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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발사체 ‘누리호’ 10년의 기록
우주 발사체 ‘누리호’ 10년의 기록
  • 전승민 기자
  • 승인 2021.06.06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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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마침내 발사대 기립… 올해 안에 독자 우주발사체 확보

1일 오후 전남 고흥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나로우주센터.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길이 47.5m 길이의 대형 로켓 한 대가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10년의 세월을 들여 개발한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전, 마지막 점검을 위해 발사대에 수직으로 세운 것이다. 이 발사체의 이름은 한국형우주발사체 2호(KSLV-Ⅱ). 애칭 ‘누리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0년부터 본격적인 설계 및 연구개발에 들어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쏟은 성과가 마침내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한국이 설계하고 한국이 만든 진정한 토종 우주 발사체, ‘누리호’ 개발은 그간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됐을까.

나로호 프로젝트 종료 전부터 설계 시작

누리호를 이야기하면서 그 전신(前身)인 나로호(KSLV-Ⅰ)를 빼놓을 수는 없다. 나로호는 ‘한-러’ 공동연구 형태로 개발했다. 러시아에서 핵심인 1단 발사체를 제공했으며 우리 연구진은 2단 로켓 부분을 맡았다. 나로호 1단에 쓰인 발사체가 현재 러시아가 사용 중인 ‘앙가라’ 로켓과 거의 같은 것이다. 나로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4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발사됐는데,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의 발사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발사에 실패하면 러시아는 1단 로켓을 한 번 더 공급한다’는 계약조건에 따라 2013년 1월, 결국 3차 발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성공했다. 이런 점에서 나로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개발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우주 선진국과 협력하며 경험을 쌓은 단계다. 

누리호 개발계획은 이렇게 나로호 개발 및 발사가 한창이던 시절 부터 진행됐다. 뿌리는 1996년 발표한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이었는데, 본래 3가지 발사체를 차례로 성능을 높여가며  개발하려던 것을 수정해 나로호 이후 바로 누리호 개발에 들어갔다. 누리호 시스템 설계를 시작한 것은 2010년 3월로, 1차로 설계가 확정된 것이 2012년 6월이다. 즉 나로호 2차 발사가 종결되기도 전부터 기본적인 설계를 마련했다. 이어 2014년 12월 설계변경 및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예비설계’ 역시 끝냈다. 이 과정에서 항우연은 소형(추력 7t) 엔진을 개발하고, 그 성능시험용 시설 역시 구축했다. 이 단계까지를 항우연 측은 ‘1단계(2010년 3월 ~ 2015년 7월)’로 구분한다.

누리호의 기본, 75t 엔진의 완성

1일 전남 고흥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세워지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인증모델(QM)의 모습을 연속 촬영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일 전남 고흥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세워지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인증모델(QM)의 모습을 연속 촬영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는 총 3단으로 이뤄진 우주 발사체다. 들어가는 로켓 엔진은 두 종류인데, 한 가지는 75t(톤)의 힘을 내는 주력 엔진, 그리고 마지막 3단에서 사용하는 7t 소형 엔진이다. 핵심은 역시 한국이 독자 개발한 75t 엔진으로, 이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거대한 1단 로켓을 만든다. 그 위에 올리는 2단 로켓에는 75t 엔진이 하나만 넣는다. 마지막에 분리되는 3단 로켓에만 7t 소형 엔진을 얹었다.

누리호의 개발의 핵심은 75t 엔진을 만들고 제어하는 것이다. 이 단계를 항우연은 2단계(2015년 8월~2018년 12월) 사업으로 구분한다. 온전히 75t 엔진을 완성하는데 매달린 단계다. 드물게 “나로호 연구개발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75t 엔진 자체가 나로호 개발과정에서 우리 연구진이 동시에 개발해 본 ‘30t급 액체엔진' 기술이 뿌리가 됐다. 나로호 발사 당시 얻은 기술과 경험이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항우연 연구진들의 노고는 적지 않았다. 시험적으로 만들어본 75t급 엔진의 숫자만 27개, 누적 연소시험 횟수만 172회에 달한다. 3단으로 사용할 7t급 엔진 개발에도 많은 공을 들였는데, 12기를 제작해 총 89번의 연소실험을 거쳤다. 

항우연 관계자는 “액체엔진 개발의 가장 큰 기술적 난제로 꼽히는 연소 불안정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16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설계변경을 거쳤고, 수 없는 연소시험을 진행한 끝에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다”고 했다.

75t 엔진기술을 검증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이 엔진을 이용해 실제로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 실험도 진행했다. 2018년 11월 28일, 75t 엔진 하나만을 넣어 만든 로켓, 일명 ‘누리호 시험발사체’를 만들어 실제로 발사했다. 이날 발사된 75t 추력의 실험용 발사체는 8t의 금속탑재체를 싣고 고도 177㎞까지 올라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약 80.5㎞를 우주의 경계로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사실상 지구 밖으로 튀어 나갔다가 돌아온 셈이다.

엔진 4개 묶어라, 기본 갖추고 전체 시스템 완성 총력

2017년 12월 6일 진행된 엔진시험 모습. 이날 시험으로 한국은 우주발사체 엔진을 공식적으로 확보한 나라가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2017년 12월 6일 진행된 엔진시험 모습. 이날 시험으로 한국은 우주발사체 엔진을 공식적으로 확보한 나라가 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우주 발사체의 심장인 ‘엔진’을 얻었으니 시스템 개발도 거침없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 단계는 75t 추력의 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마치 300t 추력의 엔진처럼 사용하는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또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을 모두 하나로 모아 실제로 누리호 발사에 성공하는 마지막 임무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4월 시작돼 오는 2021년 10월 종료될 때까지 진행되는 마지막 3단계 과정이다. 

클러스터링 기술이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은 얼마 전의 일로, 2021년 1월 28일 최종 검증에 성공했다. 항우연은 28일 나로우주센터에서 클러스터링으로 묶은 엔진 4기를 동시에 점화해 30초 동안 연소시험을 진행해 실제 사용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검증했다. 실제 발사 때와 똑같은 자동 발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진행했다. 이어 항우연은 2월 100초 연소시험, 3월 127초 연소시험을 모두 성공적으로 해치웠다. 127초는 우주 발사체를 하늘로 쏘아 올리며 연료를 모두 소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항우연은 누리호 본체 역시 완성했다. 실험과정에서 사용할 인증모델(QM), 그리고 실제로 하늘로 솟을 비행모델(FM)로 나누어 만들었다. 이 두 개의 누리호에 각각 6개(75t 4개, 7t 1개)의 엔진을 모두 싣고 최종 검증을 할 예정이다. FM모델은 최종 현재 마지막 조립 단계다. QM모델로 분해와 조립, 각종 검증시험을 반복하고 그 결과를 FM모델에 그대로 적용하고 하늘로 쏘아 올리는 식이다. QM모델로도 비행이 가능하지만, 실험을 반복하던 발사체를 그대로 쏘아 올리면 막상 발사 당일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어 두 대로 나눈 것이다.

1일 발사대에 세운 누리호도 QM모델이다. 항우연 연구진은 이 모델을 이용해 총조립부터 이송, 기립, 추진제 충전과 배출 등 전체 발사 운용 절차를 시험해 볼 계획이다. 계획대로 된다면 누리호는 올 10월 위성모사체를 싣고 1차 발사를 진행하게 된다. 내년 5월에는 마침내 무게 200kg의 성능검증위성을 싣고 우주로 올라간다. 항우연 측은 1일 발표에서 “누리호는 국내에서 설계, 시험을 거쳐 개발한 것”이라며 “발사체 개발의 전 과정을 우리 손으로 확보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종 완성될 누리호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형님뻘인 나로호와 비교하면 명백히 ‘체급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나로호의 총 추력은 180t으로, 단일 엔진으로서는 상당히 강력하다. 누리호는 75t 추력의 엔진 4개를 붙여 사용하므로 300t의 힘을 낸다. 추력만 단순히 비교하면 2배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3단 분리형태의 구조로 실용성은 그보다 훨씬 크다. 나로호는 100㎏급 소형위성을 고도 300∼1500㎞ 타원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데, 누리호는 1.5t 무게의 중대형 위성을 700㎞ 고도의 태양동기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 15배나 더 무거운 짐을 두 배 이상 더 멀리까지 옮길 수 있다는 뜻이다.

1일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4개의 엔진이 들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1일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4개의 엔진이 들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전승민 기자 enhanced7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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