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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완치 꿈 아니다… 치료제 기술 급진전

美서 알츠하이머 원인 치료제 등장… 국내기업도 앞다퉈 신약개발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6.13 01:57
  • 수정 2021.06.13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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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중 10% 이상이 겪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Unsplash 제공.
치매는 65세 이상 노인 중 10% 이상이 겪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Unsplash 제공.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현재 65세 이상 노인층의 10.3%가 치매로 고통받고 있다. 치매는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증상이다. 일부 치매는 근본적 치료가 어려운데다 예방도 쉽지 않다. 치매를 불치의 병으로 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지기능 개선제, 뇌기능 개선제 등으로 불리는 몇몇 약품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을 치료하기 보다 증세를 경감하는 방식이다. 이런 치매 치료 방식에 최근 희망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이 등장하는가 하면, 기존에 없던 신개념 치료제도 등장하고 있다. 치매 치료 기술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을까.

치매 치료제, 어떤 것 나와 있을까

아세틸콜린의 화학식.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아세틸콜린의 화학식. 신경세포 사이에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현재 나와 있는 치매 치료제는 대부분 ‘아세틸콜린’이라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을 관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세틸콜린은 신경세포 사이에서 주고받는 신호전달 물질인데, 이 물질의 흐름이 원활하면 인지기능이 높아진다. 단순히 이 성분 주사로 맞으면 해결되지 않나 싶겠지만 실상은 더 복잡하다. 체내 흡수율도 떨어지는데다, 설사 흡수된다 해도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분비되어야 신경전달 효과를 볼 수 있다. 필요한 분량 이외의 아세틸콜린은 ‘아세틸콜린에스터라아제’라 불리는 효소에 의해 분해돼 없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치매약은 역으로 아세틸콜린에스터라아제 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데 맞춰져 있다. 이렇게 하면 신경세포가 분비했던 아세틸콜린을 좀 더 오래 붙들고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잘 알려져 있는 치매약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리셉트(성분명 도네페질)이며, 현재 국내 치매환자 약 80% 정도가 이 약, 혹은 그와 동일성분의 약을 사용한다. 이 밖에 페미닐 피알(성분명 갈란타민), 엑셀론(성분명 리바스티그민) 등의 약도 자주  쓰이며, 저마다 조금씩 성분이 다르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이 밖에 ‘에빅사(성분명 메만틴)’이라는 약도 있는데, 위에 세 종류 약과 원리가 조금 다르다. 이 약은 NMDA라 불리는 신경세포 속 수용체에 작용한다. 이 수용체는 세포간 신호전달과 세포의 사멸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에빅사는 이를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즉 신경세포가 죽지 않도록 지켜주어 치매를 예방하는 형태다.

이런 전통적인 약은 최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가 알약 등을 먹는데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약을 입에 넣기만 하면 즉시 녹는 경구흡수용 제제로 만들거나,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밖에 최근 수년 사이 일명 ‘뇌 영양제’로 불리며 치매 환자 및 노년층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콜린알포세레이트(choline alfoscerate, 일명 콜린알포)’도 최근 이야기가 많다. 이 약은 다소 논란이 있는데,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본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더 이상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면서 칼을 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식약처는 콜린알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 위한 ‘유효성 재평가’ 목적의 임상시험계획서를 6월 11일 승인했다. 이미 평가된 의약품을 현재 과학적 수준으로 안전성, 유효성을 다시 평가하는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약품 품목을 취소하고 약을 폐기할 예정이다. 이 약은 지난해부터 유효성 재평가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보험료 수급문제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 약의 허가를 취소하면 환자들이 약을 값싸게 구입하도록 돕는 지원금, 이른바 보험급여를 매년 수천억 원 이상 아낄 수 있다. 콜린알포 사용을 취소하자는 쪽은 “미국 등 상당수 국가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팔고 있어 국내에서 전문의약품 지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반면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콜린알포는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약으로, 자국에서 전문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리스, 우크라이나, 러시아, 베트남, 폴란드 등 여러 국가에서도 전문의약품으로 기억저하 및 착란,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우울증 등에 적용하고 있다. 치매 환자는 선택할 수 있는 약이 많지 않은데, 비용 문제로 급여를 막으면 도리어 환자 불편과 부담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츠하이머 원인치료 가능한 신약도 등장

알츠하이머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효과가 있는 최초의 의약품. 아두헴(성분명 아두카누맙). Biogen 제공
알츠하이머 원인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효과가 있는 최초의 의약품. 아두헴(성분명 아두카누맙). Biogen 제공

지금까지 언급한 약들은 대부분 증세를 경감할 목적으로 쓰인다. 약을 장기간 먹는다고 치매가 완치돼 건강한 사람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뜻이다. 물론 알코올성 치매, 혈관성 치매 등은 원인을 제거하고 치료를 지속하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알츠하이머’로 인한 치매는 지금까지 일체의 근본적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은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뇌에 쌓이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알츠하이머가 있다고 반드시 치매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치매 발병의 중요 요인 중 하나다. 따라서 알츠하이머 자체를 치료하는 약의 개발이 필요한데, 이 약의 개발이 쉽지 않았다.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타크린’은 1993년 등장했는데, 간독성 부작용으로 퇴출됐다. 그 이후 수십 년간 쟁쟁한 제약회사들이 앞다퉈 달려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나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마침내 등장했다. 이 약의 이름은 ‘아두카누맙’. 스위스의 뉴리뮨(Neurimmune)이 처음 개발했으며, 2007년에 미국의 바이오젠(Biogen)이 이어받았다. 2017년부터는 일본의 에자이(Eisai)사도 개발에 참여했다. 중간에 ‘생각만큼 효과가 없다’며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사용 용량을 조절해 재검토한 결과 효과가 있다고 여겨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신청했다. FDA는 6월 7일 ‘시판 후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4상 시험을 하라’며 조건부로 이 약을 승인했다. 개발이 시작된지 18년 만이었다.

물론 아직 아두카누맙을 완전하다고 보기 어렵다. 베타아밀로이드가 제거되는 효과는 확인되지만, 치매의 예방 및 치료 효과를 기대할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그러나 기존 약과 비교해 근원적 치료를 제공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는 어떨까. 아두카누맙과 같은 원리로 신약을 개발 중인 곳으로 우선 일동제약이 후보물질 ‘ID1201’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벤처 ‘메디프론’도 같은 원리로 개발한 치매 치료제의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벤처 ‘아리바이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어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치매는 신경세포가 죽어서 생기는 질환이니, 뒤늦게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고 해도 회복되긴 어렵다고 여겨 아예 '죽은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방법을 착안해 냈다. AR1001은 현재 미국 임상 2상을 완료했으며, 손상된 뇌신경 세포와 뇌혈관 세포를 일정 부분 회복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아리바이오 측은 “3상까지 성공으로 이어진다면 증상완화제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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