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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성비 조절하는 유전물질 찾았다

GIST 연구진 동물실험으로 입증… 난임 치료제 개발 청신호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6.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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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사용해 Y염색체 조절에 관여해 출생성비를 조절하는 유전물질을 찾아냈다. Unsplash 제공
광주과학기술원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사용해 Y염색체 조절에 관여해 출생성비를 조절하는 유전물질을 찾아냈다. Unsplash 제공

모든 동물은 새끼를 낳을 때 암·수 비율이 비슷하게 조절된다. 주위 환경이나 부모의 신체상태에 따라 비율에 차이가 날 여지가 많지만 실제로는 어느 동물이나 암수 비율이 1대 1에 가까운 수치로 조절된다.

이 과학적 비밀을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규명해냈다. 의학적으로는 난임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 등에 응용할 수 있을 거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론 간편하게 태아 성별을 결정하는 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어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조정희 교수팀은 정소(정자를 만드는 기관)에서 출생 성비의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유전 물질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긴 비암호화 RNA(lncRNA, long non-coding RNA)'라는 유전물질이다. 분자(뉴클레오티드) 개수 200개 이상이 이어진 RNA를 뜻하는데, 다른 RNA와 달리 단백질로 번역되지 않는다. 특히 정소에서 많이 발견되며, 분화·발달 등 생물학적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지만 그 기능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조 교수팀은 긴 비암호화 RNA가 정소에서 자주 발견되는 점에 착안해 성비결정에 관여할 것으로 보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긴 비암호화 RNA 중 특정 RNA가 암수 결정에 실제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 긴 비암호화 RNA에 ‘테쉴(Teshl)’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실험을 위해 연구팀은 테쉴 유전자를 제거한 실험용 쥐 부터 새롭게 만들었다. 이렇게 태어난 수컷 생쥐의 정자는 머리형태가 비정상적이었고, 이 생쥐로부터 태어난 자손은 암컷 대 수컷의 비율이 1대 0.641로 수컷의 비율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 원인을 테쉴이 Y염색체의 유전자의 발현을 돕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포유류는 Y염색체의 유무로 수컷이 되느냐, 암컷이 되느냐가 결정되므로, 테쉴이 Y염색체를 가진 정자 발생을 촉진해 성비균형에 관여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인간의 난임치료 목적으로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혼한 부부의 약 15% 정도는 난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 그 중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만 10~20%에 달한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됐을 경우 본래 수컷비율이 훨씬 높지만, 수컷 배아는 사산율이 높은 편이라서 결국 1대 1에 가깝게 조절되는 특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성비를 보존하는 유전적 메커니즘을 알아낸 만큼, 앞으로 난임의 원인 역시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성과를 응용해 실제로 난임 문제에 도움을 줄 단계에 이르면, 테쉴을 통해 Y염색체의 활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 역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남아, 혹은 여아를 자유자재로 구분해서 낳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로 읽혀 실제 임상에 적용하려면 법, 제도적 규정 역시 마련할 필요가 생긴다. 조정희 교수는 “난임 진단 마커나 치료제 개발에 테쉴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9일자로 게재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자) 지원을 받았다.

새롭게 발견한 테쉴 유전전달물질의 기능.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새롭게 발견한 테쉴 유전전달물질의 기능.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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