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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동물 '소'

가장 무서운 동물은 우리 집 뒷마당에 있다

  • 기자명 장순관 기자
  • 입력 2018.04.3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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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장순관 기자]

인간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동물 '소'

 

어쩌면 회색곰을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회색곰은 먹이를 향해 시속 50km로 달려 갈 수 있다. 검은과부거미를 꼽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암컷의 독은 방울뱀의 독보다 강하다. 미국에서 동물에게 살해 당할 방법은 아주 많다. 무서운 동물들도 아주 많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동물은 뜻밖의 것일지도 모른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자들은 미국 내 동물로 인한 사망 사고에 대한 대규모 분석을 얼마 전 새로 실시했다. 이 결과는 학술지 <자연 환경 의학>에 게재되었다. 이 분석에서는 질병관리본부의 데이터베이스 데이터를 사용했다. 거기 나온 동물이 원인이 된 사망사고를 물림, 공격, 유독동물독소중독 등 세부원인별로 분석했다. 유독동물독소중독이란 독이 있는 동물과 마주쳤을 때 생기는 일을 가리키는 모호한 표현이다.

연구자들은 데이터를 분류하면서 듣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제목의 범주로 나누었다. 전갈에 쏘여 죽은 사고, 파충류에 의해 물려 죽거나 질식사 당한 사고 등으로 말이다. 단, 독이 있는 동물을 먹고 죽은 사고는 분석에서 제외되었다. 동물의 과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분류한 다음에는 그 빈도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이 빈도는 관점에 따라 무서울 수도, 안심이 될 수도 있다.

미국에서 동물의 공격으로 죽은 사람은 2008~2015년 연 평균 1,610명이었다. 미국 인구 1,000만 명 당 4.8명 꼴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미국인 사망자가 270만 명(미국 인구 1,000만 명 당 8만4,400명 꼴)이니까, 동물로 인한 사망은 이 중 극소수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모든 죽음은 운이 없는 사람이 독을 지닌 진귀한 생물과 잘못 마주쳤기 때문일 뿐인가?

틀렸다. 이 명단에 올라 있는 생물들 중 가장 위험한 것은 ‘기타 포유류’들이다. 기타 포유류에는 소, 말, 너구리 등 다양한 생물이 포함된다. 이들은 매년 1,000만 명 당 1.7명을 죽이고 있다. 다른 연구에 의하면 기타 포유류들 중에서도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이는 것은 소, 말 등 농장에서 기르는 가축이라고 한다. 말벌, 꿀벌은 1.4명을, 개는 0.8명을 죽여 그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상어, 곰 등의 무서운 동물들은 통계상으로는 전혀 무섭지 않다. 해양동물과 악어로 인해 죽는 사람은 각각 1년에 1,000만 명 당 1명도 안 된다. 거미에 물려 죽는 사람은 줄어들었다. 1950년에는 동물로 인한 죽음 중 14%를 차지했으나 2015년에는 7%로 떨어졌다. 그리고 통계상으로 독이 없는 동물은 맹독성 동물보다 더욱 위험하다. 동물로 인한 죽음 중 57%가 독이 없는 동물에 의한 것이며, 맹독성 동물의 비율은 43%였다.

통계상 사람을 많이 죽이는 동물들의 순위를 매겨 보았다.

기타 포유류(소, 말, 너구리 등)36%
말벌과 꿀벌30%
개17%
독거미?3%
독사 및 독도마뱀3%
지네 및 독노래기0%
악어0%
전갈0%
쥐0%

그리고 소에게 죽을 확률을 알고 싶으면 일단 자신의 성별부터 확인해 보라. 소에게 살해당한 사람 중 72%가 남성이었다. 여자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지네와 독노래기에게 살해당한 사람 3명 중 2명이 여성이었다.

동물의 공격 사고에는 성별 외에도 따져야 할 요인이 많다. 사망자 중 절반이 35~64세였고, 이들 중 66%가 말벌에 의한 사망자였다. 맹독성 동물은 희생자의 나이를 막론하고 가장 큰 사망 원인이었다. 4세 이하의 유아는 개의 공격으로 사망할 확률이 다른 연령대의 4배나 된다. 이런 특성을 보여주는 연령대는 65세 이상 뿐이다.

소름 돋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인종과 지역에 따라 동물에게 살해당할 확률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타 포유류에게 살해당한 사람 중 절반, 그리고 맹독성 동물에게 살해당한 사람 중 60%가 미국 남부 거주자였다. 그리고 동물에게 살해당한 사람들 중 49%가 남부 거주자였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알래스카 원주민이 개 및 기타 포유류에게 살해당할 확률은 다른 인종에 비해 거의 두 배였다.

이러한 편차는 병원에 대한 접근성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특히 미국 남부 시골 지역의 병원 부족은 문서화까지 되어 있다. 그러나 전국적인 추세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 원주민의 평균수명은 미국인 평균수명보다 4.4년이 낮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낮은 의료 서비스 접근성, 빈곤, 차별에 시달려 왔다.

이 보고서는 그런 비극적인 현실 역시 다루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의 주제는 동물로 인한 사망이다. 하지만 그 사망 건수 중 상당수가 예방이 가능했다는 점이 더 큰 비극일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에피펜스 같은 기기로 투여되는 에피네프린은 봉독 알레르기 반응 치료에 특효약이다. 그러나 에피펜스는 비싸다. 그리고 일부 환자들은 봉독으로 인해 응급실 한 번 이용하는 데 최대 1만2,000달러까지 내기도 했다.

이 연구 데이터는 사망 진단서를 토대로 얻은 것이다. 하지만 사망 진단서는 부정확하기로 유명하다. 따라서 이 연구 데이터가 사실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이번 연구는 사망 사례만을 다루고 부상 사례는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동물로 인한 중상을 입었다가 살아남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로 인한 사망 분석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전갈이나 곰은 두려운 동물일 수 있지만, 그들과의 상호작용은 통계적으로 볼 때 의외로 위험하지 않다. 그리고 인간의 동식물 및 타인에 대한 살상 능력을 감안한다면, 인간이야 말로 미국에서, 아니 지구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일 것이다. By Erin Bla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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