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퓰러사이언스 장순관 기자]
1988년에 <레드 딜리셔스>는 미국내 사과 시장의 70~80%를 점하고 있었다. <레드 딜리셔스>는 맛있어 보이기 때문에 농부들이 오랫동안 많이 팔았다. 그러나 질감은 퍼석퍼석했다. 사람들은 단단하고 아삭아삭하며 과즙이 많은 사과를 원했다. 나는 그런 새로운 품종을 비밀리에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4년, 일본과 뉴질랜드에서 온 새 품종의 위협에 직면한 미국 사과업계와 워싱턴 주립대학은 미국 농부들이 새로운 품종을 길러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우선 기존의 사과를 타가수분했다. 한 꽃에서 꽃가루를 채취한 다음 이를 연필지우개 위에 올려서 다른 꽃에 문지른 것이다. 이렇게 <갈라>, <후지>, <핑크 레이디> 등의 아삭아삭하고 풍미가 뛰어난 품종 10여종을 교배했다. 제일 뛰어난 결과물은 <허니크리스프>와 <엔터프라이즈> 사이에서 나왔다.
우리는 새로 얻은 종자를 키 1.5m짜리 나무로 키운 다음, 더 빠르게 과실을 맺게 하기 위해 뿌리줄기에 접을 붙였다. 이를 평가용 과수원에 심은 몇 년 뒤에 과실의 맛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하루에 수천 개의 사과를 먹어볼 수는 없다. 그래서 줄지어 선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 사이로 걸어 다니며 맛있어 보이는 과일이 보이면 따서 한 입 물어 맛을 본 다음 뱉곤 했다. 대부분 맛이 형편없었다. 그러나 맛과 질감이 좋은 사과가 열린 나무 10~20그루 정도를 발견했다.
그런 나무에 열린 사과들을 수개월 동안 냉장 저장해 변질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살폈다. 그 이후 3~4명의 연구자들이 앉아서 모든 사과의 맛을 보았다. 시간이 갈수록 변화하는 산도와 당도를 점검하고 압력과 세포 붕괴 상태를 측정하는 기구를 사용해 굳기와 질감을 측정했다.
그러다가 원하는 품질의 사과가 나오면, 그것들을 다시 심어서 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낸 것이 <코스믹 크리스프>다. 9~12개월간 저장해도 아삭한 식감과 굳기, 과즙, 당도와 산도가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