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나 갈까마귀 같은 새들이 거의 동시에 집단으로 날아오르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충동적이거나 임의적인 것이 아니라 새들이 ‘합의된 의사결정’을 통해 타이밍을 맞추고 정교한 비행을 하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고 <파퓰러 사이언스>가 24일(현지 시간) 전했다.
영국의 연구팀은 까마귀 등이 언제 날아오를 지를 결정하는 데 울음소리를 이용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몇 개월간 수 백 시간의 울음소리를 녹음했다.
이들은 까마귀들이 언제 최초의 울음소리를 내는지, 그 소리는 얼마나 큰지, 집단 내에서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는 지를 측정한 다음 이를 새들이 날아오르는 영상과 비교했다.
그 결과 울음소리가 더 빨리 퍼질수록 새들은 더 빨리 날아올랐다.
영국 엑서터 대학의 생태학자인 알렉스 손튼은 “처음 몇몇 마리가 울면 점점 더 많은 새가 합류하고 그 소리가 가파르게 커질수록 일찍 날아올랐다”고 설명했다.
드문 경우지만 울음소리에 호응하는 정도가 약할 때에는 집단 비행을 하지 않는다.
연구팀은 또 새들이 날아오르는데 합의를 이루면 수 백 마리의 무리가 단 5초 이내에 전부 비행에 나서는 것도 발견했다. 반면 과거에 녹음된 소리를 틀어 새들의 자연스런 울음소리를 교란시켰을 경우에는 출발 시간을 6분 정도 지연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새들은 자신들의 소리에만 반응할 뿐 다른 소음에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연구팀은 새들의 집단 의사 결정에 울음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규명했고 다음번에는 인간이 만들어 내는 각종 소음 공해가 이들의 의사소통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손튼은 “마을이나 번화한 도로 근처에 있는 새들의 보금자리를 생각해 보라”며 “이들이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없고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면 그 집단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