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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이식과 자궁이식(2)

  • 기자명 정승호 기자
  • 입력 2018.06.14 08:50
  • 수정 2018.06.1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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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퓰러사이언스 정승호 기자]

베일러 임상실험 팀의 팀장 줄리아노 테스타, 요한네슨, 분만 및 출산 전문의 로버트 T. 건비, 이식 외과의 그레고리 J. 매케나, 산부인과 종양학자 E. 콜린 쿤
베일러 임상실험 팀의 팀장 줄리아노 테스타, 요한네슨, 분만 및 출산 전문의 로버트 T. 건비, 이식 외과의 그레고리 J. 매케나, 산부인과 종양학자 E. 콜린 쿤

 

신장의 사례를 보자. 신장은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이식되는 장기다. 매년 19,000건의 신장 이식이 이뤄진다. 그런데 미국에서 자궁 이상으로 인해 절대 불임진단을 받은 여성의 수는 최대 200만 명이나 된다. 그 원인은 암, 섬유종, 과다출혈, 자궁탈출증 등 다양하다. 게다가 매년 태어나는 여아 5,000명 중 1명 정도는 날 때부터 아예 자궁이 없다. 이러한 질병을 마이어 로키탄스키 퀴스터 하우저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질병으로 인한 자궁 이상도 있지만, 앞으로는 이들 질병들이 거의 다 집계될 것이다. 미국의 트랜스젠더는 140만 명인데, 이 중 여성이 수십만 명을 차지한다. 이들 역시 언젠가는 자궁 이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자궁 이식이 널리 보급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우선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비평가들은 자궁 이식의 필요성 자체를 의문시한다. 대리모를 사용하거나 입양 등 어머니가 되는 다른 방법도 얼마든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혹자는 의사들이 굳이 자궁 이식을 하려는 것은 자신들의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서일 뿐이라고도 의심한다. 그리고 자궁 이식에는 위험도 따른다. 기증자의 몸에서 자궁을 떼어 내는 수술은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 피기증자도 3번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우선 자궁을 이식받는 수술, 그리고 제왕절개 수술, 아이를 낳고 난 후 자궁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의사들은 환자가 생존에 꼭 필요하지도 않은 장기를 유지하기 위해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비용 문제가 있다. 테스타는 자궁 이식술의 비용을 25만 달러로 추산한다. 매우 부유한, 그리고 매우 절박한 사람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이다.

이제까지 알려진 최초의 자궁 이식은 지난 1931년 어느 독일 의사가 덴마크 트랜스젠더인 릴리 엘베에게 시술한 것이다. 그러나 릴리 엘베는 수술 후 얼마 못 가 죽었는데, 아마도 조직 거부 반응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2000, 출산 중 자궁을 잃은 어느 사우디 아라비아 여성이 또 아이를 낳고 싶어서 자궁 이식을 원했다. 의사들도 이에 동의해서 자궁 이식을 실시했으나, 이식받은 자궁은 3개월 만에 조직이 죽어가기 시작해 다시 제거해야 했다. 여성은 죽지 않았다. 요한네슨은 그 의사들은 임상 경험 부족, 윤리적 투명성 부재, 수술 실패 때문에 비판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당시에도 더욱 철저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뛰어났던 인물은 스웨덴 이식 전문의인 마트스 브렌스트룀이었다. 그도 1988년에 환자에게서 자궁 이식 요청을 받았다. 그는 좌충우돌하지 않고 예테보리 대학에서 연구팀을 결성한 후 실패하지 않는 수술 방법을 알아내고자 했다. 요한네슨은 산부인과 레지던트이던 2008년 이 팀에 합류했다. 그녀는 이 분야 연구로 박사 학위를 따고자 결심했다.

연구의 제1목표는 동물을 상대로 완벽한 자궁 이식을 해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선은 쥐를 이용해 현미경으로 보면서 자궁 이식 시술을 했다. 이후 요한네슨은 연구의 마지막 단계인 비인간 영장류를 상대로 한 자궁 이식 시술을 지휘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비비에 주안점이 맞춰졌는데, 배의 해부학적 구조가 인간과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이후 수년간 그녀는 케냐의 나이로비로 가서 비인간 영장류에 대한 자궁 이식 수술 66 차례 집도했다.

이러한 동물 실험의 목적은 2개였다. 자궁을 피기증자의 신체에 연결하고 피가 확실히 돌게 하는 것이었다. 요한네슨은 이 삼각형 모양의 조직을 피기증자의 신체에 연결하기 위해 질과 여러 인대에 봉합하는 법을 재웠다. 인간의 자궁은 무게가 약 60g이며 모양과 크기는 뒤집힌 배 같다. 또한 2개의 동맥과 2개의 정맥으로 피를 공급받는다. 공급받은 혈액으로 스스로를 유지하고,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생명을 유지시킨다. 임신 기간 동안 혈류량은 50%가 늘어난다. 이에 따라서 동맥과 정맥의 크기도 늘어난다. 스웨덴 팀과 베일러 팀은 자궁이 확실히 기능을 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 아이를 낳아본 사람만 기증자로 받았다.

동물 실험 중 요한네슨은 피기증자의 거부 반응을 관찰했다. 모든 이식 장기가 피기증자의 몸에서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면역 체계는 이물질을 감지하고 제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군대가 있다. 요한네슨과 연구팀은 이식 장기에 대한 거부 반응을 관찰해 적절한 면역 억제제로 거부 반응을 억제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2011년 하반기, 이들은 인간에게도 자궁 이식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스웨덴 연구팀이 자국의 의료 윤리 위원회에 이 시술의 윤리적 타당성을 설득시키는 데는 4개월이 걸렸다. 이 연구팀은 여러 윤리적 문제와 씨름해야 했다. 이 시술의 이득과 위험은 무엇인가? 결과가 보장이 안 될 때 희망을 제시하는 것이 옳은가? 수많은 아동들이 입양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리모도 쓸 수 있는데 이런 수술을 왜 해야 하는가? 요한네슨은 대리모 역시 자궁 이식과 마찬가지로 윤리적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냈다. 임신에 따르는 위험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대리모는 돈이 오가는 사업이다. 그러나 미국 내 일부 주, 그리고 스웨덴을 포함해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리모가 불법이다.

요한네슨은 윤리 토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 때문에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또한 스스로에게 자문할 줄 알아야 한다.”

2012년 봄, 연구진은 진행 허가를 얻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최초의 자궁 이식이 성공해 남자아이가 태어났다. 그로부터 또 1년 후 요한네슨은 자궁 이식 실험을 준비하던 달라스의 테스타와 합류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수천 명의 여성들에게 자궁을 이식해 줄 수 있다.

실험 성공과 환자의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베일러 팀은 피험자들을 엄격한 기준에 맞춰 선발했다. 피기증자들은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하고 나이는 35세 이하로 제한했다. 그래야 임신 합병증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기증자와 피기증자는 심리 평가를 통해 실험 참가 이유를 명확히 하고 사전 고지에 입각한 동의를 할 수 있어야 했다.

수술 시간이 되면 기증자와 피 기증자가 인접한 두 수술실에서 수술 준비를 한다. 우선 산부인과 종양학자가 기증자의 자궁을 복부에서 들어낸다. 일반적으로 자궁적출은 자궁에 대한 혈류 공급을 막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수술에서는 마지막까지 자궁에 대한 산소와 영양분 공급을 유지해야 하므로 이 작업을 맨 마지막에 실시한다. 팀의 외과의인 E. 콜린 쿤은 이 때문에 실수로 동맥에 상처를 내 혈액 손실에 대처해야 할 위험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그는 근치자궁적출술의 전문가다.

자궁 이식 때는 보통 때보다 더 많은 조직을 들어내야 한다. 그 중에는 혈관도 포함된다. 그는 이 일이 매우 큰 해부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베일러 대학 메디컬 센터의 로봇 수술부장을 겸하고 있는 쿤은 이 수술의 침습성을 낮추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자궁을 복부가 아닌 자궁을 통해 꺼내는 방법이다. 이 방식은 기증자의 외상을 덜어준다. 현재의 방식을 쓰면 기증자는 자궁 적출 후에도 최대 6일간 입원하면서 회복 상태를 점검 받아야 한다.

자궁 제거 몇 분 후에 팀원 한 명이 자궁을 다른 수술실로 옮긴다. 그 곳에서는 피기증자 복부의 3D 지도에 기반한 수술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3D 지도는 팀의 방사선과 의사와 영상 전문가가 초음파, MRI, CT 혈관 조영검사를 통해 만든 것이다. 팀의 방사선과 의사인 그레그 데 프리스코에 따르면 혈액 속에 염료를 넣어 직경이 채 1mm도 안 되는 동맥과 정맥을 빛나게 한다. 혈관의 위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염료를 써야 의사들은 표적을 확실히 찾을 수 있다. 데 프리스코는 의사들은 절개할 곳을 수술 전에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면 테스타와 요한네슨이 나선다. 피기증자의 몸 안에 자궁을 넣고 자궁의 동맥을 피기증자의 다리를 따라 나 있는 대동맥에 연결한다. 그 이후 질과 고정 인대에 자궁을 봉합하면 이식 수술이 끝난다.

수술 후 3~6개월이 지나 환자가 안정된 생리 주기를 보이게 되면 인공 수정 전문의들이 피기증자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만든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킨다. 피기증자는 태동을 느낄 수 있지만, 의사들이 어머니의 신경을 자궁에 연결(까다로운데다가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작업이다)시키지는 않기 때문에 산통은 느낄 수 없다. 작동하는 신경이 없으므로 의사는 자궁이 제대로 수축을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따라서 아이는 제왕절개 수술로 낳는다. 요한네슨에 따르면 미래에는 자연분만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재의 실험에서는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2월 초, 크리스틴 월리스는 자궁을 이식받고 싶어 하는 여성과 전화 통화를 했다. 월리스는 베일러 임상 실험 팀의 수간호사다. 그녀는 자궁 이식 또는 기증을 원하는 여성들을 심사한다. 베일러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지난 2016년 임상 실험 진행을 발표한 이래, 5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월리스에게 이메일 또는 전화로 연락했다. 월리스는 실험에 참가한 모든 환자들을 격려하고 실험의 각 단계마다 이들을 관찰했다. 어떤 때는 병원에서 이들과 함께 자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들의 전화를 받았다.

베일러는 아직 제2차 실험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의 피험자는 모두 선발되었다. 그러나 월리스는 추가 실험의 피험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 그것은 모든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전화한 사람은 젊었을 때 자궁섬유종으로 자궁을 잃었다고 이야기했다. 유감스럽게도 월리스는 상대방이 피험자로 부적격이라는 것을 알았다. 너무 나이가 많은데다 심장병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월리스는 상대방에게 공감하며 이야기를 45분간이나 들어주었다. 하지만 이식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솔직히 이야기해 주었다.

월리스는 통화를 끝낸 다음에 이렇게 말했다. “첫 마디만 듣고 안 된다고 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그러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여성들의 선택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미국 국립 의학 도서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궁 이식 임상 실험 12건이 시작되었거나 준비 중이다. 지난 3월 베일러 메디컬 센터는 자신들의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미 전역에서(하버드대, 펜실베니아대, 메이요 클리닉 소속자 포함) 수십 명의 의사들을 초청했다. 초청된 의사들은 자궁 이식 수술 프로그램을 배워 실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자궁 이식술의 전파는 이 기술의 발전을 계속 관찰해 왔던 트랜스젠더 세계에 희망을 주고 있다. 트랜스젠더이자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이 문제를 <더 워싱턴 포스트> <바이스> 등의 매체에 기고해 왔던 케이틀린 번스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여성들은 언젠가 직접 아이를 가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많은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시술을 받을 것이라고도 한다. “이 기술이 트랜스젠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용한 확신이 있다. 누구나 젊고 돈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다.”

현재 자궁 이식술은 아직 실험 단계다. 즉 모두에게 아직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자궁을 이식받은 환자가 건강을 유지해도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수술을 또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새 자궁을 이식받았으나 임신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도 테스타와 요한네슨에게 실험에 참여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들은 과학 발전에 공헌한 것이다. 이들은 비록 아이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실패 사례는 전 세계로 전파되어 다른 여성들의 불가능한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네슨은 아이를 얻기 위해 이렇게까지 실험적인 수술을 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의 비판에 개의치 않는다. 그것도 실험의 일부라고 여기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난 2014년 남성의 음경 이식 수술도 성공했다. 음경은 하면서 왜 자궁은 안 된단 말인가? 이 팀의 모성태아의학 전문가인 자카리 루비오는 자궁 이식 경과를 관찰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의학이 불임의 다른 여러 측면을 공격(호르몬 요법, 난자 냉동을 통한 인공 수정 및 시험관 아기 생산 등)하는 것은 된다면서 자궁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건 안 된다는 것은 차별적인 태도라고 지적한다. “그 사람들을 도울 수 없다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다.“ 의학은 수십 년에 걸쳐 임신의 비자연화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여자에게 아이를 낳을 기회를 주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

자궁을 이식하라(3)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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