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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지키는 ‘혈뇌장벽’ 인공제작 성공

실험용 초소형 장기칩 형태… 뇌질환 치료제 개발 실마리

  • 기자명 전승민 기자
  • 입력 2021.06.15 10:23
  • 수정 2021.06.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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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혈뇌장벽'으로 보호돼 있다. 혈뇌장벽의 기능을 밝혀내면 다양한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Unsplash 제공
사람의 뇌는 '혈뇌장벽'으로 보호돼 있다. 혈뇌장벽의 기능을 밝혀내면 다양한 예방 및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Unsplash 제공

사람의 뇌는 혈액-뇌 장벽(혈뇌장벽)이라는 얇은 막으로 보호돼 있다. 나쁜 물질이 몸에 들어오더라도 뇌로는 전달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필터다. 다만 이 성능이 너무나 뛰어나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혈뇌장벽을 비집고 병원체가 침투하는 경우도 있는데, 약이 듣지 않는 원인이 된다. 과학자들은 혈뇌장벽의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연구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려웠다.

국내 연구팀이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연세대 조승우·반용선 교수 공동 연구팀은 혈뇌장벽을 본뜬 ‘장기 칩(organ-on-a-chip)’ 개발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장기 칩은 사람 장기의 기능을 최대한 작은 기계장치 위에 흉내 낸 것이다. 살아있는 세포와 기계장치를 이용해 만든, 최대 수 센티미터(㎝) 크기의 초소형 실험장비인 셈이다. 워낙 작아 ‘칩(Chip)'이라고 불리지만 의약품 등을 개발할 때 실험 및 진단 장비로 쓸 수 있어 최근 연구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혈뇌장벽은 구조가 워낙 복잡해 장기 칩 개발이 어려웠다. 연세대 연구팀은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단위의 미세한 관 안에서 액체 흐름을 조절해 각종 시료를 처리할 수 있는 ‘미세 유체 칩’ 기능을 적용, 혈뇌장벽 기능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유체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해 기존 방식보다 정밀하게 인체 장기를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여기에 인간 신경 줄기세포와 뇌혈관 세포를 배양해 넣었다. 뇌혈관이 포함된 실제 인간 뇌 조직을 닮은 장기 칩을 만든 것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혈뇌장벽 모사 ‘장기 칩’. 연세대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혈뇌장벽 모사 ‘장기 칩’. 연세대 제공.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새롭게 개발한 장기 칩이 완벽하게 동작한다는 사실 역시 증명했다. 장기 칩을 이용해 곰팡이의 일종인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Cryptococcus neoformans)’이 사람의 뇌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그 과정을 알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이 곰팡이는 뇌수막염이나 뇌염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균으로 인한 뇌수막염으로 매년 세계적으로 18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중요 병원체다. 숨을 쉴 때 몸에 들어오는데, 혈액을 통해 전신으로 퍼진 뒤 혈뇌장벽을 통과해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그 과정을 상세히 알지 못해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하기 어려웠는데, 연세대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혈뇌장벽 장기 칩을 이용해 이를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곰팡이가 뇌혈관 주위에 모인 뒤 응집된 형태로 통과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으며, 한발 더 나아가 여기 관여하는 곰팡이 속 유전자 역시 찾아냈다. 해당 유전자를 제거한 돌연변이 곰팡이를 만들어 실험하자 혈뇌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앞으로 뇌관련질환 예방 및 치료약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혈뇌장벽 장기 칩을 이용해 곰팡이성 뇌수막염 치료 후보물질 개발, 혈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화합물 발굴 등 연구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5일 자에 실렸다.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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