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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모색하다

- 교양학술지 '과학기술과 사회' 창간
- 과학기술과 사회는 닮은꼴인가라는 질문에 답는 매체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2.03.0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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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총연구개발비가 2021년 100조 원에 접어들었다 한다. 1977년에 1000억 원을 돌파하고, 1985년에 그 10배인 1조 원대였다니, 그렇다면 우리는 30,40년 전보다 100배 괜찮은 세상에 살고 있는가. OECE 자살률 1위, 세계 최하의 출산율, 노령화와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팬데믹과 기후위기는 우리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숫자의 행진과 달리 우리 사는 세상의 현재는 퍽퍽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

『과학기술과 사회』 초대 편집장 홍성욱 교수(서울대)는 창간사를 통해, 과학기술, 연구개발, 혁신과 관련된 지표는 좋은데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면 어디엔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과학기술이 부족한 것도, 철학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한국의 자본주의나 정치의 후진성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이다. 우리 사회는 과학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지만, 과학기술을 사회를 이루는 소중한 요소로 간주한다기보다는 이를 경제성장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한다. 과학과 철학은, 그리고 기술과 인문학은 서로 진지하게 대화하지 않는다. 행복한 삶을 말하려고 하면, 과학기술은 자연의 법칙과 사실을 다루기에 이런 ‘인간적’ 주제와 무관하다는 답변만이 메아리 되어 돌아온다. 한편으로 과학기술은 인류가 힘을 모아도 해결하기 힘든 기후위기와 같은 문제를 낳지만, 또 그 해법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원천이기도 하다.

우리는 독을 주고, 동시에 약을 주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디부터 거부해야 할 것인가? 아니, 우리에게 그럴 힘이 있는가? 『과학기술과 사회』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바람직한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매체이다. 매우 추상적인 과학기술 철학에서부터 극히 실용적인 과학기술 커뮤니케이션과 과학기술 정책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을 다루는 모든 학문 분야와 실천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호혜적이고, 인간적이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고민하고, 이 고민의 과정과 결과를 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진지한 탐구, 그리고 과학기술 문화나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의 종합과 분석이 요구되는 지점이다.

『과학기술과 사회』는 그런 탐구와 분석이 모이는 ‘멍석’의 역할을 하기 위해 창간되었다. 이번 창간호에는 ‘성찰적 팬데믹’이라는 주제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심층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여섯 편의 논문을 모았다. 또한, 창간 좌담회를 통해 과학과 사회의 접점으로서의 과학문화에 대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아냈다. 『과학기술과 사회』는 진지한 학술 연구를 담지만 동시에 일반 독자들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교양학술지를 지향한다.

성찰적 팬데믹(Reflexive Pandemic): 『과학기술과 사회』 창간호의 첫 주제!

『과학기술과 사회』 창간호의 첫 주제 키워드는 성찰적 팬데믹이다. 팬데믹이 과학기술과 사회를 어떻게 바꿨는가를 통사적으로 살펴보면, 문명사는 팬데믹과의 투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은 팬데믹 대응을 어떻게 바꿨는가?(김명자), 코로나19 팬데믹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바꾸었나(오철우)와 같이 이 둘의 상응 ‘관계’를 성찰하고 앞으로의 대응을 조망해 보는 기획이 필요하다.

김명자(전 환경부장관)는 역병에 대한 대응의 역사를 개관하고, 19세기와 20세기 주술에서 의술로 전개된 인간의 노력, 21세기의 코로나19 진단, 치료, 백신 개발 전략을 살핀다. 이로써 팬데믹 X에 대비하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오철우(서울과학기술대 기초교육학부)는 팬데믹이 과학기술 연구문화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과학 연구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중단된 적은 2차 세계대전 이래 없었다는 코로나 시대. 누군가에는 충격과 혼란이 되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전과 기회가 되었다. 협력과 공유, 오픈 사이언스의 양상으로 코로나 공동 대응 연구가 전개되었다.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백신 기술이 추가되었고, ‘플랫폼 백신 기술’이라는 낯선 용어도 백신 개발 전략 기술로 자리 잡았다. 언젠가 팬데믹의 출구에서 벗어날 때, 그 이후에 과학기술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날까? 그것이 남긴 변화에서 무엇을 새롭게 학습할 수 있을까? 오철우는 울리히 벡이 말한 위험사회의 ‘성찰적 과학’ 필요성을 인용하며, 무오류성에 집착하는 대신 실천에서 배우는 능력을 보전하고 창출하는 과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두갑(서울대 서양사학과)은 백신 특허를 둘러싼 정치적 상황에 대해 분석하고, 그중에서 특허에 대한 과학기술학 연구를 전개한다. 모더나의 mRNA 백신을 둘러싸고 지식재산에 대한 개입, 면역-자본주의로 인한 여러 불평등 문제, 나아가 경제적, 의학적 이익의 분배에 관련된 논의가 일었다. 공공지원을 받았던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은 특허와 관련된 논쟁이 확대되면서 공공자금에 기반한 연구성과에 대한 공평한 접근 등을 요구하는 ‘특허 정치’의 실천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백신 특허를 어떻게 사용하고 제어할 것인가? 이는 공공 정책적 문제이다.

강양구(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는 K-방역이 말하지 않은 것으로, 팬데믹 2년 동안 한국 사회의 약한 고리가 집요하게 공격당했다고 비판한다. 청년 세대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파고들며 세를 불렸던 신흥 종교 집단, 열악한 노동 환경의 콜센터나 택배 물류 센터, 공동체를 위한 방역에 희생당한 소상공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취약한 사회 안전망 등을 열거한다. 실제로 한국 방역은 ‘혐오 방역’이라고 부를 정도로 혐오 감정에 기댔는데, 중국인 혐오, 성 소수자 혐오, 개신교 혐오 등이 K-방역의 성공 신화의 이면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혐오 감정이었다. 강양구는 이런 사회의 약한 고리에 대한 성찰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없었다고 말하며, 과연 팬데믹이 끝난 후 한국 사회는 더 나아질 것일지를 물으며 글을 맺는다.

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과학기술학은 이번 팬데믹으로부터 무엇을 성찰할 것인가?〉는 팬데믹의 사회적, 정치적 성격(예측의 성과와 한계, 순위민족주의 등)을 밝히고 포스트휴머니즘과 대안적 미래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이다. 홍성욱의 글은 “괜찮은 미래는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 브뤼노 라투르와 도나 해러웨이와 같은 과학기술학자는 인류의 문명에 대해 ‘큰 그림’을 던져주는 학자들이다. 이들은 현대 테크노사이언스가 낳은 결과물들을 쉽게 부인하지는 않으며, 누군가는 보듬어주고 끌어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본다. 홍성욱은 격리와 봉쇄가 이어졌던 2020년의 감축으로도 지구를 구할 수 없다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진다. 2022년의 우리가 무엇을 꾀해야 할 것인가? 과거로 돌아가자거나 계속 전진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라투르의 말을 인용하며, 홍성욱은 전진이 아니라, 과거의 노멀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 방향으로 모색하기, 시도하기, 실패로 돌아오기, 탐사하기, 흩어지기, 협력하기, 다른 존재들과 뒤섞이기 같은 실험을 감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사상과 실천으로 무장한 ‘21세기의 프롤레타리아’는 격리를 통해 성찰의 기회를 얻은 격리자들이다. “만국의 격리자여, 단결하라!”

김선자(국립과천과학관 전시총괄과 바이러스기획전시팀장)의 글은 팬데믹 시대 더욱 강조되는 과학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다룬다. 송성수(부산대학교 교양교육원)은 한국의 기술 발전에 관한 시기별 특성과 진화적 경로를 분석하였다.

창간호 좌담: 과학과 사회의 접점으로서 과학문화를 말하다

‘과학문화’는 과학기술과 사회가 만나는 가장 중요한 접점이다. 대중은 실험실에서 연구에 참여하거나, 실험에 몰두하고 있는 과학자와 대화를 나누면서 과학을 접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과학자의 대중 강연을 통해서, 언론 매체에서 보도된 과학 기사를 통해서, 과학 다큐멘터리와 과학 유튜브를 통해서, 과학관을 방문함으로써 과학과 만난다. 이런 만남에서 과학에 대한 이해는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취향, 종교, 문화적 소양 등과 창조적으로 결합해서 다양한 무늬로 직조된다. 이렇게 생긴 과학문화는 우리가 문화라고 하는 것의 일부를 형성한다. 창간호를 위한 이번 대담은 한국사회의 과학문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과학문화의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김찬현(ESC 과학문화위원회 위원장)은 과학기술-시민사회 네트워크와 과학문화 활동 프로그램에 대해, 실질적인 과학문화 활동 사례를 중심으로 공유하고자 한다. 강연실(과학잡지 〈에피〉 편집위원, 카이스트 인류세 연구소)은 과학비평 잡지 〈에피〉의 사례로 과학문화의 영역에서 이뤄진 활동들을 어떻게 보완하고 한층 더 깊게 할 수 있는지 얘기한다. 이미솔(EBS 과학다큐멘터리 PD)은 과학다큐멘터리의 제작 사례를 통해, 제작 과정에서 느꼈던 여러 어려움과 한계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 말한다. 이석태(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는 과학기술문화 활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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