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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학] 왜 사랑받는 토끼는 아프지 않았을까?

- 건강한 삶을 위한 다정함의 놀라운 과학
-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연결과 유대에 대한 모든 것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2.02.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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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학 연구와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의학은 눈부신 성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의료지식과 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했음에도 현대인들은 결코 건강한 상태라고 말할 수 없다. 기아나 기근, 기초 질병 등의 위협에서는 벗어났으나 비만, 우울증, 자살 등 다른 문제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한다. 의학의 발전과 값비싼 치료가 건강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컬럼비아 의대 교수인 켈리 하딩 박사는 병원에서 의학적으로는 ‘건강’하지만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과 질병이 있음에도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는 수많은 환자들을 만났다. 그는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싶었다. 건강을 좌우하는 숨겨진 요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거듭하던 중 ‘표준 토끼 모델’이라는 실험 결과에서 궁금증을 해결할 실마리를 얻는다.

“로버트 네렘 박사 연구팀은 토끼들에게 고지방 사료를 먹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했다. 몇 달 후, 모든 토끼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고, 이제 토끼들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올라갔다. 그런데 유독 한 무리의 토끼들만 다른 토끼들에 비해 혈관에 쌓인 지방 성분이 60퍼센트나 적었다. 네렘 박사 연구팀은 이 이상 현상의 이유를 찾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건강한 토끼들은 한 다정한 연구원이 돌봤던 토끼들이었는데, 그는 토끼들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말을 걸고, 껴안고, 쓰다듬으며 토끼들을 귀여워해줬다. 병에 걸리는 토끼와 건강을 유지하는 토끼를 나누는 것은 식단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바로 ‘애정’이었다.”

건강은 단순히 ‘병의 유무’로 결정되지 않는다. 임상수치나 의학적 결과 외에도 건강에 영향을 주는 여러 잠재 요인이 있다. 가족과 친구, 이웃 같은 친밀한 관계, 사는 곳, 직장, 교육과 목표의식 등 건강과 무관해 보이는 사회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현직 의사인 저자가 풍부한 경험과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잠재 요소들을 살펴보면서 현재의 의료 모델을 뛰어넘어 근본적으로 건강을 개선할 방법을 모색한다.

병이 없는데도 아픈 사람 vs. 병이 있는데도 건강한 사람
지금, 이유 없이 아프다면 몸이 아닌 주위 환경을 돌아보라!

* 사례 1. 벨라는 71세에 췌장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와 수술을 거듭했지만 밝고 젊어 보인다. 데이지는 43세로 특별한 질병은 없으나 항상 지쳐있고 여기저기 아픔을 호소한다. 임상적으로 ‘아픈’ 벨라는 건강하지만, ‘건강한’ 데이지는 몸이 아프다. ‘생물심리사회’ 모델에 따르면 벨라는 의지할 가족과 공동체, 취미가 있어서 건강했고, 데이지는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으며 잦은 병가로 직장에서도 고립되어 자주 아팠다고 해석할 수 있다. 환자의 개인적 삶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사례 2. 랜디는 30대 후반에 당뇨병 진단을 받았고, 이후 합병증으로 발가락 괴사가 일어나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놓였다. 술과 담배를 즐기고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랜디의 일상이 바로 그의 건강을 위협하는 잠재 요인이었다. 랜디가 근본적으로 치유되기 위해서는 좋은 음식을 먹는 습관을 들이고 동료들에게 술과 담배를 끊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 개인적 노력과 더불어 사회적 노력도 병행되어야 근본적으로 건강이 개선될 수 있다.

* 사례 3. 케이트는 쌍둥이를 출산했는데, 한 아기는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다른 아기는 그렇지 못했다. 케이트는 죽은 아기를 가슴에 품고 어루만지며 다정한 말을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기적처럼 의사가 이미 사망선고를 내렸던 아기가 눈을 뜨고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의사는 아기의 몸에만 집중했지만 엄마의 사랑이라는 잠재 요인이 아기의 운명을 바꾼 것이다.

* 사례 4. 펜실베이니아 로제토 마을에는 심장병 환자가 미국 평균보다 훨씬 적다. 그곳 사람들이 특별한 식이요법이나 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들은 일상적으로 이웃과 대화하고 함께 식사했으며 아이들은 조부모와 함께 놀았다. 소속감, 신뢰, 평등에 대한 독특한 감각이 마을 공동체에 스며들어 있었다.

* 사례 5. 직장 내 스트레스는 정신적 문제뿐 아니라 신체 건강도 위협에 빠뜨린다. 1960년대 런던 공무원을 7년에 걸쳐 관찰한 대규모 연구 결과, 심장 질환의 주요 원인은 고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이 아니라 직급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직급이 낮거나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3~6배나 높았다.

* 사례 6. 스웨덴 연구진은 유전요인보다 환경요인이 노화와 신체나이를 결정하는 유전자인 텔로미어의 길이에 더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장기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진다. 호기심, 자아실현, 배움, 운동, 명상, 건강한 식생활, 친구나 가족과의 긍정적인 관계 등은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질병 위험을 감소시킨다.

* 사례 7. 시카고 아미티지 거리의 영아사망률은 1,000명당 2.4명에 불과하지만, 그 옆의 가필드 거리는 이 비율이 19.3명까지 치솟는다. 미국에서는 거주지의 우편번호가 유전자 코드보다 개인의 건강 수준을 더 잘 말해준다고 한다. 집 가까운 곳에 공원이 있는지, 건강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등 사는 곳이 당신의 건강을 결정한다.

* 사례 8. 소득 격차와 성차별은 우울증에 영향을 미친다. 동등한 자격을 갖췄지만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은 우울증 위험이 2배 이상, 불안 위험은 4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키부츠처럼 평등한 공동체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수명이 비슷하지만 차별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수명이 달라졌다.

* 사례 9.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유색인종에 대해 백인보다 더 많은 정신질환 진단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1970년 하버드 대학에서는 작고 사소한 차별이 일상을 ‘미세 침략’하면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인종과 성별에 따른 선천적 차이는 없지만, 이들의 건강에는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사례 10. 유년기에 트라우마에 노출되면 암, 심장 질환, 폐 질환 등 모든 성인병의 위험이 증가한다. 숨겨져 있는 트라우마를 찾으면 건강에 해로운 잠재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트라우마는 독성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심각하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생리적 활성을 자극한다.

* 사례 11. 뉴질랜드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외로움, 고립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과체중, 고혈압, 기타 대사질환을 겪을 확률이 37퍼센트나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긍정적인 인간관계는 우리를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도와준다.

결국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된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연결과 유대에 대한 모든 것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단지 유전자와 질병의 유무에만 있지 않다. 신체에만 주목하는 현대의학의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의 삶과 환경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파급 효과에 눈을 돌리면 건강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 타인에 대한 공감, 친절함과 다정함을 전하는 마음,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 차별과 편견을 배제한 공정성, 개인과 집단의 회복력을 향상하려는 여러 노력과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이제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간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봐야 한다.

개인의 작은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파급된다. 일상에서 하는 사소한 결정이 우리와 주변 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진정으로 건강한 삶은 건강의 잠재 요인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서로 연대하며, 삶의 목적과 기쁨을 함께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온다. 이 책은 타인에게 공감하고 친절을 베푸는 등 다정함을 전하는 작은 행동이야말로 나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변화의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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