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이후 우울, 자살생각 등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과 불안감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신적으로 힘들수록 술에 의존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살사고, 자살 계획, 자살시도를 한 사람 중 대다수는 알코올 사용 장애나 의존 증상을 겪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2015~2021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년간 자살 사망자 801명 중 32%가 사망 당시 음주 상태였고, 19.9%는 파악이 안되기 때문에 음주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발표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서도 평생 동안 자살사고를 시도한 사람의 25%, 자살 계획은 32.4%, 자살 시도자의 28.3%가 알코올 사용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술은 우울과 불안 증세를 악화시킬 뿐 치료제나 피난처가 절대 될 수 없기 때문에 기분장애를 겪고 있을수록 음주 습관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분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의 상관관계는 오래전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할 문제로 여겨졌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하게 경제적 문제에 직면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기분장애와 알코올 문제를 동시에 겪거나 급격하게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지정 알코올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보라 원장은 29일 "알코올을 섭취하면 혈액 내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의 농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미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진 상태라면 알코올 섭취로 인한 세로토닌 기능 저하는 우울감을 키울 뿐인 것이다"라면서 "술로 도망치며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술로 인해 망가진 몸뿐만 아니라 마음을 건강하게 돌보는 것에 집중하고 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