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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과학]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 곽재식의 기후 시민 수업
- 기후변화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이야기

  • 기자명 파퓰러사이언스
  • 입력 2022.03.0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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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기후 변화 수업에 참여해 봅시다. 

조선 시대 배바위 설화부터 금성을 무대로 한 SF까지, 이야기를 만나 흡수력이 높아진 기후 수업 책이 나왔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게 되면,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생각을 품을 수 있고, 자신의 생각을 품으면 그에 대해 행동할 수 있게 된다. 기후변화와 같은 여러 사람이 협심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해하기 좋은 책을 써보고자 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이야기들 중에는 내용이 어렵거나, 복잡하거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이유로 널리 설명되지 못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들을 가능한 한 재미있고 쉬운 이야기의 틀 속에 설명해보고자 애썼다.” <서문 중에서>

소설가이자 환경공학자인 저자는 SF적 상상력과 방대한 과학 지식이 결합된 논픽션들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책에서도 저자는 과학과 이야기의 절묘한 접점을 찾아낸다. 석유 협회 행사에서 석유를 쓰지 말라고 경고한 화학자 에드워드 텔러의 기행이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이어지고, 뜨거운 금성의 정글을 상상했던 소설의 끝에는 온실효과의 원리가 드러난다. 산 높은 곳에 배를 묶어두었다는 조선 시대 배바위 설화를 읽다 보면 기후변화를 둘러싼 인간의 오랜 두려움을 마주하는 동시에 그런 두려움이 어떻게 기후변화 부정론으로 이어졌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폭넓은 시각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오해부터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위기 대응 기술까지, 0.04% 이산화탄소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사람 종족이 지구에 등장한 것이 대략 10만 년 전이라고 치면, 지구 역사의 99.998퍼센트는 사람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 없이 진행되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므로 정말로 지구 전체를 두고 따져본다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행동은 죽어가는 지구를 살린다거나, 지구의 운명을 타락에서 구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는 지구 역사의 최근에 등장해 겨우 적응하는 데 성공한 우리 사람 종족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매달리는 일에 가깝지 않나 싶다.” <‘빙하기, 바다에 빠진 매머드의 비밀’ 중에서>

책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역사부터 위기 대응 기술의 미래, 개인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까지 기후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차근차근 밟아나간다.
그 안에서 때때로 독자들은 기후변화를 둘러싸고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것들의 복잡한 실상을 마주하게 된다. 예컨대 플라스틱을 종이나 알루미늄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이롭지 않을 수 있다. 재료의 생산과 운반, 제작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에서조차 자본주의와 강대국의 논리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 스며 있다는 점 또한 발견하게 된다.

무엇보다 환경공학자로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논쟁과 개선, 좌절의 현장을 몸소 경험한 저자가 전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통찰들을 만날 수 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전기차는 어떻게 대세가 되었을까? 늘어난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그냥 없애버릴 과학기술은 없을까? 대체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장애물은 무엇일까? 기후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경고의 수위를 높이기보다 우리가 어쩌다 지금에 이르렀으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주안점을 둔 이야기들이다.

“기후변화란 내일의 종말이 아니라 당장 사회의 약자를 희생시키는 것”

문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기후 시민’을 위한 가이드

“기후변화는 미래에 우리와 우리 이웃이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더 긴박하고 현실적인 문제다. 그동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나부터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나는 과연 어떤 실천을 하는 것이 당장 중요한지 알아내기 위해 더 애쓰고, 더 잘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생각할 때, 귀여운 북극곰들이 당황하는 모습만을 떠올리기보다는, 급작스러운 집중호우에 배수가 역류하는 도시의 반지하 방에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 것인지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 사회, 기후 시민의 일’ 중에서>

저자는 기후변화가 대홍수로 세상을 쓸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약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형태로 먼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대멸종보다 훨씬 작은 충격으로도 많은 이웃을 잃을 수 있고, 그것을 막아내고자 애쓰는 것이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저자는 비관론을 반복하거나 막연하게 자연에 이로울 것 같은 행동을 할 것이 아니라, 당장의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엇이 이롭고 이롭지 않은지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할 것을 제언한다. 매일 종이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되 1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보다 기후에 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단적이 예다. 우리의 실천이 실제로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이는지 계산과 판단이 필요하며, 더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정부와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저자는 오늘날 그 어떤 영역도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음을 환기한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냉난방기를 설치해주는 것이 오히려 기후 대응의 일환일 수 있으며, 더 정확한 기상예보를 위해서는 관련 업종의 업무 환경 개선도 필요하다는 등 넓은 시각에서 재고해봐야 할 지점들을 다양하게 다뤘다.

더워지는 세계 속, 우리와 우리의 이웃을 위해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하고 행동하는 ‘기후 시민’들에게 필요한 21세기 기후 교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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