시 새울본부도 각각 강도다리 치어 3만 마리와 전복치패 2만 마리, 강도다리 치어 4만 마리와 전복 치패 2만 마리를 방류하는 등 전국 각지 본부가 같은 날 방류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방류한 어패류는 모두 발전소에서 나온 ‘온배수’를 이용해 기른 것들이다. 발전소에선 터빈을 돌릴 때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이용하는데, 이때 생겨난 따듯한 물이다. 국내에선 발전소에서 자체적으로 인근에 양식장을 마련해 버려질 온배수로 어패류를 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마다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고리나 한울본부는 이미 20년 이상 인근 지역에 양식 어패류를 꾸준히 방류해왔다. 김준석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침체된 지역 어촌계가 활기를 찾고, 어민들의 소득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해양자원 망친다 vs. 활용하면 값진 에너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가 27일 양식어패류 5만 마리를 울진 해역에 방류하고 있다.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가 27일 양식어패류 5만 마리를 울진 해역에 방류하고 있다. 한울원자력본부 제공

이처럼 국내에선 발전본부가 지역협력사업 차원에서 온배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까닭은 온배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 따듯한 물이 대량으로 유입돼 해수 온도상승을 가져오니 양식사업을 망치는 경우가 자주 보고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전북 고창 인근 구시포항은 차가운 물에서 자라는 주꾸미, 새우 등의 산지로 유명했는데, 2002년 영광원전 5, 6호기가 가동되면서 온배수가 유입이 늘고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군산대 수산과학연구소는 2005년 “인근 해역 17㎞ 범위까지 수온이 섭씨 1도 이상 올라 생태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2000년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한수원을 상대로 진행된 한 소송에서, 피해자가 1994년 양식하던 넙치와 전복의 집단 폐사한 원인으로 울진원전 온배수 배출을 일부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온배수는 바닷물보다 수온이 7~8도 정도 높아 해수온도에 영향을 미치지만 내부에 오염물질이 섞여 있지는 않다. 화력발전소 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배출된 온배수를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열교환이 이뤄질 뿐 배관은 완전히 분리돼 있어 실제로 방사성물질이 섞여 들어가는 경우도 없다. 따라서 바다로 무작정 배출하기보다 온배수가 가진 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할 방안을 찾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외에선 온배수 활용에 적극적이다. 일본의 경우 온배수를 농업용 난방에 이용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양식업도 상업적으로 다양하게 이용 중이다. 해면에 가두리 양식장을 설치해 넙치나 전갱이 등을 양식하기도 한다.

다만 국내에서도 5월 24일 충남에 온배수를 활용한 대규모 양식장이 준공돼 온배수의 본격적인 상업적 활용이 시작됐다. 한국동서발전 당진발전본부가 있는 당진시 석문면에 자리했는데, 시설 면적 1만6270㎡로, 국내 육상 양식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지름 9.3m짜리 수조 90개에서 흰다리새우 300만 마리를 양식할 수 있으며, 연간 125t을 출하해 매출 25억 원, 순수익 6억7000만 원을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충남도는 “온배수를 이용해 양식장 물 온도를 25~27도로 유지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했다. 

양식산업 넘어 다양한 활용방안 고민해야

당진온배수양식장 전경. 충남도 제공
당진 온배수양식장 전경. 충남도 제공

온배수가 바닷물보다 온도가 더 높다는 말은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는 이 에너지가 대부분 그대로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2020년 한국수력원자력 및 발전사가 내놓은 ‘발전사 온배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8월까지의 발전소 온배수 배출량은 399.25억 톤이었다. 1년에 563억 톤(화력발전 286억 톤, 원전 277억 톤)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는데, 석유로 환산하면 4억2822만 톤에 해당한다. 하지만 활용도는 매우 낮은데, 한수원의 2020년 1~8월까지 온배수 활용비율은 0.002%였다.

학계에선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해 다양한 방법으로 온배수를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먼저 검토할 만한 것으로 ‘바이오매스’가 꼽힌다. 적조나 녹조를 유발하는 미세조류는 대량으로 가공하면 바이오디젤, 바이오에탄올 등을 얻을 수 있는데, 이때 온배수를 이용하면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추운 겨울에도 미세조류를 생산할 수 있어 아열대 지역에 따르는 생산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열대 기후의 미세조류 양식 효율은 육상작물의 150배를 넘는다.

열을 전기로 바꾸는 ‘열전발전’ 기술을 활용해 온배수로 다시 한번 발전을 할 수도 있다. 현재 삼천포화력발전소 등에서 3㎿급 소수력발전소에서 나오는 냉각수(온배수)로 터빈을 돌려 2차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는 열이 아니라 온배수가 쏟아져 나와 바다로 떨어질 때 생기는 힘을 이용한 것이다. 이와 달리 온배수에서 직접 전기를 얻으려면 온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얻는 ‘열전발전’ 시스템을 추가로 도입해야 한다. 낮은 온배수의 에너지를 모아 발전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증식기’ 등의 기술을 추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 섭씨 15도 정도에 낮은 온도에서 끓는 특수화학물질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저온 터보 발전기’ 등의 기술도 검토가 필요하다.
 

원자로의 가동 원리. 바다에서 끌어온 냉각수가 복수기에서 터빈의 열을 식히는 구조로 원자로와는 분리돼 있다. 이 냉각수를 배출하는 것을 '온배수'라고 부른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로(원전)의 구조. 해수를 끌어온 물로 원전내부의 냉각수를 다시 한 번 식히는 구조다. 마지막에 배출되는 해수를 '온배수'라고 부른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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